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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 상 ㅣ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7월
평점 :
살인자들의 섬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51426435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은 고작 ‘살인자들의 섬’만 읽었을 뿐이고,
그의 최고작들이라고 하는 켄지 / 제나로 시리즈는 전혀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살인자들의 섬’이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른 성향을 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가로 인해서,
데니스 루헤인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평가할 수 없어서 그에 대한 생각은 쉽게 정리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최근작 중 하나인 ‘운명의 날’ 또한 그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작품들과는 다른 성격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 읽으면서도 어떤 평가를 하기 보다는 과연 이전에는 어떤 작품들을 발표했기 때문에 탁월한 범죄소설가로서만이 아닌 지금과 같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되는지 궁금하게 생각될 뿐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읽고 있는 ‘운명의 날’은 책표지 뒷면에 적혀진 홍보용 문구처럼 20세기 초 보스턴을 배경으로 한 규모가 큰 역사소설의 형식으로 되어 있고, 보스턴 경찰 파업을 전후로 한 시기를 배경으로 경찰내의 노사갈등과 흑인과 백인 그리고 온갖 인종들 사이의 갈등과 차별, 남녀 간의 사랑과 러시아 혁명에 영향을 받은 미국 내의 진보-좌파들의 정치적인 활동과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이 더해지면서 무척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 소용돌이 속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그 거대한 흐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지를 담아내고 있다.
‘운명의 날’의 특징을 꼽으라면 대부분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하면서 온갖 다양한 갈등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과 함께 실존했던 인물들을 간간히 등장시키면서 좀 더 사실적인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도 언급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베이브 루스의 경우는 별도의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서 베이브 루스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상권에서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뭔가 그를 통해서 그 시대의 또다른 풍경을 알 수 있도록 만들고 있기도 한 것 같다.
절반의 흐름만을 보이는 상권이기 때문에 아직은 읽어야 할 500페이지(하권)가 남아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 되어갈지 섣부르게 예측할 수 없기는 하지만 ‘운명의 날’의 가장 큰 장점은 긴 호흡의 작품이면서도 지루하게 만드는 순간이 없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물론, 이런 뜻이 아주 재미나고 박진감이 넘친다는 말과 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계속해서 읽어내게 만들고 있고 어떻게 끝날지 읽고 싶어질 정도의 재미는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재미와 이야기 진행이라는 것에 쉽게 동의할 것 같다.
크게 보아서는 보스턴 경찰 파업을 중심으로 그와 관련된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그 시대를 바라보도록 만들고 있고, 그 시대의 여러 문제점과 지금 이 시대를 연관시켜 생각해보도록 의도하고 있기도 한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이런 생각은 추측일 뿐이고 그저 인종갈등과 궁핍하기만 한 삶을 살아가던 당시의 대부분의 민중들의 삶, 그리고 20세기 초 미국의 여러 모습들을 등장인물들의 경험들을 통해서 엿보게 하고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하권의 이야기가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는 1/3 정도만 읽어냈기 때문에 더는 말할 수 없지만 어떤 결론일지는 몰라도 지나치게 이야기를 큰 흐름과 연관시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게 되고 있다.
얼마나 대단한 결론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실망스러움을 느낄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과연 어떻게 끝나게 될지 궁금해 하면서 끝까지 읽어보게 될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운명의 날’은 엄청날 정도로 재미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이 작품을 계속해서 읽어낼 수 있을 정도의 매력은 갖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1,0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라 이런 꾸준함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작품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