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탐정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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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가 너무 재미나게 읽혀서 곧장 다음으로 천사들의 탐정을 읽게 됐다. 발표 순서로는 두 번째 장편 내가 죽인 소녀를 읽은 다음이었어야 하는데, 그런 것까지 확인을 하지 않아 세 번째 장편을 읽고 이걸 읽게 됐다.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어보려는 사람들에게는 두 번째 장편 다음으로 읽길 권하게 된다. 그래야만 세 번째 장편 안녕, 긴 잠이여가 좀 더 쉽게 이어질 수 있다.

 

단편집이고 그렇기 때문에 짧은 구성이라 좀 더 명료하게 사와자키 시리즈의 매력을 담아내고 있다. 계속해서 변화되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힘겨운 사람들에게는, 이 시리즈의 매력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이 단편집이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어둡고 습한 신주쿠 모퉁이, 허름한 빌딩에 위치한 와타나베 탐정사무소. 중년의 사립탐정 사와자키는 오늘도 필터 없는 담배에 불을 붙인다. 파트너는 없다. 친구라고는 덜덜거리는 고물 차 블루버드한 대뿐.

엄마의 옛 남자에게 협박 전화를 거는 소년, 섹스중독 아버지를 미행하는 소녀, 자살을 예고하는 소녀…… 저마다의 사연을 안은 채 사와자키 앞에 나타난 여섯 명의 십대들. 그들은 어쩌면 모두 도시의 그늘을 닮은 천사는 아닐는지!”

 

6개의 이야기와 후기라 할 수 있을 짧은 1편이 더해져 있는 단편집이고 각각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뤄지고 있어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이 단편집도 무척 마음에 들 것 같다.

 

반복해서 말하고 있지만 범죄 소설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하드보일드의 매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혹은 레이먼드 챈들러 / 필립 말로가 자주 떠올려지는 사람들이라면 하라 료의 소설을 꼭 읽어보길 권하게 된다.

 

 

 

 

#천사들의탐정 #하라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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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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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는 조금은 독특한 방식으로 시작하고 있다. 주인공 사와자키는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도쿄를 떠나 있었고, 그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흐리듯이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복귀 직전에 누군가가 의뢰를 생각하며 찾아왔었고, 약간의 단서를 따라 탐문하고 추적하듯 그는 자신에게 의뢰를 하려고 한 누군가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어떤 의뢰를 접수하기 전부터 뭔가를 뒤쫓고 있으며, 실질적인 의뢰가 있기도 전에 사건에 끼어들기 시작하고 있다.

 

고교야구, 승부조작, 能樂, 인간문화재, 동성애 등 경계가 없는 다양한 테마를 날실과 씨실 삼아 정통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완벽하게 직조해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알맞은 자리에서 수수께끼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항상 그렇듯 사건에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의문과 긴장감과 함께 하드보일드 소설이 해낼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언제나처럼 생각지도 못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이 시리즈를 무척 재미나게 읽고 있으며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또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무척 만족한다. 번역자의 말대로 레이먼드 챈들러 / 필립 말로 시리즈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것이고.

 

 

 

#안녕긴잠이여 #하라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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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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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라고 불리는 하라 료의 소설()이 무척 마음에 들어 첫 번째 이야기를 읽자마자 서둘러 두 번째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흥미진진한 진행은 여전하다.

 

“10여 년의 세월을 반영해 현재의 감각으로 전문을 섬세하게 가다듬은 것은 물론, 전작과 일체감을 높이는 표지 디자인을 완성해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도 제고했다. 무엇보다 특전으로 특별 수록된 국내 미공개 단편 <감시당하는 여인>은 이번 개정판의 백미라 할만하다.”

 

유괴 사건에 관한 이야기고,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 다음 어떤 식으로 그걸 받아들이고 풀어내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이미 패배와 좌절을 겪은 다음에 그 쓰디씀을 곱씹듯 사건으로 돌아가고 있다.

 

가족 실종 문제로 상담하고 싶다며 탐정의 방문을 요청하는 한 통의 전화. 하지만 자택을 찾아간 사와자키는 사건을 의뢰받기는커녕 유괴사건의 한복판으로 휘말려들고 만다. 얼결에 몸값 전달책 신세가 되지만, 도리어 접선 장소에서 습격을 받아 돈가방을 도난당하고 만다. 돌연 협상을 중단한 채 잠적해버린 유괴범, 아무도 신뢰하지 못하는 피해자 가족, 의심을 거두지 않는 경찰, 어쩐지 묘한 부탁을 해오는 야쿠자사와자키를 기다리는 것은 끔찍한 덫일까, 작은 행운일까.”

 

건조함은 여전하고, 주인공 사와자키의 차분하고 냉소적인 말투도 달라지지 않았다. 멋진 작가라 할 수 있겠다. 범죄 소설에 관해서는 그 누구와 견주어도 부족함을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지만 거기에 충격을 받기 보다는 과연 끝은 어떨까? 를 계속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 다만, 결말의 놀라움 보다는 과정의 짜임새와 촘촘함이 더 인상적이라 할 수 있겠고. 재미나게 읽었다. 당연히 세 번째 이야기로 당장 손이 가게 되고.

 

범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라 료를 아직 못 읽었다면 꽤 애석할 것 같다.

 

 

#내가죽인소녀 #하라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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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전면개정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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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 시리즈(통상 사와자키 시리즈라 불리는) 마지막 이야기 지금부터의 내일이 무척 마음에 들어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어볼 생각으로 펼친 첫 번째 이야기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시리즈의 시작이지만 마지막과 아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진 않고 있다. 비슷한 정서와 분위기면서 이야기는 좀 더 박진감을 만들고 있다. 다만, 그 박진감이라는 것이 상대적인 의미일 뿐이라는 말을 더해야겠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시시하고 심심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오른손을 감춘 사내, 사라진 르포라이터, 도쿄 도지사 저격 사건헝클어진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질 때, 차갑고 비정한 밤의 도시는 긴 어둠에서 깨어난다!”

 

첫 이야기 또한 무덤덤한 시작을 보이고 있다. 누군가가 찾아오고, 오해와 엇갈림이 점점 사건으로 향하게 만든다. 만나는 사람들은 웃음기 없는 사람들이며, 주인공 사와자키가 내뱉는 냉담함 가득한 말들은 읽는 맛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저것 감추고 있던 것들이 꺼내지고 점점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도쿄 도심, 화려한 고층빌딩숲 외곽의 허름한 사무소. 중년의 탐정 사와자키가 홀로 의뢰인을 맞는다. 처음에는 두 명이서 시작한 사무소였지만, 전직 경찰이자 동업자인 와타나베는 대량의 마약을 폭력단으로부터 빼돌리고 현재는 도피중이다. 간간히 종이비행기로 접은 전단지에 몇 줄의 메모로 근황을 전해올 뿐. 오른손을 주머니에 감춘 낯선 사내는 어떤 르포라이터가 이 사무소를 찾은 적이 있냐고 물은 뒤 20만 엔의 현금을 남긴 채 사무소를 뒤로한다. 알 수 없는 의뢰인과 영문 모를 의뢰 내용에 당황하는 사와자키. 그런데 이내 유력 미술평론가의 변호사가 그 르포라이터의 행방을 알기 위해 역시 그를 찾아오고, 르포라이터의 실종은 당시 세상을 발칵 뒤엎어놓은 도쿄 도지사 저격사건과 맞닿아 있음이 밝혀지는데……. 얽히고설킨 복잡한 플롯, 수수께끼를 안은 매력적인 등장인물, 철저하게 계산된 대사, 현실감 있는 전개가 어우러진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고품격 미스터리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레이먼드 챈들러 / 필립 말로 풍의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할 것 없이 만족스러워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이걸 왜 읽느냐고 말할 것 같다. 무척 재미나게 읽었고 두 번째 이야기를 당장 찾게 된다.

 

 

#그리고밤은되살아난다 #하라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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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amoto) 저자, 황국영 역자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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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이름 정도() 알고 있었다. 그것도 영화 관련이라는 한정된 영역에 불과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지나치는 이름에 불과했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戦場のメリークリスマス Merry Christmas Mr. Lawrence’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음악이라 당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영화도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음악으로만 기억할 뿐이고 그래서인지 그렇게까지 마음을 사로잡진 않았다.

 

세월이 좀 더 흐른 다음 그가 단순히 영화음악가가 아닌 전방위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고, 어쩌다보니 전위음악이나 실험음악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어가면서 그를 지나칠 순 없게 되었다. 무슨 말인지 그의 방대한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수긍할 것이다.

 

단순히 서정적이고 내면을 파고드는 음악이 아닌 전위적인 음악도 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채워가던 그에게 조금은 흠모하는 기분이 들게 되었고, 그의 음악들을 하나씩 찾아보게 되었다. 때맞춰서 그와 관련된 여러 다큐멘터리나 관련 자료들을 접할 수 있게 되기도 했고.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았다.

 

점점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지만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좀 더 그를 알았으면 싶었다. 아직 발표한 음악들도 제대로 듣지도 못했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어처구니가 없을 수도 있지만 부음은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었다.

 

책방에서 책들을 둘러보던 중 그의 이름이 박혀진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부터 인상적이고 죽음의 예감으로 가득해서 어쩐지 지나칠 수 없었다. 역시나 말년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추억과 항암치료와 음악에 대한 여러 생각들 등 음악가인지 철학가인지 혹은 운동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사유의 조각들을 꺼내놓고 있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를 당장 찾아서 읽어보고 싶긴 하지만 조금은 천천히 찾고 싶기도 하다. 약간은 미루고 싶다.

 

스스로도 열심히는 살았지만 제대로 살았는지를 자신 있게 말하고 있진 않다. 몇몇 괴팍한 부분들과 논란거리들이 있어 그 생각이 틀렸음을 말하기는 머뭇거리게 될 것 같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흥미로운 모습들이, 그의 생각에 동의할 때도 있고 조금은 대들고 싶을 때가 있게 된다. 꽤 좋은 사람이었을 것 같지만, 젊을 때는 반대로 보통은 아니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음악을 최근 더 많이 찾기도 하고, 여러 플레이리스트나 관련 음악들을 꾸준하게 듣고 있기 때문에 방대한 그의 작업들을 몰아서 찾기 보다는 하나씩 천천히 알아가며 음악으로든 책으로든 다른 방식으로든 조금 더 길게 자주 혹은 간간히 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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