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뮨주의 선언 - 우정과 기쁨의 정치학
고병권.이진경 지음 / 교양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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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공간 수유+너머'

 

인문학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 한때는 혹은 지금도 꽤 알려진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이름정도는 들어봤을 것이고, 이진경 / 고병권 같은 연구자들의 이름 또한 접해봤을 것이다. 그 이름들을 들을 때 뭔가 설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2000년대 초 (한국에서) 유행하던 인문학 흐름의 중심에 있던, 주목받던 그들이었고 활발한 활동을 하던 둘(그리고 동료들)이 함께 쓴 이 책은 간헐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언급되었던 코뮨주의를 정치적,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이념적 지향을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말해주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아직 그들 스스로도 뭔가 잘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공산주의는 물론이고,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온갖 이념들, 즉 개인주의, 공동체주의, 전체주의, 국가주의, 유기체주의, 인간주의, 가족주의, 엄숙주의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코뮨주의의 이념적 특이성이 어디에 있는지명쾌하게 말해주기 보다는 그걸 찾고 있는 과정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그 과정이 결론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코뮨주의는 과정에 관한 것이라고.

 

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때의 생각 그대로인지도 궁금하다. 폐기했을지도 모르고, 방향을 수정했을지도 모른다. 과연 그들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게 아니면 그냥 소규모 공동체일 뿐일까? 낙천-낙관적으로 자신들에 대해서 말할 것 같지만... 이제는 관심이 시들해져서인지 옛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었을 뿐이다. 그때는 무척 관심이 컸었으니까.

 

일종의 추억읽기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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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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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

 

 

일종의 자서전이면서 회고록이고, 널리 알려진 연쇄살인범들에 관한 사례집이기도 한 이 책은 미국 FBI'살아 있는 전설'이자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제이슨 기디언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진 존 더글러스. 자신의 생애를 바쳐 범죄자들의 마음을 탐구한 그의 회고록이며 지금은 일상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익숙해진 '프로파일링' 수사기법. 그러나 프로파일링은 고사하고 '연쇄 살인범'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부터 제대로 된 이해와 체계화가 이뤄진 지금 현재까지에 관한 연대기이기도 하다.

 

막연하게 시작은 했지만 엄청난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범죄와 인간, 인간성, 사회범죄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범죄학 보고서이기도 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쉽사리 읽어내기가 가능하진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가득하게 읽게 된다.

 

연쇄살인이나 잔혹한 범죄에 관한 여러 책들을 읽어봤기 때문에 아주 다른 구성이라 할 순 없지만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과 주관 그리고 삶을 함께 다루면서 사건에 대해, 살인범들에 관해 상세히 풀어내고 있어 1인칭의 시점으로 읽게 되고 저자의 상황에 쉽게 빠져들어 읽게 되는 것 같다.

 

아주 재미나게 흥미롭게 그리고 긴장감 가득하게 써냈다. 훌륭하다. 이런 쪽 책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걸 먼저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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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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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인상적인 제목 때문에 지은이의 이름은 잊었어도 제목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나중에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은 먹었지만 이렇게 뒤늦게 읽을 줄은 몰랐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증 환자부터 현실과 완전히 격리될 정도로 중증의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들까지 올리버 색스가 엄밀히 관찰하고 따뜻하게 써낸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사람들의 독특한 임상 기록이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제목만 항상 머리에 남아 있던 책이라 중증의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에 대한 임상 기록인지도 읽으면서 알게 됐다. 생각보다는 짧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 어렵진 않았고.

 

너무 개성 있는 사례들이 많아서 실제로 저런 환자들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척 독특한 이야기들로 다가온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성장과 적응을 모색하며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는 환자들. 그들의 모습을 저자는 신경학자로서의 전문적 식견과 따스한 휴머니즘, 인간 존엄에 대한 애정과 신뢰 가득한 시선으로 담아낸점에서는 사례나 임상기록 이기 보다는 일종의 수필-에세이라는 느낌도 들고.

 

어떤 불편함을 잔뜩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리고 저자가 다루는 사람들과는 다른, 지극히 평범한 삶과 몸상태인 나 자신에게 무언가 다른 사람들을 접했을 때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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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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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저서들을 그동안 많이 읽어왔고, 문제의식이나 관심분야에 대해서 공감할 때도 많은 걸 배울 때도 있었다. 만난 적 없지만 스승이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렇게 거창하게 말해도 읽은 다음 머리에 남아 있는 건 얼마 없어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조금은(그리고 무척) 부끄럽긴 하지만.

 

노동문제와 민주주의를 평생 연구 주제로 했던 저자가 “20118월부터 20125월 말까지 10개월에 걸쳐 [경향신문]에 연재된 글들을 책의 형태에 맞게 고쳐 쓴이 책은 기존에 다뤘던 내용들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고 있어 아주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좀 더 단호하고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모호하거나 고민 가득하기 보다는 어떤 해법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

 

길게 썼을 수도 있겠지만 지면의 한계와 읽는 대상자들에 맞는 눈높이로 설득력을 갖추면서 문제제기와 통찰력 모두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저자에게 관심 있던 사람들이라면 거꾸로 이런 책부터 먼저 읽고 다른 저서들을 읽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의 상처투성이 삶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노동 없는한국 민주주의의 결과임을 말한다. 자신의 노동으로 소득을 얻고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생산자 집단들이 생활 세계와 시민사회, 나아가 정당 체제의 영역에서 사실상 무권리 상태에 있다는 증언인 셈이기도 하다. 그리고 질문한다. 민주화 25년이 지난 지금, 도대체 우리가 꿈꾸고 바랐던 민주화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저자의 입장은 한국사회에 꽤 도움이 되는 의견이고 생각이겠지만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사람들은 무척 적은 것 같다. 아니, 많다고 하더라도 그렇기만 할 뿐이고 변화나 개선의 의지까지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작은 목소리일 것이고 전달되지 않는 외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지 않을까? 점점 세상은 각박해져만 가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라도 변화가 일어나길 사람이라면 짧게 꾸며진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시 다듬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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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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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마드랜드는 깊은 인상을 남기는 내용이었다. 몇몇 부분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고 싶기는 했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영화였다.

 

“"이게 새로운 은퇴자들의 시대예요." 책 속 인물의 말 한마디가 이 책에 대한 가장 간략한 소개 같다. 집 대신 차에서 살며 평생 일하는 삶, 미국 노년층의 뉴노멀이다. 책은 이 노마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좇는다. 평생 일했고, 성실했고, 전문 분야가 있었고, 한때 다른 이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기도 했고, 존경받기도 했던 이들은 지금 길 위에 있다. 세상이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열심히 살았지만 삶에서 튕겨져 나오는 데는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았다.

스스로는 상상하지 않았던 미래라도 세상은 이들을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마존의 물류창고는 차에서 살며 일하는 노년층을 환영한다. 값싸고 성실하고 금방 교체되는 인력, 사용자 입장에서는 반길 조건이다. 노마드 노동자들은 물류창고에서, 캠핑장에서, 놀이공원에서 쉼 없이 노동하며 하루하루 스스로를 먹여 살린다.

열악한 풍경이지만 이들의 삶이 온통 잿빛인 것은 아니다. 차 안에도 기쁨과 낙관, 새로운 희망의 자리는 있다. 이들은 서로를 붙잡고 꿈을 꾼다. 인생의 바닥에서 여전히 농담할 여유를 찾고 삶을 긍정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왜 늘 애쓰는 건 개인뿐일까. 파괴되고 배신당한 삶들에 대한 책임마저 개개인에 맡긴다면, 국가의 의미는 무엇인가. 크고 굵은 질문을 남기는 책이다.”

 

영화를 통해서 이 논픽션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영화를 알게 되어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논픽션이기 때문에 특정한 이야기 구조가 있는 영화와는 다른 모양새지만 영화를 생각하며 책을 읽는다면 더 와 닿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영화와 이 책은 아름답게 포개지고 있다.

 

미국에서 고정된 주거지 없이 자동차에서 살며 저임금 떠돌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한 노년 여성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묘사한 논픽션. 이 새로운 노마드노동자들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집을 포기하고 길 위의 삶을 택한 퇴직한 노년의 노동자들이 주를 이룬다. 평생을 끊임없이 일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사람들.

책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가장 집요하게 착취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이 주는 감동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회적 불의에 분노하고 문제를 절감하게 하는 한편으로 우리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또 집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미국의 주거지 문제나 경제적 곤궁함 혹은 사회적인 문제나 인종문제까지 미국 사회의 현실을 그리고 문제점에 대해 사려 깊게 다루고는 있지만 아주 집중해서 읽게 되진 않는다. 아마도 결국에는 타국이기 때문이 아닐까? 다만, 조금을 다른 시선으로 미국에서 일어난 재앙이 한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벌어질지는 생각해보게 만든다. 동일하진 않겠지만 아주 다르지도 않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주거지 문제, 경제적 곤궁함에서 이어지는 사회문제는 동일하게 발생할 것이니까. 어쩌면 더 극단적으로 벌어질 것이고.

 

““거기서 혼자 지내게 되진 않을 거예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노마드랜드너는 혼자다라는 메시지에 있는 힘껏 맞서 싸우기 위해 기획되고 쓰여진 이야기였음을 그제야 총체적으로 깨달았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린다는 혼자 지내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자신이 길에서 만난 친구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절대로 혼자 두지 않을 사람, 남을 착취하지 않고 남에게 착취당하지도 않으면서 사는 삶이 함께라면 가능할 거라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므로.“

 

저런 생각과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에서처럼 혼자가 아니라는 말에 반박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한국사회에서는 오히려 넌 혼자라는 말을 더 가혹하게 깨닫게 되진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게 아름다운 책이라고 말하는 게 과연 맞는 표현인지 고민하게 된다. 반대로 고통과 괴로움으로 가득한 책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행복을 그리고 낙관과 긍정을 찾지만 맞는 방식인지는 대답을 미루게 만든다.

 

미국에서 고정된 주거지 없이 자동차에서 살며 저임금 떠돌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한 노년 여성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묘사한 논픽션. 이 새로운 노마드노동자들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집을 포기하고 길 위의 삶을 택한 퇴직한 노년의 노동자들이 주를 이룬다. 평생을 끊임없이 일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사람들.

책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가장 집요하게 착취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이 주는 감동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회적 불의에 분노하고 문제를 절감하게 하는 한편으로 우리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또 집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택한 삶이고, 그 어쩔 수 없는 선택 속에서 받아들이고 느끼게 되는 긍정과 행복이라면 그게 과연 맞는 행복인지가 계속해서 의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과연 지금 세상에서 행복이 뭔지 멋진 삶이란 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르고.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까지 하게 되진 않는다. 그런 식의 질문은 의미는 있을지라도 말장난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그들만의 연대에 대해서는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건 상처받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만의 연대이자 공감일 것이다.

 

이제는 40을 넘어 50을 향하는 사람인지 편하게 읽혀지지도 않고 마냥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되지도 않는다.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괴로운 나날들을 이겨내고 견뎌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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