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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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출간된 줄 모르고 있었다.

권오경 작가라는 사람도 알고 있지 않았고.

김지현 옮김을 보면서 뭘 잘못 읽은 줄 알았다.

촌스럽게 한국계 미국인 작가라는 생각은 아예 하질 않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처음부터 뭔가 맞물려지는 것 없이 삐걱거리는 느낌으로 읽게 됐다.

 

그래서인지, 그리고 어떤 정보도 없이 접해서인지 다 읽은 다음에도 뭘 읽었는지 시원하게 설명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럴만한 책도 아니긴 하지만...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뭔가 답답하게 끌다가 막나가는 식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기 때문에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선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어쩌다보니 그런 식으로 손에 들어왔고, 궁금 반 의무 반이라는 마음으로 읽게 됐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시작했으니 읽어가면서도 도대체 뭔 내용인지... 혼자 중얼거리며 읽어나갔다.

 

3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남성 2명 여성 1.

일종의 사랑이야기라 할 수 있다.

다만, 삼각관계는 아니기도 하다.

종교적 집착 혹은 광신 그게 아니면 믿음이라는 핑계-이유로 망가져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걸 속절없이 지켜보는 과정이기도 할 것 같다.

 

극단주의 기독교에 연루된 여성과 그를 사랑한 한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종교적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작품이다.”

 

누구에 관한 내용인지 쉽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점점 깊숙한 믿음에 빠져가는 피비에 관한 내용인지 그걸 사랑 속에서 바라보는 윌에 관한 이야기인지... 광신을 불어넣는 존 릴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할 순 있겠다. 피비 / 윌이 만드는 긴장감에 관한 것인지, 피비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어가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윌이 어떻게 좌절하고 무력감 속에서 삶을 받아들이는 것인지 명쾌하게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그것들이 얽히고설켜진 이야기라면 적당하게 설명한 것 같다.

 

제목이 함의하듯, 이 소설은 열정적인 사랑의 균열과 극단주의자들의 심리에 대한 섬세한 시선이 돋보인다. 작품의 큰 축은 컬트 종교이나, 작가는 컬트 종교에 대한 묘사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기보다는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되는 인간의 상실감과 결핍, 사랑이라는 명분하에 벌어지는 몰이해와 통제욕,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에 대해 증언한다. 종교, 사랑, 낙태 등의 정치적 이슈를 오가는 흡입력 있는 서사를 갖춘 작품으로 다양한 독자들에게 다채로운 지점으로 파고들 것이다.”

 

종교도 믿음도 딱히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흥미롭게 읽혀지진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 읽는다면 조금은 다르게 읽혀질지도 모른다. 혹은 이방인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이라면 좀 더 인상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민자라면? 알고 있는 이민자가 없어서 물어보진 못할 것 같다.

 

 

참고 : “제목 인센디어리스The Incendiaries 영어 단어 인센디어리 Incendiary 의 복수형으로, 작가는 제목으로서 여러 해석을 담을 수 있는 풍부한 단어를 원했다. ‘인센디어리는 방화 혹은 폭탄을 가리키는 동시에 선동적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는 열정, 테러리즘과 연결되며, 우리는 종종 무언가에 혼신의 힘을 다할 때 자신을 불사른다고 말한다. 제목이 함의하듯, 이 소설은 열정적인 사랑의 균열과 극단주의자들의 심리에 대한 섬세한 시선이 돋보인다. 작품의 큰 축은 컬트 종교이나, 작가는 컬트 종교에 대한 묘사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기보다는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되는 인간의 상실감과 결핍, 사랑이라는 명분하에 벌어지는 몰이해와 통제욕,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에 대해 증언한다. 종교, 사랑, 낙태 등의 정치적 이슈를 오가는 흡입력 있는 서사를 갖춘 작품으로 다양한 독자들에게 다채로운 지점으로 파고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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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성 인류학 - 무의식에서 발견하는 대안적 지성, 카이에 소바주 5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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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알게 되었고 그 당시와 졸업 직후에 읽었던 카이에 소바주(야생적 사고의 산책) 시리즈는 단순히 신화/종교에 관한 논의만이 아닌 다양한 지식의 영역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내용이었다. 모르고 있던 분야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는 기회였었고, 반대로 생소한 점도 많았다. 읽기가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저자가 무척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주고 있다.

 

네 번째 논의까지는 순서 없이 읽긴 했으나(기억이 맞다면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를 가장 먼저 읽었던 것 같다) 각각의 논의들이 안겨주는 (읽는) 재미가 좋아서 하나씩 읽어나가다가 마지막 다섯 번째 논의만 읽지 못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빼먹은 것 같다. 간간히 이왕 읽기 시작했으니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도 그 순간만 마음 먹었다가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이제야 긴 세월이 흐른 다음에 손에 쥐게 됐다.

 

“'대칭성'이라는 일관된 축을 견지하던 저자가 이를 하나의 학문(대칭성인류학)으로 자리매김하며 지적 통합을 이루어내고 있다. 시리즈 전체의 내용을 하나의 전체성으로 아우르면서 궁극적으로 인류가 회복하고 지향해야 할 '지혜'는 무엇인지 모색한다.”

이번 다섯 번째는 지금까지 다뤘던 내용들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어 복습하는 것처럼, 혹은 1권부터 4권까지의 논의를 하나로 아울러내는 내용이라 볼 수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인지 각기 개성 강했던 이전에 비해서는 심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대칭성과 불교라는 대안이 과연 알맞은지... 제대로 된 대안이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컸고.

 

카이에 소바주를 마무리하는 제5권은 시리즈 전체의 전개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대칭성이라는 개념을 하나의 공리계公理系(axiomatic system: 어떤 과학 영역의 근저를 이루는 근본 명제의 체계-옮긴이)로까지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이다. 이 대칭성이라는 개념은 최근 1, 2년 동안 내 강의의 중심 테마를 이루어온 것인데, 사실그것은 내 사고 속에서 오랜 숙성기간을 거쳐 구체화된 것이다.”

 

결론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저자의 관심과 문제의식 그리고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지적 모험 자체만으로도 주목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해서 결말이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추천-칭찬할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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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뮨주의 선언 - 우정과 기쁨의 정치학
고병권.이진경 지음 / 교양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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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공간 수유+너머'

 

인문학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 한때는 혹은 지금도 꽤 알려진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이름정도는 들어봤을 것이고, 이진경 / 고병권 같은 연구자들의 이름 또한 접해봤을 것이다. 그 이름들을 들을 때 뭔가 설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2000년대 초 (한국에서) 유행하던 인문학 흐름의 중심에 있던, 주목받던 그들이었고 활발한 활동을 하던 둘(그리고 동료들)이 함께 쓴 이 책은 간헐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언급되었던 코뮨주의를 정치적,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이념적 지향을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말해주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아직 그들 스스로도 뭔가 잘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공산주의는 물론이고,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온갖 이념들, 즉 개인주의, 공동체주의, 전체주의, 국가주의, 유기체주의, 인간주의, 가족주의, 엄숙주의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코뮨주의의 이념적 특이성이 어디에 있는지명쾌하게 말해주기 보다는 그걸 찾고 있는 과정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그 과정이 결론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코뮨주의는 과정에 관한 것이라고.

 

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때의 생각 그대로인지도 궁금하다. 폐기했을지도 모르고, 방향을 수정했을지도 모른다. 과연 그들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게 아니면 그냥 소규모 공동체일 뿐일까? 낙천-낙관적으로 자신들에 대해서 말할 것 같지만... 이제는 관심이 시들해져서인지 옛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었을 뿐이다. 그때는 무척 관심이 컸었으니까.

 

일종의 추억읽기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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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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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

 

 

일종의 자서전이면서 회고록이고, 널리 알려진 연쇄살인범들에 관한 사례집이기도 한 이 책은 미국 FBI'살아 있는 전설'이자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제이슨 기디언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진 존 더글러스. 자신의 생애를 바쳐 범죄자들의 마음을 탐구한 그의 회고록이며 지금은 일상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익숙해진 '프로파일링' 수사기법. 그러나 프로파일링은 고사하고 '연쇄 살인범'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부터 제대로 된 이해와 체계화가 이뤄진 지금 현재까지에 관한 연대기이기도 하다.

 

막연하게 시작은 했지만 엄청난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범죄와 인간, 인간성, 사회범죄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범죄학 보고서이기도 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쉽사리 읽어내기가 가능하진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가득하게 읽게 된다.

 

연쇄살인이나 잔혹한 범죄에 관한 여러 책들을 읽어봤기 때문에 아주 다른 구성이라 할 순 없지만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과 주관 그리고 삶을 함께 다루면서 사건에 대해, 살인범들에 관해 상세히 풀어내고 있어 1인칭의 시점으로 읽게 되고 저자의 상황에 쉽게 빠져들어 읽게 되는 것 같다.

 

아주 재미나게 흥미롭게 그리고 긴장감 가득하게 써냈다. 훌륭하다. 이런 쪽 책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걸 먼저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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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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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인상적인 제목 때문에 지은이의 이름은 잊었어도 제목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나중에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은 먹었지만 이렇게 뒤늦게 읽을 줄은 몰랐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증 환자부터 현실과 완전히 격리될 정도로 중증의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들까지 올리버 색스가 엄밀히 관찰하고 따뜻하게 써낸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사람들의 독특한 임상 기록이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제목만 항상 머리에 남아 있던 책이라 중증의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에 대한 임상 기록인지도 읽으면서 알게 됐다. 생각보다는 짧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 어렵진 않았고.

 

너무 개성 있는 사례들이 많아서 실제로 저런 환자들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척 독특한 이야기들로 다가온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성장과 적응을 모색하며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는 환자들. 그들의 모습을 저자는 신경학자로서의 전문적 식견과 따스한 휴머니즘, 인간 존엄에 대한 애정과 신뢰 가득한 시선으로 담아낸점에서는 사례나 임상기록 이기 보다는 일종의 수필-에세이라는 느낌도 들고.

 

어떤 불편함을 잔뜩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리고 저자가 다루는 사람들과는 다른, 지극히 평범한 삶과 몸상태인 나 자신에게 무언가 다른 사람들을 접했을 때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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