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남작 이탈로 칼비노 전집 3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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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책 중 하나로 항상 꼽게 되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저자인 이탈로 칼비노는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도시들말고는 읽어본 책이 없기 때문에 어떤 작가라고 말하기도 머뭇거려지고 어떤 작품세계를 갖고 있는 작가인지에 대해서도 말할 것이 궁색해지기만 했던 작가였다.

 

물론, 그렇게 이름으로만 알고 있는 작가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한두명으로 끝나겠나)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워낙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대해서 자주 감탄해왔었고, 그렇게 요란스럽게 칭송하는 책의 저자에 대해서 정작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인 것 같았다.

 

나에게 있어서 이탈로 칼비노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라는 위대한 책의 저자라고만 말하게 되었고, 그렇게만 알고 있는 작가였다. 그리고 그건 뭔가 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지 이탈로 칼비노의 다른 소설들에 대해서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얼마 전 중고서점에서 구하게 된 나무 위의 남작은 그렇게 오랫동안 생각만 하고 있었던 이탈로 칼비노에 대한 관심을 조금은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탈로 칼비노의 우리의 선조들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나무 위의 남작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비해서는 (당연히) 덜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읽는 재미를 만들어내고 흥미로운 이야기 진행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대한 각별함 때문에 실망하며 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책이 잘 읽혀지지 않았는데, 건성으로 읽어가다가 점점 더 놀라움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경험하면서 감탄하며 책을 덮게 된 것 같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이탈로 칼비노는 (다분히) 감정적인 선택에 의해서 나무 위로 올라가 생활하게 된 코지모를 주인공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이야기들과 함께 시대적 배경과 긴밀하게 연관을 맺게 되는 이야기들, 그리고 어쩐지 숨겨진 의미가 있어 보이는 몇몇 상징적인 설정들과 의미심장한 내용들은 단순히 우화로 읽혀지기 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싶어지게 된다.

 

옮긴이의 상세한 해설 덕분에 그런 적극성은 더욱 부채질해졌지만 아쉽게도 옮긴이처럼 감춰진 의미들을 찾아내진 못해서 그저 우화를 통해서 그 당시의 시대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하고 지금 시대를 곁눈질하게 된다는 말 정도만 꺼내게 될 것 같다.

 

여러 사람들이 거듭해서 지적되는 상상력으로 채워진 설정들과 이야기들이 일정하게 역사적 사실들과 긴밀한 관련을 맺어가면서, 하나의 우화로 다뤄질 수 있는 내용들이면서 여러 생각들을 하도록 만드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읽혀지게 되는 것 같다.

 

주인공인 코지모의 동생이 형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꺼내면서 진행되는 나무 위의 남작은 어째서 코지모가 나무 위로 올라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나무 위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가게 되었는지를, 처음에는 감정에 휩쓸린 선택이었을 뿐이고 고집스럽게 그 선택을 고수하던 코지모였지만 그 고집스러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세상에 대한 관조와 이해를 하려고 하게 되었는지를, 여러 경험을 통해서 어떻게 세상으로부터 거리감을 갖으면서도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는지를 빼어나게 담아내고 있다.

 

그 인상 깊은 순간들을 어렵지 않게 설득시키고 재미로 가득하게 읽혀지도록 만드는 재주가 놀랍기만 할 뿐이고, 거기에 자연스럽게 숨겨진 의미들을 깨닫게 만드는 능력 또한 감탄하게만 만들 뿐이다.

 

처음에는 별난 설정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나무 위로의 올라섬이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야기의 이어짐을 보여주는지 감탄하며 읽게 되었는데, 타고난 이야기꾼인 이탈로 칼비노가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에 여러 의미들을 겹쳐놓는 것에 성공함으로써 더욱 위대한 작가로 평가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쉽게 읽혀지지만 세상에 대한 통찰력은 비범함으로 가득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 끼어들기도 하고, 하나의 우화이면서 역사적 순간을 패러디-모방하기도 하고 재평가하기도 하면서 이탈로 칼비노는 다양한 방식으로 읽혀질 수 있도록 그리고 여러 의미들을 생각해보도록 알게 모르게 의도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설정과 그 설정을 갖고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훌륭함 덕분에 무덤덤하게 읽혀지면서도 읽는 재미를 조금씩 느꼈을 뿐이었는데, 점점 더 이야기가 탄력을 받고 빠른 속도로 이끌어지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순간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단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저자로 기억하기에는 그의 글재주는 더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는 것 같다.

 

조금씩이라도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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