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연극배우들이 관객을 향해 욕설을 서로 겹치게 소리 지르고 있지만 배우들의 시선은 관객에 고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배우들의 욕설 내용과 대상은 누구인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혐오스러운 상판대기들아, 어릿광대들아, 가련한 몰골들아, 뻔뻔스러운 작자들아, 허수아비들아, 멍청하게 서서 구경하는 꼴통들아" (15쪽) 굵직한 의미들이 열거되면서 그들이 누구인지 둘러보게 되는 연극이다.

"헐뜯기 대가들아, 쓸모없는 건달들아, 줏대 없는 꼭두각시들아, 사회의 찌꺼기들아." (60쪽) 배우들의 욕설은 연극에 다시 등장한다. "능력 면에서 모든 걸 능가... 교활하고 왜소한 게르만 종자들아." (59쪽) 문학의 힘은 하나의 대상만을 향하지 않는다. 빈칸 넣기 하듯이 지칭된 대상에 어느 집단, 사회계층, 다양한 대상들을 빈칸에 넣기까지 하면서 배우들이 욕설하는 대상을 찾는 시간으로 연장되는 작품이다.

"항상 거기에 앉아있었다. 성실한 노력, 콧물을 훌쩍이는 너희들. 성공에 큰 몫을 했다. 위대함은 생략을 통해 이루어졌다. 모든 사실을 침묵으로 대변했구나, 허풍쟁이들아." (59쪽) 배우들은 대상을 주시하지 않고 관객을 향했지만 누구도 주시하지 않으면서 욕설이 계속된다. 배우들에게 주어진 규칙은 자세히 관찰할 것, 귀 기울여 들을 것이다. 이 규칙을 먼저 명시하면서 시작된 연극이다. 덕분에 사회가 강요하고 조장하는 흐름에 반하는 고통을 받고 대우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기사들을 읽은 내용은 일상 속에서도 잔상이 남아서 위협적인 속도로 달리는 도로에 뜨거운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한낮에 일당을 받고자 노동하는 신호수와 작업하는 도로 작업자들을 애처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들이 하루 일당을 받고자 도로에서 일하다가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많은 그들의 죽음이 다시 되살아나는 뜨거운 여름의 도로이다.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그들의 노동이 있다. 그들의 지저분한 작업복에는 정당한 수고와 땀이 고스란히 존재한다. 수많은 장소에서 누군가들의 노동과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만 사회는 그들을 지우고 감추고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 소회>영화에서 콜센터 직원의 죽음, <미지의 서울> 드라마에서도 연극배우들이 소리치는 욕설의 대상들이 존재한다. 대선 공약에서도 평등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보는 자세히 관찰하기와 귀 기울이기 규칙을 돋보기로 찾는 작업은 필요하다. 총체적으로 구분하고 구별하는 사회적 시스템에서 연극배우가 누구를 향하야 욕설을 쏟아내는지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는 희곡이 된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화면 속에 등장하는 집단은 긴팔의 옷으로 무장하면서 냉방병을 걱정하는 이들과 먼지와 소음, 빨리빨리 일하라고 다그치는 한국 사회에 길들여진 수많은 노동자들의 한숨은 대조된다. 노동을 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없는 사회이다. 그들의 노동은 정당한 대우를 받고 행복하다는 만족감으로 살아가는 한국 사회인지 자세히 관찰해야 하고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 규칙이라고 연극은 연극배우들에게 규정한다. 정당함을 잃고 차별적인 사회에서 별들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 희곡에서 발견하게 된다.

번아웃으로 우울한 노동자들이 많은 한국 사회이다. 웃음기를 잃어버린 그들의 노동에 무엇이 작동하면서 그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는지 노동 사회를 자세히 관찰할 것! 귀 기울일 것! 연극배우들에게 규정한 규칙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뜨거운 도시의 도로를 달리면서 신호수를 보면서 아슬아슬한 생과 죽음의 경계를 떠올렸다. 그리고 직장 노동자들의 한숨과 눈물, 부유하는 수많은 감정들로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전문직, 사무직, 노동자들의 다양한 일상들을 떠올린 희곡이다. 반대편에 욕설의 대상자가 된 그들이 자신은 아닌지 살펴보는 힘까지도 불어넣어 주는 희곡이 되기를 희망한 작품이다.

<미지의 서울> 드라마에서도 기업 전략실 엘리트들이 한 명을 왕따시키면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모습이 전개되는데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들과 용기를 낸 사람이 어떤 대우를 차별적으로 받는지 보여줄 때 이 희곡의 명대사들이 떠올라서 다시 재독한 희곡이다. 당연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빨리빨리를 외치는 분위기이다. 기계를 멈추어야 하는데 기계를 멈추지 않고 사람이 기계 결함을 해결하도록 방치하는 순간 다시 한 생명이 사라진 산업현장의 노동자 죽음을 또다시 접한 한국 사회이다. 그들이 방만하고 기만한 것이 무엇이며 노동자 죽음을 수익과 대조하면서 방치한 현장의 반복되는 사고 소식은 우리 모두를 향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은 꽤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들의 행복과 한국 사회의 행복도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한국인들의 삶은 결코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미지의 서울> 드라마와 <다음 소희> 영화를 통해서 보게 된다. 스스로 찾아내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응원하면서 쓰러지지 않는 한국 사회의 노동자들이 많아지기를, 이들의 허무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심을 갖는 정치가 존재하기를, 가해자가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사회이기를 희망하면서 읽은 책으로 『소망 없는 불행』에 이어서 읽은 작가의 작품이다.

여러분은 현실을 다시 거칠다고 말할 것입니다.

냉정해질 것입니다.

자신의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연극에 몰두했던 통일체가 아닙니다. 57




우리는 특정한 조건에 따라 우리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우리 말과 여러분의 시선은 각을 이루지 않습니다. - P20

멍청이들아, 막돼먹은 인간들아, 부도덕한 인간들아, 떠돌이 사기꾼들아, - P60

여러분은 현실을 다시 거칠다고 말할 것입니다. 냉정해질 것입니다. 자신의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연극에 몰두했던 통일체가 아닙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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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 부부 새소설 20
권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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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저출산의 사회적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우려와 경각심이 요구되는 상황에 읽은 사실적 소설이다. 한국 사회의 가치관은 변모되었지만 전통성을 고수하는 가족이라는 집단은 신혼부부들의 가치관을 수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결혼을 하고 자손을 보고 싶은 양가 부모님들의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는 상황이 전개된다. 결혼을 하였지만 아이는 가지지 않는 딩크족을 만나는 소설이다. 남편은 절약하지만 아내는 소비 위주로 라이프 스타일을 고수하는 맞벌이 부부이다.


돈 관리도 각자하는 부부이다. 부부이지만 상대방의 재무 상황도 모르는 상황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는 것은 알지만 현재 어느 정도의 재무 상태인지도 상대방이 모르는 만큼 아내의 멈추지 않는 소비생활과 투자실적은 형편없는 상황이라 이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아내의 심정도 전해진다.


부모님들에게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라는 거짓말을 모의하고 실행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 남편은 낭패를 보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더불어 장인어른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무정자라는 검사 결과를 실제로 듣게 되면서 남편인 웅이는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남편이 자발적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여 삼천만 원을 대출받아 천만 원 자전거를 사고 천만 원은 투자를 하는 상황을 아내는 뒤늦게 알게 되면서 부부가 넘어가는 산과 언덕들이 어떤 풍경을 펼쳐낼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내는 명품백을 사고, 오마카세를 먹으며 5성급 호텔에 투숙하면서 마이너스 통장으로 수입보다는 지출 위주의 삶을 고수한다. 결혼생활에서도 달라지지 않으면서 남편은 명품백을 12개월 할부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한국 현대사회의 영끌족을 보고 있는 상황으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는 사회적 문제와도 밀접하다. 고가의 교육비, 오랜 세월의 양육비, 평균적인 사교육비는 현실에서는 너무나도 멀고 먼 이야기이다. 몇 배로 더 교육비와 양육비로 지출해야 한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문제이다.


철이 들지 않은 어린 사람들이 결혼한 모습을 보고 있는 소설이다. 어른이 되는 것은 나이라는 숫자는 무의미한 것임을 보여준다. 성숙한 어른이 아닌 어린이와 다름없는 부부가 흥청망청 소비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서 많은 돈을 쉽게 벌고자 유튜브라는 미지의 늪으로 들어가면서 이들이 직접 경험한 유튜브 실상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일상을 삼켜버린 유튜브 기획, 촬영, 편집, 기획, 관리의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것이 전해지면서 행복이 무엇이지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미숙한 어린아이와 같은 부부의 이야기이다. 행복해지는 것이 어렵다고 실토하는 이 부부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못 배운 행복찾기가 고스란히 대화중에 드러난다.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하다는 잘못된 행복이 출발점임을 이들은 모른다. 많은 돈을 가진다는 것이 행복과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재력도 어느 단계에서는 무감각해진다. 행복은 일상에서 찾는 것임을 부부가 발견하게 된다. 소소한 순간, 함께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에서 행복을 발견해야 행복해지는 것이다.


사회는 돈을 벌어야 행복하다고 언론이 부추기지만 그것은 자본주의의 마케팅일 뿐이다. 멍때리기 하면서 나를 사랑하는 순간을 즐기고, 소비가 아닌 함께 웃으면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 중요해진다. 고가의 가방, 고가의 부동산, 테슬라, 구찌, 샤넬, 주식, 코인 등으로 형편에 맞지 않는 것들을 추구하다가 전 재산을 날리는 것은 허무한 선택임을 알도록 한국 사회문제를 지적하는 소설이다.



만약 나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아이는 나보다 잘 살까 못살까? 비록 나는 오피스텔에서 자녀를 키우지만, 내 자녀는 아이를 어디서 키우게 될까? ... 아이를 키우려면 지금보다 적어도 두세 배는 넓은 집에서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 길은 요원해 보였다. 53


'지나친 소비'는 자전거에서 그치지 않았다. 127

만약 나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아이는 나보다 잘 살까 못살까? 비록 나는 오피스텔에서 자녀를 키우지만, 내 자녀는 아이를 어디서 키우게 될까? ... 아이를 키우려면 지금보다 적어도 두세 배는 넓은 집에서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 길은 요원해 보였다. - P53

명품 가방을 더 많이 사고, 5성급 호텔에서 호캉스도 더 자주 하고, 매주 값비싼 오마카세를 즐기고, 포르쉐든 테슬라든 마세라티든 보란 듯이 뽑아서 끌어주고 - P74

어떻게 하면 아주 행복해질 수 있는지. 남부럽지 않게 알콩달콩하게 사는 방법이 뭔지. 그러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또 뭔가를 해야 하는데. 어려워. 뭐가? 행복해지는 게. - P234

부동산도 놓치고 주식과 코인도 시원찮은 우리에게 유튜브는 마지막 동아줄인 셈이지. - P157

기획, 촬영, 편집, 게시, 관리 모두 다 힘들고 스트레스 덩어리였다. - P143

삼천만 원 대출받아서 천만 원으론 자전거를 사고 다른 천만 원으론 투자하고 - P33

‘지나친 소비‘는 자전거에서 그치지 않았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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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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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명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소설집이다. 서장원 『리틀 프라이드』, 성해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성혜령 『원경』, 이희주 『최애의 아이』, 현호정 『물결치는 몸 떠다니는 혼』을 만날 수 있고, 강보라 『바우어의 정원』은 <소설 보다 봄 2025>를 통해서 읽었다.

대상 수상작 백온유 작가의 『반의반의 반』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소설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의미심장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소설의 첫 문장에서 외할머니가 외손녀를 반기지 않고 차가운 언행을 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현진이 집에 왔을 때, 영실은 손녀를 반기기는커녕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흘긋 쳐다볼 뿐이었다... "저리 가! 추워." ..."네년이 냉기를 묻혀오니까 그렇지." (9쪽)

외손녀는 외할머니의 이런 말투와 행동에 흔들리지 않는다. 차분하게 대응하는 이유들도 설명되기 시작한다. 할머니의 미모를 손녀는 동경하면서 성장하였고 지금 노쇠해진 할머니의 모습을 아름답게 바라보지도 못하는 식견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할머니는 노골적으로 초라하게 늙고 알았다. 검버섯. 눈가의 물사마귀" (38쪽) 늙어감은 초라하고 비참한 것이 아니다. 백발의 머리, 노화를 감추고 부끄러워하라고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손녀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할머니는 젊은 나이에 남편의 사망보험금으로 받았지만 사용하지 않고 간직하였던 인물이다. 부족한 삶은 아니었지만 딸이 이혼하고 자신의 집에서 손녀와 함께 생활하면서 넉넉하지 않은 생활을 하였음을 알게 된다. 손녀와 딸은 할머니가 잃어버린 돈에 대해 속내를 감추며 원망을 쏟아내는 장면이 드러나면서 할머니가 살아왔을 삶,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진정한 이유조차도 이해하지 못한다. "윤미가 겪은 일들은 고난이기는 해도 영실이 보기에는 금방 지나갈 파란이었다." (31쪽)

갑작스러운 전신마취 수술을 받게 된 할머니가 손녀와 딸에게 평생 키워온 화분들을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라는 부탁을 하지만 손녀와 딸은 할머니의 부탁을 귀담아듣지 않았음을 퇴원한 후 식물들의 상태를 보면서 확인하게 된다. 할머니가 표현하지 않았을 섭섭함, 사람을 믿지 않았다는 것에는 손녀와 딸도 포함되었음을 감지하게 된다.

자신의 몸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노년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딸과 손녀의 보살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 요양보호사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 할머니가 요양보호사에게 마음을 열고 사라진 돈의 행방을 추적하다가 범인으로 지목되는 요양보호사를 믿는 할머니의 태도가 낯설지가 않았던 이유에는 딸과 손녀에게도 책임이 뒤따른다. 상속, 증여의 개념으로 할머니의 돈이 자신의 재산인 것처럼 원망하는 속내를 소설가는 사실적으로 전하는 작품이다. "도둑맞은 금액의 반의반만 있어도 지금보다는 행복할 텐데." (36쪽)

사라진 돈이 남편의 목숨값이었고 재혼할 딸이 기죽지 말라고 지원해 주려고 준비한 지참금이라는 것을 손녀와 딸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그들이 행복하라고 준비한 기나긴 세월 사용하지 않았던 돈이지만 그들은 돈의 출처보다는 사라진 돈을 자신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생각하면서 원망을 속내로 감추고 있음을 목도한 작품이다. "왜 나의 필요를 채워주려 할머니는 희생하지 않았을까. 할머니는 마땅히 그런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현진은 억지를 써가며 영실을 열렬히 원망해 보았다." (35쪽)

할머니가 실버타운으로 가야겠다는 계획을 하게 된 이유, 죽음을 준비하고 남은 생애를 초라하지 않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낸 이유도 그려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어느 집이든지 노년의 부모와 죽음, 상속과 증여는 남겨진 숙제가 될 것이다. 노년은 초라함의 대명사가 아니라는 것, 성숙한 노인이 되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차가운 말과 행동으로 따뜻함이 흐르지 않는 노인의 모습보다는 온유한 모습으로 늙어가는 여유도 필요해 보인다.

할머니가 딸과 손녀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 원인을 살펴보는 여유로움도 필요해진다. 어머니가 딸의 충동적인 삶을 걱정하면서 이마를 지긋하게 눌렀다는 장면, 딸이 대학 졸업을 하지 못하고 결혼과 출산을 하였다는 것, 동창과 불륜을 저지르고 간통죄로 범죄 경력을 남겼다는 것, 이혼하고 자신의 집에서 손녀와 함께 생활하였다는 사실들을 살펴보게 하는 소설이다. 요양보호사에게 할머니가 느꼈던 감정은 행복이었고 그 감정을 느끼게 해준 그녀를 딸처럼 아꼈다는 것이다. "나는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이 없었는데, 이제야 좀 행복한 거 같구나." (37쪽)

할머니 영실이 순응한 세월의 역사들이 열거된다. 그녀가 순응한 것들은 커다랗고 커다란 피멍이 되는 역사였음을 감지하게 된다. 큰 한숨을 그녀의 순응의 역사만큼 쉬어야 한다는 것을 긴 그녀의 생애에게 발견하게 된다. 반면 딸과 손녀는 할머니 영실의 검버섯, 눈가의 물사마귀, 주름, 백발을 초라한 노인으로만 바라본다. 그녀가 살아낸 순응의 순간들은 버텨낸 그녀의 긴 숨이었음을 가족들은 모른다는 것이 보였던 이야기이다.

영실은 줄곧 순응해왔다. 부모가 사라진 세상에 책임질 생명이 탄생한 세상에, 남편이 사라진 세상에,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아름답지 않은 세상에, 그리고 덜컥 할머니가 된 세상에도. 31

현진이 집에 왔을 때, 영실은 손녀를 반기기는커녕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흘긋 쳐다볼 뿐이었다... "저리 가! 추워." ..."네년이 냉기를 묻혀오니까 그렇지 - P9

윤미가 겪은 일들은 고난이기는 해도 영실이 보기에는 금방 지나갈 파란이었다. - P31

도둑맞은 금액의 반의반만 있어도 지금보다는 행복할 텐데. - P36

왜 나의 필요를 채워주려 할머니는 희생하지 않았을까. 할머니는 마땅히 그런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현진은 억지를 써가며 영실을 열렬히 원망해 보았다. - P35

나는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이 없었는데, 이제야 좀 행복한 거 같구나. - P37

영실은 줄곧 순응해왔다. 부모가 사라진 세상에 책임질 생명이 탄생한 세상에, 남편이 사라진 세상에,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아름답지 않은 세상에, 그리고 덜컥 할머니가 된 세상에도.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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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괴물 사기극 (저자 친필 사인 수록) -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
이산화 지음, 최재훈 일러스트 / 갈매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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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19세기, 20세기 근대 괴물연대기를 엮은 도서이다. 괴물 일러스트가 눈길을 끌었는데 <파묘> 아티스트이며 BTS RM의 뮤직비디오 forever rain의 연출을 맡은 최재훈 그림이 가독성을 높여준다. 인류가 괴물을 상상한 이유, 괴물을 꾸며내고 믿었던 이유들을 저자는 깊게 조우하면서 자료수집과 집필에 4년의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것을 전한다. SF 작가 곽재식 추천도서이며 씨네 21기자 이다혜 작가의 추천도서이다.

한소희 주연 <경성 크리처>, <지옥> 드라마, <스위트홈> 드라마에 등장하는 서늘함이 감도는 괴물의 존재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내용 중에 등장하는 시대의 괴물들의 다양한 내용 중에서도 드라마를 수놓은 괴물의 이미지와 연관성을 지닌 상징성도 엿볼 수 있었던 도서이다. 시대별로 탄생한 괴물들이 얼마나 영향력을 주었는지도 저자는 조목조목 살펴보면서 사기극의 원인, 범인들이 누구였는지도 전해진다.

18세기 역사와 괴물, 19세기 역사성과 괴물, 20세기 역사들과 어우러진 괴물학이다. 옛 유럽인들이 오래도록 믿었던 괴물은 모나숄레의 사회학 <마녀>책과 유혹과 저주의 미술사를 엮은 미술문화의 <마녀>책에서 마주한 역사성과도 맥락을 유유히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류가 역사에서 보여준 거짓말과 사기, 소문, 착각들을 저자는 괴물학을 통해서 인문학적으로도 매만지면서 지금도 누군가의 음모와 계략에 자행되고 있을 거짓말과 사기, 속임수, 실수들을 둘러보면서 찾아보는 재미까지도 덧붙여서 독서한 책이다.

역사는 그 시대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시대의 거짓말과 사기극은 이 시대에도 또 다른 방식으로 교묘하고 치밀하게 괴물의 모습으로 현대사를 장식하고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혐오와 편견, 인종주의, 우월주의가 동굴인간이라는 괴물을 탄생시켰고 지금도 미의 기준을 향한 상술에 희생되는 인위적인 미인들이 부자연스러운 이유들도 함께 비추어보게 된다. "어디서부터 인간이고 어디서부터 인간이 아닌지" (30쪽) '인간'이라는 빈칸에 '어른'을 넣어보는 숙고의 시간으로도 이어지게 한다. 살아온 시간으로 나이가 어른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기에 겉모습만 늙은 어린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많은 괴물들이 자신의 험악한 말과 행동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무리의 피로감에 지치는 현대인의 고통까지도 떠올리면서 읽었던 괴물학이다.

괴물은 시대의 상징성을 띈다. 드라마와 SF 소설의 괴물들이 그러하다. 시각적인 자극성만으로 끝나지 않는 상징적인 인물이 괴물이 된다. 괴물학이라는 책을 통해서 나 자신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바라보게 되는 내용들이 즐비해진다. 인류가 저지르는 거짓말의 역사가 괴물학이며, 인류의 실수와 착각들을 직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전해지는 내용이다. 앎의 영역, 호기심의 자극이 괴물 연대기까지 만나는 시간을 가지게 하면서 괴물을 소개로 하는 작품들을 더욱 조밀하게 감상할 수 있는 지식의 창으로 연결해 준 책이다.

결코 존재하지 않는 차이를 바탕으로 거미원숭이에서 거미원숭이로, 사람에서 사람을 떼어내 분류하며 어느 쪽이 더 인간다운지를 ... 가름한... 그 무엇보다도 더욱 비인간적인 영역으로 추락해버린 인류학자의 존재 367


언제라도 다시 나타나 거짓말의 마법을 걸 준비가 되어 있다. 제아무리 잘나고 이름 높은 어른이라도 - P316

어디서부터 인간이고 어디서부터 인간이 아닌지 - P30

편견, 혐오, 인종주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는 괴물 같은 이야기 - P30

결코 존재하지 않는 차이를 바탕으로 거미원숭이에서 거미원숭이로, 사람에서 사람을 떼어내 분류하며 어느 쪽이 더 인간다운지를 ... 가름한... 그 무엇보다도 더욱 비인간적인 영역으로 추락해버린 인류학자의 존재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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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5 소설 보다
강보라.성해나.윤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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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여름』이라는 윤단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작은 원룸에서 생활하는 도시생활자 서현이는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 죽은 친구의 죽음과 그 친구에게서 빌린 책들과 축구공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성실하게 주 6일 근무를 하면서 도시 직장인의 삶을 살았던 친구가 죽은 이유를 서현은 끝내 알아내지 못한 상황이다. 그 친구는 일을 그만둔 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노력했던 친구였다. 수면유도제를 먹고 잠드는 서현과 죽은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한 순간들이 전해진다.

도시의 직장인들이 좁은 원룸에서 생활하면서 계속되는 야근, 울음조차도 마음껏 울지 못해서 원룸 옥상에서 울었어야 했던 무수히 많은 밤들을 수놓는 소설이다. 젊은 꿈들이 왜 도시에서 사라져야 했을까. 울면서 매일 밤을 보내야 했던 이유들을 모두 보여주지는 않지만 이들의 고충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하게 하는 작품이다.

빽빽한 빌딩숲에서 소비된 부품과 같은 이름 없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이 어느 공간에서 생활하고 어떤 감정들을 가지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도 곁가지처럼 작가는 흩어뿌려놓는다. 죽은 친구에게서 빌린 책들을 서현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때 무거운 책들을 들고 가다가 우연히 길거리에 버려진 소파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서현이 매일같이 앉아서 쉴 수 있었던 소파는 큰 쉼표와 같은 존재가 된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도 서현은 매일같이 소파를 찾는다. 그러다가 권고사직으로 퇴사한 전 직장의 추 팀장을 만나게 되면서 추 팀장이 자신이 소파에 앉아서 쉬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명을 정리해고해야 하는 상황에 자신이 그 한 사람이 되었고 추 팀장은 그러한 불편한 사연을 지금까지도 불편해하는 상황이다.

회사가 내린 방침에 복종해야 하는 상명하복 직장 생활자의 모습에 추 팀장은 양심이 편하지 않았던 것이다. 감정조차도 없는 기업의 모습과 대조되는 양심이 추 팀장과 서현의 사이에서는 불편하게 흐른다. 서현은 추 팀장을 원망하지도 않지만 추 팀장은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검은 봉지에 삶은 옥수수를 사주면서 미안했다는 말까지 남기게 된다. 미안하다는 말을 듣기도 어려운 세상에 미안하는 말을 건네는 사람이 낯설게 느껴진 상황이 전개된다. 국민들을 향해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 집단의 모습에 환멸이 느껴지는 상황에 추 팀장의 양심과 사죄의 말은 기대 이상의 장면이다. <세자매> 영화에서도 딸들은 가부장제의 권력자인 아버지를 향해 미안하다고 사죄하라고 말하지만 들을 수 없는 사죄의 말이었음을 떠올리게 된다. 어쩔 수 없었던 한 사람의 희생을 강요한 직장문화에 쓸려버린 이름 없는 소모품과 같은 노동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이다.

서현은 직장을 구한 상황은 아니지만 좌절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은 모습이다. 죽음을 선택한 친구의 죽음은 그녀에게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음을 짐작하게 된다. 난폭한 파도가 밀려왔지만 서현이 버리진 길거리의 소파에서 매일같이 쉬면서 하늘을 보기도 하고 숨을 쉬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갑자기 사라진 소파가 그리워 밤에 처음으로 소파가 있었던 자리를 찾으면서 소파가 지켜보았을 깊고도 눅진한 슬픔을 서현도 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편안한 휴식이 되어주고 있는 존재인지 자문하게 하는 소설이다. 서현과 죽은 친구가 외롭지 않기를, 소파와 같은 한 사람이 되어주기를, 함께 공감해주고 슬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오늘도 고단한 하루를 보낸 많은 도시 생활자들이 있음을, 그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작품이다. 눈물을 흘리고, 수면유도제로 잠들지 않는 노동자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살기 좋은 도시이며 살기 좋은 나라이다.

한국은 여전히 행복지수가 낮은 나라인 이유가 무엇인지 모두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악행을 저지르고도 자신이 지옥과 같은 세상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온유하고 넉넉한 가슴을 가진 우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버리진 소파에게서도 가치의 효용성을 보게 된다. 우리는 안아줄 수 있는 두 팔이 있고, 들어줄 수 있는 두 귀가 있으며 따뜻한 가슴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차가운 가슴, 냉담한 무표정으로 그들의 성곽에서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소수의 계급집단의 악습인 권고사직, 계약직, 아르바이트, 차별적인 사회제도를 예리함으로 분별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이다.

경제성장의 그늘에 사라지는 이름없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을 차분히 살펴본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도 친구는 이름이 없었고 이름을 불러주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자신의 이름을 가지면서 생애를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모두가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야 하는 소설이다.

소파가 밤에 보았을 세상을 서현은 오래 보았고, 그러는 동안 서서히 깊고 눅진한 슬픔을 마주했다. 146

(버려진 소파) 앉아도 된다는 듯이, 있어도 된다는 듯이. - P137

소파가 밤에 보았을 세상을 서현은 오래 보았고, 그러는 동안 서서히 깊고 눅진한 슬픔을 마주했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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