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의 죄 밀리언셀러 클럽 12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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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에 대한 애정은

하드보일드에 대한 애정은

수없이 말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더는 말할 것이 없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금 말하게 된다면 도시의 어둠과 이면, 인간의 추악함과 냉소적인 시선 그리고 작가들만의 독특한 감수성과 우수 또는 음울함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찾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서 범죄소설-하드보일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조금은 더 쉽게 구하게 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주류에서는 벗어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전 ‘800만 가지 죽는 방법’과 ‘무덤으로 향하다’를 통해서 무척 인상적인 작가로 기억되던 로렌스 블록의 작품 속 주인공인 매튜 스커더를 내세워 그의 대표작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매튜 스커더 시리즈로 이름이 지어진 이 시리즈를 통해서 로렌스 블록의 여러 작품들이 되도록 많이 많이 소개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절판되어 있는 ‘백정들의 미사’도 다시금 출판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 튜 스커더가 등장하는 첫 작품인 ‘아버지들의 죄’는 이후의 ‘800만 가지 죽는 방법’과 ‘무덤으로 향하다’와 같이 이미 그의 성격이 완성되어 좀 더 깊게 그의 내면으로 들어가게 되거나 이야기를 확장시키기 보다는 아직은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인지 그의 성격도 그리고 이야기도 무리한 수준으로 확장시키기 보다는 간략하고 단순하게 이끌어지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살아 있고 매튜 스커더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로 렌스 블록의 작품답게 살인사건과 그 살인사건을 파헤쳐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접하게 되는 여러 사람들을 통해서 인간의 여러 추악한 면들을 혹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어두운 모습들을 매튜 스커더의 시선을 통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매튜 스커더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냉소적이고 음울한 시선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시선에서 부정적인 느낌만을 받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부정적이고 어둡게만 바라본다는 단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인간에 대한 그런 시선과 판단이 본질적으로는 잘못된 생각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 버지들의 죄’는 무척 독특한 상황 설정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범죄소설-하드보일드 작품들이 살인사건 또는 범죄가 벌어진 것을 시작으로 누가 범인인지 혹은 진실인지를 확인해가는 과정으로 구성하는 것과는 달리 ‘아버지들의 죄’는 모든 사건이 끝난 다음에 되짚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흥미를 갖도록 만들고 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인가?

바로 그것을 ‘아버지들의 죄’는 알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칙적인 진행은 결국 감춰져 있던 진실을 알아가게 되면서 일반적인 범죄소설-하드보일드 구성이 되어버리기는 하지만 무척 신선한 느낌이 드는 진행이었다.

 

매 튜 스커더의 냉소적이면서 피곤함으로 가득한 독백과 인간에 대한 그의 우울함과 음울함으로 가득한 시선, 그리고 어슬렁거리는 듯이 사건에 개입하기는 하지만 뛰어난 통찰력과 예리함으로 점차 진실로 향하게 되는 진행은 모든 것이 귀찮기만 하고 되는대로 진행되도록 내버려두려고 하는 그의 나태함과 절묘하게 충돌하면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멋지게 만들어낸 로렌스 블록의 글재주가 부럽기만 할 뿐이다.

 

결 국 진실을 파헤치고 그 진실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로 향해서는 매튜 스커더는 항상 이전의 내버려둠과는 달리 단호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의 그런 단호함과 자기만의 판단은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매력일 것 같고, 자기 나름대로의 선택에 대한 우리들의 판단 또한 논쟁적일 것 같으면서도 여러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800만 가지 죽는 방법’과 ‘무덤으로 향하다’에 비해서는 노쇠함 보다는 날렵함을 느낄 수 있고, 이야기의 구성이나 여러 부분에서도 단순하다고 볼 수 있어도 무척 인상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사건 속에서 단단하고 빨려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 범죄소설-하드보일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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