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지점: 초기 근대 철학에서의 응시와 신체 슬로베니아 학파 총서 2
미란 보조비치 지음, 이성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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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무렇게나 구해서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엉망으로 읽어낸 암흑지점은 좋은 내용이고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평소 관심이 없던 분야이기 때문인지 조금은 어렵게 읽어낸 책이었다.

 

겨우겨우 읽어냈다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로 무언가 넋이 빠진 채로 읽은 기분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건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써내는 끄적임이 될 것 같다.

 

슬라보예 지젝으로 대표되는 슬로베니아학파는 딱히 어떤 입장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단지 슬라보예 지젝과 미란 보조비치의 책만 읽었을 뿐이지만) 기존의 관점에 새로운-신선한 해석을 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미란 보조비치의 경우 (슬라보예 지젝도 마찬가지지만) 기존의 철학적 관점에 어떤 다른 관점으로서 바라볼 수 있을지는 검토하고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6개의 논문으로 이뤄진 암흑지점의 경우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하는 근대 초기의 시선-입장-관점들을 다시금 검토하고 있는데, 근대 이전의 신의 시선을 어떻게 근대에 와서는 인간이 그 시선으로 변형시켜 바라보려고 하는지 혹은 그런 입장으로 올라서려고 하는지를 느슨한 방식으로 근대 이전부터 근대로 거슬러 올라오며 검토하고 있다.

 

첫 번째 논문에서는 스키티아 사람들이 믿는 신에 대한 사례를 검토하며 신이 갖고 있는 혹은 신이 보여주고 있는 비일관성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과 만약 신이 있다면 그 신은 어떤 감정-욕망을 담고 있는지를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이해되지 않는 믿음에 대해서 그리고 그 믿음에 대한 보답에 대해서 논의를 마친 다음 두 번째 논문에서는 곤충에 대한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여러 시각들을 살펴보며 어떤 의미들을 부여하는지와 탄생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와 죽음과 탄생의 무의미한 구분을 알아가며 근대 초기의 철학자들의 입장들과 함께 다뤄내고 있다.

 

아리송하고 무슨 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이런 분석들이 이뤄지는지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암흑지점인데, 세 번째 논문을 읽으면서 그 난해함은 더욱 심해진다.

 

라캉의 입장을 통해서 사랑을 말한 다음 라캉의 입장과 스피노자의 입장을 상세하게 검토하는 세 번째 논문은 사랑과 증오와 같은 인간의 감정에 대한 스피노자의 정교한 분석을 다시금 되짚고 있는데, 어째서-어떤 맥락에서 이런 정교한 검토가 이뤄지는 것인지가 의문스럽고 그 검토가 혹시나 사람의 감정까지도 철저하게 뜯어보고 분석해야만 하는 근대의 시각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곤혹스러움은 네 번째와 (이어지며 읽어야하는) 다섯 번째 논문을 통해서 괴로움으로 번지게 되는데, 말브랑슈의 입장에서 신과 신체 그리고 정신과 육체에 대한 지루할 정도로 정교한 이해를 설명해주며 신과 신체가 어떻게 분리되어 있으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논의들의 이어짐 이후 마지막은 미셸 푸코를 통해서 익숙한 제러미 벤담의 논의를 통해서 조금은 혼란스러움이 줄어들게 되는데, ‘감시와 처벌을 이미 약간이나마 알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파악하려고 하는 제러미 벤담의 (판옵티콘을 통한) 의도와 목적이 어떻게 신적인 시선으로 향하려고 하는지를 이해시켜주고 있으며, 제러미 벤담이 생각하는 세계관 속에서 범죄와 처벌 그리고 교정과 예방이 어떤 정교한 구분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신이 인간을 바라보던 심술궂은 시선과 인간이 인간에게 향하는 불신과 지배의 시선이 어떤 긴밀한 관련성이 있을지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저자가 암흑지점을 통해서 말하려는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이해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건 결국 내 능력 탓이겠지만,

부족한 이해력 때문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불평도 하게 만든다.

 

결국 모든 것은 이해할 수 없고, 일정한 부분들을 가져오며 내 생각에 끼워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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