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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amoto) 저자, 황국영 역자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평점 :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것도 영화 관련이라는 한정된 영역에 불과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지나치는 이름에 불과했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戦場のメリークリスマス Merry Christmas Mr. Lawrence’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음악이라 당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영화도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음악으로만 기억할 뿐이고 그래서인지 그렇게까지 마음을 사로잡진 않았다.
세월이 좀 더 흐른 다음 그가 단순히 영화음악가가 아닌 전방위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고, 어쩌다보니 전위음악이나 실험음악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어가면서 그를 지나칠 순 없게 되었다. 무슨 말인지 그의 방대한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수긍할 것이다.
단순히 서정적이고 내면을 파고드는 음악이 아닌 전위적인 음악도 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채워가던 그에게 조금은 흠모하는 기분이 들게 되었고, 그의 음악들을 하나씩 찾아보게 되었다. 때맞춰서 그와 관련된 여러 다큐멘터리나 관련 자료들을 접할 수 있게 되기도 했고.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았다.
점점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지만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좀 더 그를 알았으면 싶었다. 아직 발표한 음악들도 제대로 듣지도 못했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어처구니가 없을 수도 있지만 부음은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었다.
책방에서 책들을 둘러보던 중 그의 이름이 박혀진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부터 인상적이고 죽음의 예감으로 가득해서 어쩐지 지나칠 수 없었다. 역시나 말년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추억과 항암치료와 음악에 대한 여러 생각들 등 음악가인지 철학가인지 혹은 운동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사유의 조각들을 꺼내놓고 있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를 당장 찾아서 읽어보고 싶긴 하지만 조금은 천천히 찾고 싶기도 하다. 약간은 미루고 싶다.
스스로도 열심히는 살았지만 제대로 살았는지를 자신 있게 말하고 있진 않다. 몇몇 괴팍한 부분들과 논란거리들이 있어 그 생각이 틀렸음을 말하기는 머뭇거리게 될 것 같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흥미로운 모습들이, 그의 생각에 동의할 때도 있고 조금은 대들고 싶을 때가 있게 된다. 꽤 좋은 사람이었을 것 같지만, 젊을 때는 반대로 보통은 아니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음악을 최근 더 많이 찾기도 하고, 여러 플레이리스트나 관련 음악들을 꾸준하게 듣고 있기 때문에 방대한 그의 작업들을 몰아서 찾기 보다는 하나씩 천천히 알아가며 음악으로든 책으로든 다른 방식으로든 조금 더 길게 자주 혹은 간간히 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