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깡 정신분석 테크닉
브루스 핑크 지음, 김종주 옮김 / 하나의학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영어권 라깡 연구자들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연구자를 꼽으라면 아마도 브루스 핑크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는 난해하게만 느껴지는(그냥 난해한) 라깡을 최대한 이해가 가능하도록(이해한 것처럼 느껴지도록) 상세하고 성실하게 라깡의 논의들을 전달하고 있고, 이론적으로만 느껴지게 되는 라깡의 논의가 갖고 있는 임상적 측면에 집중을 하며 라깡을 알리고 있는 연구자다.

 

다른 대부분의 라깡과 관련된 연구자들이 이론적인 측면에 몰두하거나 라깡의 정신분석에 관한 논의를 정신분석 이외의 영역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에 열심인 것과는 달리 실제 임상 사례와 치료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 / 임상적으로 자신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탁월한 저작을 남긴 프로이트에 비해서 수수께끼처럼 다뤄지기만 하는(물론, 그렇게 다뤄지게 만드는 것에는 라깡 자신도 잘못이 있다) 라깡의 논의가 갖고 있는 이론적 / 임상적 측면 중 임상적인 면에 많은 집중을 보이며 많은 이들이 그에 대한 오해를 조금은 줄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에크리’를 영어로 번역하는 등 영어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깡주의자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동을 보이고 있는 브루스 핑크에 대한 국내 연구자들의 관심도 꽤 높아진 것 같은데, 기존에 출판되었던 ‘라캉과 정신의학’과 함께 그의 주요 저서들인 ‘라캉의 주체’와 ‘에크리 읽기’가 최근 번역되었고, 그의 저서들 중 다른 저서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덜 알려진 ‘라깡의 정신분석 테크닉’도 번역이 되어 그동안 접근하기 어렵기만 했던 라깡에 대해서 그리고 더불어 브루스 핑크에 대해서도 (보다) 접근이 가능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복잡하고 다양-애매한 라깡의 논의와 그의 정신분석에 관한 입장에 충실하며 실제 환자들을 접하게 되면서 겪은 / 얻은 경험을 토대로 내용을 채우고 있는 ‘라깡의 정신분석 테크닉’은 다른 라깡과 관련된 저작에 비해서 실제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피분석자들과의 분석 과정의 경험을 통한 말 그대로 정신분석 과정에서의 경험에 근거한 정신분석 ‘테크닉’에 관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라깡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관심에 따라 ‘라깡의 정신분석 테크닉’에 대해서 호감을 갖게 되기도, 불만을 갖게 되기도 할 것 같은데, 실제 임상 사례들과 정신분석 과정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한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이론적인 측면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라면 실제 피분석자들과의 면담 및 정신분석 과정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진 ‘라깡의 정신분석 테크닉’에 대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담겨져 있지 않다는 불만을 갖게 되기도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정신분석의 논의를 통해서 다양한 영역에 적용해 보는 것도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신적 / 신체적 어려움을 치료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는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이 보다 크기 때문에 생각처럼 읽어내기 까다로운 ‘라깡의 정신분석 테크닉’이 어렵기도 했지만 만족스럽기도 했다.

 

물론,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브루스 핑크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분석자를 경험하면서 분석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그들의 발언들에 대해서 예민함을 갖아야 할 것이며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논의하고 있고, 피분석자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가고 대화 속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찾아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의하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있다.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한 질문들과 대화 과정 속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감춰지고 억압되었던 무의식이 드러나게 되는 순간들이 어떤 것-무엇인지를 최선을 다해서 되도록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라깡이 주장하는 정신분석의 방법론적 특성 중 하나인 ‘구두점 찍기’와 ‘운에 맞춰 끝내기’에 대한 수많은 오해들을 해명하고, 실제 라깡이 그리고 라깡주의자인 브루스 핑크 자신이 어떻게 피분삭자들과 면담을 하며 구두점을 찍고 운에 맞춰 끝내는지를 여러 사례들을 언급하며 설득력 있게 설명을 하고 있다.

 

피분석자와의 대화 내용을 토대로 어떻게 나눴던-발언한 대화-발언을 해석해야 하고, 분석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피분석자들이 꿈과 백일몽 그리고 환상을 통해 그들이 겪는 고통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는지를 논의하며 브루스 핑크 자신의-라깡의 정신분석 방법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고, 그가 이번 저작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전이’와 ‘역전이’를 통해서 피분석자와 분석을 하게 되는 과정 중 가장 어려운 과정-순간이라 할 수 있는 전이와 역전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를 통해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는 정신적 / 신체적 갈등-고통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게 되는지를 상세하게 논의하고 있다.

 

정신분석의 다른 논의들 보다 비교적 많이 알려진 전이 / 역전이에 대한 상세한 논의가 지나칠 정도로 자세해서 읽다보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느껴질 정도로 복잡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브루스 핑크는 피분석자와의 분석 과정 중에서 분석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전이 / 역전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최대한 정교하게 라깡의 논의를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통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다.

 

이후 최근 들어 많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논쟁적인 ‘전화분석’에 대한 브루스 핑크의 입장을 간략하게 다루고 있고, 정신병의 치료까지 다루면서 피분석자에 대한 정신분석의 시작부터 끝까지 라깡의 입장을 중심으로 그 진행-종결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브루스 핑크의 저작을 읽어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는 꽤 신중하게 / 진지하게 라깡-정신분석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고 마치 놀이처럼 써먹혀지는 정신분석 이론적 접근과는 조금은 달리 정신분석을 다루고 있고, 접근하고 있다.

 

실제 정신적 /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과정에 대한 논의이기 때문에 라깡 이외의 입장들에 관해서도 비교적 객관적이고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고, 점점 처음과는 달리 변질되어가는 정신분석 치료에 대해서 큰 우려를 표시하며 정신분석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주장하기도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론적인 측면 보다는 실제 피분석자들과의 분석 과정에 집중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에 따라서는 읽기를 포기하게 되기도 하겠지만 정신분석의 실제 사례와 임상적인 면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읽는데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내용이었다.

 

하지만 반복해서 말하는데,

읽기는 했어도 이해는 했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아무리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저자와 역자는 주장하고 있어도. 그들로서는 쉬울지는 몰라도 일반인으로서는 뭐가 쉬운지 알려달라고 되묻고 싶어질 정도였다.

 

 

 

 

참고 : 최근 출판된 책들 중에서 가장 형편없는 디자인의 표지라고 생각한다. 겉모양만 본다면 구입을 정말로 망설여지게 되는데, 제대로 번역된 책인지도 의문스러울 정도니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적당히 겉모양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혹시... 안 팔리게 하려고 작정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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