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 개정판 현대사상의 모험 14
조셉 캠벨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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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이 아직까지는 있어서일까? 이런 책이 눈에 들어오면 곧장 집어 들게 되는 것 같다. 당장 펼칠 정도는 아니지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는 한다.

 

이 책도 중고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던 중에 손에 쥐게 되었는데, 번역에 대한 불만을 많이 접해서 꺼려지긴 했지만 진지하게 혹은 집중해서 읽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적당한 재미를 느끼며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기억에 남는 건 많지 않았다.

 

 

비교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그간 연구해 온 다양한 문화권의 신화와 종교의 공통되는 현상을 집대성한 책. 저자는 어린 시절 아메리카 인디언의 민화를 접하고 문화적 접촉이 전혀 없었던 이들 민화와 아더왕 전설의 상징체계가 놀라우리만큼 유사한 데 착안, 모든 문화권 신화를 두루 꿰는 신화의 원형을 찾고자 노력했다.”

 

 

저자는 다양한 문화권의 신화-전설-종교에서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내 그만의 해석 혹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일종의 원형을 찾고 있고, 내용의 핵심을 찾아내려고 하고 있다.

 

저자의 방식과 비슷한 시도나 신화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논의를 접해본 적이 있어서 이 책의 입장과 내용이 크게 색다르진 않았다. 세계 각처에서 채집된 신화와 민간 전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 나쁘진 않았지만 어떤 남다른 빼어남을 찾지는 못하겠다. 내 안목이 부족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고. 어떤 원형을 알아보려는 의도는 분명 인상적이다. 그 뼈대를 찾아냄으로써 어떤 걸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다만, 읽기가 편하진 않았다. 어째서 번역에 대한 문제점을 말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고. 그런 불만을 꺼내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을 내면서 말하는지는 이해가 된다. 그런 걸 잘 느끼지 못하는 나란 사람도 읽으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 좀 더 예민했다면 어떤 점들인지 그런지 더 자세히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세세하게 말할 수준은 아니라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는 정도로 말을 끝내야겠다.

 

 

 

 

#천의얼굴을가진영웅 #조지프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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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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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소설을 좋아해서 이런 저런 책을 알아보던 중에 추천 도서로 되어 있어 읽어보게 됐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이름이 익숙해서 알아보니 예전에 읽었던 캐비닛을 쓴 작가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문체에서 작가 특유의 개성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제대로 설명하라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겠지만.

 

 

“1993년 봄과 여름의 이야기다. 마흔 살 건달의 짠내 나는 인생 이야기. 인생에도 사계가 있다면 마흔 살은 여름에 해당될 터, 그 뜨겁고 강렬한 날들의 기록이 부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국형 누아르의 쌉싸름하면서도 찐득한 맛이 살아 있으며, 두려울 것 없던 마흔 살 건달이 겪게 되는 정서적 절망감이 사실적이면서도 흡인력 있게 담긴 작품이다.”

 

 

범죄 소설이기보다는 깡패-건달에 관한 이야기다. 그 차이가 뭐냐면 다시 고갤 다른 곳으로 돌리겠지만. 범죄 소설이 보여주고 있는 정형화된 분위기, 어떤 음울함이나 거리의 이야기와는 다른 풍경과 맛을 느끼게 해준다.

 

술자리에서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는 일종의 썰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걸 기대하지 않은 사람은 바라던 게 아니라면서 시큰둥한 느낌이 들 수 있겠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라면 꽤 재미나게 즐길 수 있겠다.

 

다만, 아주 예측불가의 진행을 보여주진 않는다. 어느 정도는 예상대로면서 때때로 어쭈!? 라는 추임새를 꺼내게 하는 변칙적인-날렵한 모습이 있다고 해야 할까? 그걸 떠나서 어떤 식으로든 재미가 계속해서 뽑아내고 있다. 때때로 잔혹하고 지저분한 것들도 있긴 하지만 바로 그런 삶을 다루고 있으니 그걸로 트집을 잡을 순 없을 것이다. 아쉬운 점을 말하라면 조금은 군더더기가 있다는 점이랄까? 더 다듬어내고 발라냈다면 어땠을까?

 

뜨겁기 보다는 끈적거리는(찐득한) 내용이다. 짠내로 가득하고. “정서적 절망감을 말하지만 그것 보다는 이제는 늙고 지쳐가는 사람의 갑갑함을 잘 느끼게 해주고 있다. 어떤 지겨움으로 가득하다. 몸도 마음도 피곤해진 사람이 어떤 사건을 겪고 변화를 겪는지 지켜보게 해준다.

 

 

그러나 폭력조직이란, 아니, 세상이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기에 거대 세력 간 충돌과 음모 앞에 개인의 삶과 신념은 이용당하고 희생되기 마련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기 일신의 안위를 살피고, 눈앞의 이익을 좇고, 암투와 회유, 배신으로 일희일비한다. 그런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격랑이 이토록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갈등과 첨예한 권력 싸움에 휘말렸음에도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꾸려나가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던지는 그 뜨거움 때문이다. 즉흥적이고 속물적인 방식으로라도 자신이 바라는 것,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적으로 슬프고 씁쓸한 우리네 인생이기 때문이다.”

 

 

#뜨거운피 #김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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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시계공 사이언스 클래식 3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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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결 양상을 다룬이 책은 읽기는 했지만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뭘 읽었는지에 대해서 말이 나오기 보다는 입이 다물어지게 된다. 아직도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을 능력이 되진 못하는 것 같다. 좌절감이 느껴진다. 앎의 부족함으로.

 

다윈의 진화 이론을 비판하는 반다윈주의자 및 창조론자들에게 반박하며 진화 이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들을 예로 들고, 생물의 복잡성과 유전자의 효율성 등을 밝혔다. 또한 다윈주의의 대체 이론으로 알려져 있는 다른 진화 이론들이 왜 대체 이론이 될 수 없는지를 주장했다. 진화론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부 이론들의 경쟁도 다루어 진화론 입문서로도 적당하다.“

 

진화론이 뭔지 조금은 알게 해주고는 있지만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또한 읽었어도 뭘 읽었는지 기억나는 게 없었던 사람인지라 그냥 읽은 것 자체만으로 우선은 만족해야만 할 것 같다.

 

진화론에 대해서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는 책으로 어느 정도 유명하다고 알고 있다.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어떻게든 읽게는 해주고 있으니 그건 맞는 말일 것 같다.

 

 

#눈먼시계공 #리처드도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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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탐정 버티고 시리즈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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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레퀴엠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부족한 건 아니지만 마음에 들지 않다고 해야 할까? 긴박감도 생각보다 약했고, 분위기도 조금은 들뜨고 유쾌한 분위기라 좀 더 무겁고 어둑한 걸 혹은 건조한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이게 뭐야? 하는 기분이었다.

 

그런 생각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 없이 펼친 마지막 탐정은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서 조금은 의외였다. 긴박감과 절박감이 살아 있었다. 액션도 꽤 흡족했고. ‘L.A 레퀴엠의 후속작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와 내용으로 꾸려져 있다. ‘마지막 탐정은 아동 유괴라는 피 말리는 상황을 아주 인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한 아이가 유괴되기 전후의 상황을 추리하는 과정과 LA 시내를 가로지르는 카 체이스, 여러 명의 캐릭터가 좁은 공간에서 서로에게 총과 칼을 겨누는 숨이 멎을 듯한 최후의 대결 등이 흥미진진한 액션 영화의 장면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폭발적인 액션과 강렬한 서스펜스, 탁월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서늘하고, 빈틈없는 구성과 깊이 있는 감정을 동시에 전한다.

LA 협곡에 위치한 엘비스 콜의 집에서 그의 연인 루시 셰니에의 아들 벤이 납치당한다. 루시가 출장을 간 동안 벤은 엘비스와 함께 지냈는데 그녀가 돌아오던 날, 집 밖에서 혼자 놀던 아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엘비스는 베트남전에서 작전 수행 중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복수로 아이를 납치한 거라는 전화를 유괴범으로부터 받고, 자신 때문에 벤이 유괴되었다는 데 심한 자책감을 느낀다.”

 

 

‘L.A 레퀴엠에서 보여주고 있던 경쾌함과 유쾌함을 생략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식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반대로 그 부분이 거슬렸던 사람들이라면 무척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 것 같고. 이 시리즈는 각 편마다 분위기가 무척 다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탐정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더 좋았다.

 

전작이 조 파이크라는 인물에 대한 내면을 탐구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은 이 시리즈의 주인공 엘비스 콜의 과거를 상세하게 살펴보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혹은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잡아가고 있다는 점과 뒷부분의 반전이 어느 정도는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느낌도 없진 않지만 읽는 재미가 확실하고, 속도감과 긴장감을 잘 만들어내고 있어 범죄 소설 혹은 액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쁘지 않은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마지막 탐정은 치열하게 실종 단서를 쫓는 며칠간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초 단위로 촘촘하게 구성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책의 재미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과거와 현재, 실재와 기억이 뒤섞여야만 사건의 실마리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유괴범이 통고한 데드라인이 가까워지고 범행 동기가 드러나면서 서스펜스는 참지 못할 지경에 다다른다. 작가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사건의 줄기를 짜임새 있게 엮어내며 독자의 기대감을 높이는 재능을 발휘한다.

실종된 아이의 부모, 납치범, 경찰, 목격자 등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주인공뿐만 아니라 조역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품고 있는 사연이 펼쳐지는 점도 흥미롭다. 다양한 시점으로 쓰인 덕분에 한결 풍부하고 입체적인 서사가 완성되었다. 특별히 마지막 탐정은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콤비, 엘비스 콜과 그의 파트너인 조 파이크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작인 L.A 레퀴엠이 조 파이크가 어떤 성장기를 거쳐서 무뚝뚝하고 과묵한 사람이 됐는지를 보여줬다면, 마지막 탐정은 엘비스 콜의 유년기와 놀림감이 되곤 했던 엘비스라는 이름을 얻게 된 사연, 그리고 그가 베트남전에 참전해서 겪은 아픔까지 콜이 겪어온 오랜 시간을 독자와 공유한다. 마지막 탐정이 코끝이 시큰할 만큼 진한 여운을 남기는 건 서스펜스를 뛰어 넘는 이러한 미덕 덕분일 것이다.”

 

 

책소개가 말해주는 끝내주는 재미까진 아니더라도 읽는 맛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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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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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원작이 있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봤었다. 무척 인상적이어서 어쩐지 소설을(영화가 만족스러워 좀 더 알아보니 원작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읽고 싶어졌고, 영화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세월이 흐른 이제야(11년이 지난 뒤에야) 읽게 됐다. 10년 넘게 책장에 모셔져 있었던 게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인도 폰디체리, 동물원을 운영하는 부모님 아래서 태어나 사랑과 종교, 세상의 이야기들을 열렬히 탐구하던 인도 소년 파이 파텔. ‘피신이라는 본명이 오줌을 싼다는 피싱과 비슷한 발음으로 들려 놀림을 받자 스스로 칠판에 π = 3.14”를 또박또박 적어가며 새로운 이름을 지어낸 이 인도 소년은 온화한 부모님, 스포츠에 열광하는 형과 함께 행복하게 자란다.

파이가 열여섯이 되던 해, 캐나다로 이주하기 위해 커다란 화물선에 온 가족과 동물들이 함께 오르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배가 좌초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한 척의 구명보트에 오른 건 파이와 네 마리 동물,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과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커다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뿐이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파이는 이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만들기 위해 당장의 생존을 시작한다.“

 

 

영화를 떠올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세월이 지난 다음에 원작을 읽었으나 줄거리-내용만 놓고 본다면 소설과 영화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영화를 먼저 봤으니 어쩔 수 없이 읽는 중에 계속 영화의 여러 장면이 떠올려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보여준 시각적인 놀라움 때문에 원작이 묻혀진다는 식의 말을 꺼내고 싶진 않다. 각각의 매력이 있기 마련이니까. 다만, 영화가 보여준 속도감 있는 진행 때문에 소설은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겠다. 혹은 세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말을 하거나. 영화가 원작을 잘 옮겼다는 뜻일 수도 있고.

 

영화를 말했을 때도 그랬지만 길고 긴 고난을 겪은 다음 조사원들에게 영화도 원작도 비슷한 방식으로 2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나는 믿겨지지 않고, 다른 하나는 마찬가지로 놀랍지만 적당하고 그럴듯하다. 둘 다 흥미로운 진실이겠지만 과연 어떤 내용이 진짜 진실일지는 계속해서 선택하기가 어렵고 고민된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거의 모든 내용을 채우고 있다가 돌연 전혀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어떤 게 마음에 드는지 질문을 던진다. 뭐가 맞을까? 뭐든 바다에서 그런 식으로(호랑이든 도살자든) 227일을 보내고 싶진 않다. 어떤 게 진실이든 두 이야기 모두 그 괴롭기만 한 경험을 통해서 삶을 조금은 생각해보게 해주고 있어 무척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파이이야기 #얀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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