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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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일종의 신앙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는 않지만(하지만 개인적으로 호밀밭...’은 몇 번 읽었어도 이상할 정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무덤덤한 기분으로 이렇다 할 감동이나 재미없이 그저 그런 기분만 들었을 뿐이다. ‘호밀밭...’에 깊은 의미를 두고 있는 사람을 만날 때면 무척 궁금하게 될 때가 있다. 왜 그 작품이 좋은 것일까?), 어쩌면 좀 더 깊은 감동을 남기기도 하고, 만약 이 작품을 이미 읽었다면 무언가를 생각하게 될 때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약간이라도) 동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앵무새 죽이기는 여전히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고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고 충분히 그럴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을 발표하고 은둔하듯이 살아가고 있는 (‘호밀밭...’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도 그렇지만 첫 작품의 거대한 성공에 어쩔 줄을 모르며 난처한 것인가? 능력 이상의 성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견뎌낼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성공이었던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미국 작가의 이상한 수줍음일까? 딱히 다른 국가의 작가들 중에서 단 한편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작가는 없었던 것 같다. 혹은 하퍼 리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작가는 없었던 것 같다) 하퍼 리의 또다른 작품이 발표되기 직전의 상황이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려 다시 읽게 된 앵무새...’는 처음에 읽었을 때 보다는 좀 더 흥미롭게 읽혀지고 있고 놓쳤거나 아예 생각나지도 않던 내용들도 있어서 다시금 읽기 보다는 처음 읽는 느낌으로 읽혀지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인지 좀 더 흥미롭게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읽는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는 앵무새...’는 단순하게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혀질 수 있겠지만 그것 말고도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읽을수록 여러 생각들이 떠올려지게 되는 것 같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는 앵무새...’는 성장소설의 틀 속에서 개인적인 이야기-기억-추억들을 끄집어내면서 그런 이야기와 함께 보편적인 공감-설득을 만들어내는 사건을 함께 더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특수한 상황-사건에 어떤 식으로 보편성을 함께 더할 수 있는지-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매력적인 (혹은 빼어난 수준의) 대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작품의 관찰자이며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소녀 스카웃의 시선으로 소녀의 오빠인 제롬과 아빠인 애티커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만들어내고 개입되는 사건들을 통해서 여러 이야기와 생각들 그리고 고민들이 잘 어우러져 있으며, 작품 속에서 중심이 되는 사건을 통해서도 다양한 논의들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면서 그런 논의들이 어떤 식으로 여러 편견과 선입관 그리고 누군가에 대한 잘못들을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만들고 변하게 만드는(만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을지를 고민하게 해주며 작품은 꾸며지고 있다.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화에 대한 생각을 갖도록 만드는 힘을 여전히 잃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반대로 지금의 현실이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변화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기도 한 것 같다.

 

앵무새...’가 이야기의 구성이나 진행에 있어서 완벽하다고 말하거나 어떠한 틈새도 찾을 수 없다고 말하기 보다는 작가의 첫 작품이 갖고 있는 허술함이 그리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많은 것들이 들쭉날쭉하게 이어지고 겹쳐져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그것들이 불만스럽거나 불편하기 보다는 결국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이걸로도 충분하고 더할 수 없는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의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 같다.

 

신념과 정의

공정함

존엄과 존중

타인에 대한 배려

인종이 아닌 인간으로서 바라봄

(인종차별만이 아닌)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차별에 대한 비판

 

하퍼 리의 신작인 파수꾼때문에 앵무새...’에서 다뤄진 내용들이 무척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고 조금은 충격적인 변화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앵무새...’에서 등장했던 이들을 재평가하게 만들고 재해석하게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파수꾼을 함께 엮어서 생각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생각들을 해보게 되는 것이 크게 틀린 이해는 아닐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파수꾼때문에 마치 숨겨진 진실을 폭로하듯이 앵무새...’가 재해석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서 좀 더 다양한 논의-논란이 벌어졌으니 어떤 식으로든 제대로 된 평가-판단이 필요하게 되기는 했지만 그러기에는 조금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모든 평가-판단은 결국 (혹은 대부분)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가 과연 실제로 어떤 인물로 이해해야 할 것인가? 에 집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가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사람인지 혹은 결국에는 그렇지 않은 입장이면서 온정적인 입장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여러 논쟁-논란이 벌어지게 되는 것 같고, 그건 파수꾼을 통해서 폭로되듯이 혹은 불거지듯이 얘기되고 있는 것 같은데,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니 뭘 그렇게 난리법석인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파수꾼앵무새...’ 이전에 완성된 작품이었고(다만 발표가 이처럼 미뤄졌을 뿐이었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앵무새...’가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파수꾼앵무새...’ 보다 이후의 시기이지만 미발표된 작품이었고 여러 가지로 새로운 조합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생각하게 된다면 그런 성격적인 변화 혹은 달라짐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퍼 리는 인종차별과 관련된 갈등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할 것인지를 고민했을 뿐이지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라는 인물을 어떤 식으로도 훼손하지 않으려는 입장은 아니었을 것 같다. 다만, ‘파수꾼뒤늦은 발표로 인해서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에 대한 큰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충격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에는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반대로 개인적으로 파수꾼에서 앵무새...’ 내용들이 어떤 식으로 언급이 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게 된다. 출판을 위해서 여러 내용들이 뜯어고쳐졌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완성 속에서 과연 과거가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다뤄지고 있고 기억되고 있기나 한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좀 더 입체적인 인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고 그를 좀 더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성숙한 사람이고 존경받고 본받을만한 사람으로 다뤄지는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가 어떤 비난을 혹은 비판을 경험하게 되는지, 그럼에도 그에게서 어떤 긍정적인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면 그게 더 괜찮은 방식이지는 않을까? 오히려 앵무새...’의 모습이 비현실적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물론, 단순히 앵무새...’만을 놓고 봤을 때, 지금과 같은 혼란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쓸데없는 말이 길어졌지만 앵무새...’는 미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논의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미국에서 유난스러울 정도로 주목하고 활발하게 얘기되는, 흔히들 말하는 미국적인 정신(부정되고 반박당하며 위선으로 가득하다고 비난되는, 말뿐이고 주장하듯이 행동하지 않는다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폭로-비난-비판받는 미국적인 정신을)을 잘 살려내고 있고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미국 남부가 배경이기 때문에 좀 더 미국이 갖고 있는 특수한 상황과 사건을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그 특수함 속에서 보편성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인 작품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조금은 복잡한 심정으로 앵무새...’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스카웃과 젬 그리고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를 통해서 많은 본받을 점과 배움을 찾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주변적인 생각일 뿐이 되는 것 같다.

 

(거듭해서 말하게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강조하고 있듯이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인물이면서도 과연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인물인지 의문을 갖게 만드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 비현실적인 인물이면서도 (그걸 알면서도)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를 현실에서 찾아보려고 노력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운 인물이 되는 것 같다.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부재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사람을 찾게 된다. 그 이상한 희망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게 된다.

 

그가 보여주는 여러 모습들은 계속해서 다양한 논의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존경스러움과 본받음을 찾게 되는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항상 잊지 않고 떠올리게 되는 인물 중 한명이 되는 것 같다.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여러 가지로 두고두고 논의되게 만드는 인물이 될 것 같고, 그를 통해서 좀 더 다양한 논의를 끄집어내고 싶게 된다.

 

이런 생각과 소녀 스카웃이 경험하는 여러 사건-상황들 덕분에 앵무새...’는 더더욱 주목하게 되는 소설이 되는 것 같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는 작품이 되는 것 같은데, 널리 알려진 소설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리라 생각되지만 아직 읽지 못한 사람들에게 무척 좋은 작품이니 한번 속는다는 생각으로 읽어보기를 권해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읽어보게 되는 것 같다.

 

미국 문학이 갖고 있는 매력과 개성 그리고 그들이 간직하고 이어가려고 하는 정신이 어떤 것인지 아주 일부분만을 확인할 수 있을지라도 무척 잘 살려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런 것들을 알기 위해서 읽어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이 갖춰야 할 모습-태도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기도 한 작품이기에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안겨주는 작품으로 계속해서 언급되는 작품이 되는 것 같다.

 

 

 

참고 : 시대적 배경을 알려주는 여러 소품-물건과 사건 그리고 대화들을 통해서 어떤 시대가 배경인지를 알 수 있게 되면서도 간혹 그 시대와 조금은 동떨어진 모습들 또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과연 하퍼 리가 어떤 시대를 배경으로 했던 것인지 헷갈려지게 되기도 한다. 그게 아니면 실제로 미국 남부는 과거와 현재가 이상할 정도로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던 공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여러 논의들을 들춰보기에는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명성이 워낙 단단하기 때문에 결국 그런 논의들은 흠집을 위한 논의 이상이 되지는 못하게 될 것 같다. 이미 이 작품은 그런 논의들을 만들어내기에는 너무 높은 자리로 올라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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