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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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가지 죽는 방법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27631905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800만 가지 죽는 방법(지금까지 발표된) 17편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 중에서 5번째 작품에 해당된다고 하니(참고로 무덤으로 향하다10번째 작품에 해당되고, ‘아버지들의 죄죽음의 한가운데1, 2번째 작품이다) 길고 긴 매튜 스커더 시리즈 중에서도 나름대로 초기 혹은 중기 작품에 해당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어느 정도 매튜 스커더라는 주인공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로렌스 블록은 ‘800만 가지 죽는 방법에서는 이전 아버지들의 죄죽음의 한가운데에 비해서 사건의 진행에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는 매튜 스커더의 방황과 절망에 더 집중을 하고 있고 매튜 스커더의 시선을 통해서 바라보는 뉴욕의 풍경을 담아내는 것에 고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는 일종의 핑계거리고, 마치 실존주의 소설처럼 매튜 스커더를 통해서 절망의 구렁텅이에서도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작품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다른 하드보일드-범죄소설들과는 달리 무척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핏빛으로 물든 이야기라고 말하기 보다는 고통과 괴로움 그리고 극복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매튜 스커더는 알콜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으며, 술을 마셔야 할 이유와 마시지 말아야 할 이유들을 계속해서 자신에게 묻고 대답하고 있다.

 

그렇게 내면의 고통과 괴로움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담아내고 있으면서 신문과 뉴스, 대화 그리고 여러 방식을 통해서 도시-뉴욕에서 살아가는 800만의 사람들에 관한 800만 가지 죽음에 대해서 끊임없이 언급하며 온갖 죽음들에 대해서 읊조리고 있다.

 

마치 매튜 스커더는 도시-뉴욕을 떠도는 유령과 같다고 말해야 할 것 같고,

그를 통해서 바라보는 다양한 죽음들이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의 핵심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악취미에 가까운 소설이라고 말해도 틀린 말이라고 반박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로렌스 블록이 사건을 흩뿌리고 그 조각들을 조립하는 것에 지나칠 정도로 무신경하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로렌스 블록은 정교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헐겁고 느슨하게 이어지도록 만들면서도 정지되고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것 같은 사건의 진행을 생각보다 능숙하게 진행시키고 있고 그 과정 속에서 매튜 스커더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더욱 삶에 대한 매튜 스커더의 고민을 짙게 만들면서 일정한 해답(사건과 자신에 대한)도 찾도록 이야기를 꾸미고 있다.

 

이야기는 살인사건과 매튜 스커더 개인의 고뇌로 나눠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정교하게 하나로 결합되도록 완성되어져 있다.

 

물론, 살인사건과 그 사건의 해결에 대한 관심보다 실존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보다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정도 이상을 가져가진 않고 있어서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모양새를 아예 벗어나는 수준으로 향하진 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방식으로도 읽어낼 수 있기도 할 것 같은데, 단순히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어설픈 느낌과 엉뚱한 방식으로 내용이 꾸며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독특한 감수성에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피범벅으로 가득한 내용이 아닌 우울한 낯빛의 독특한 분위기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매튜 스커더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800만 가지 죽는 방법에서 가장 인상적인 존재는 아마도 포주로 등장하는 챈스인 것 같은데, 그의 강인함과 함께 반대되는 내면의 황량함과 고독 그리고 여린 모습들이 어쩐지 매튜 스커더의 모습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처음 접했을 때는 매튜 스커더 시리즈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서 이런저런 내용들을 많이 놓친 느낌이 들게 되는데, 다시 읽게 되니 좀 더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서 만족스러운 다시 읽기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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