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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평점 :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박노자라는 존재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귀화’한 사회학자이면서 대부분의 귀화인들에 비해서 극히 한국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버리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에 대해서 불편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불만스럽다면 어째서 귀화를 했느냐고 물으려고 하겠지만, 아마도 그는 진심으로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그처럼 ‘지적절’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한국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만감일기’라는 제목처럼 내용은 학문적이기 보다 개인적인 생각들을 최대한 정돈된 형태의 글로 남겼다. 하지만 나와 같이 ‘일기’라는 것이 그저 간단히 하루의 기분이나 감정을 몇 줄짜리 글로 남기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박노자의 일기는 일기라고 말하기 보다는 자신의 연구들을 혹은 사회에 대한 시각들을 학문적으로 말하는 도중에 조금은 자신의 입장을 보다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적어냈다고 보는 것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내용은 노르웨이의 생활을 토대로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북유럽의 복지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과 함께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또한 노르웨이에서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과 여전히 보수적이고 극단적인 발언과 시선을 갖고 있는 사회와 미디어 그리고 정치 집단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다. 그의 기존의 글들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그의 생각과 의견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이런 시각들은 이전에도 이미 접했기 때문에 특별히 새롭게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개인적인 추억을 토대로 변해버린 사회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들과 외부에서 삶을 살아간 사람만이 찾아낼 수 있는 우리들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부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여전히) 의미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생각들을 따라가게 된다면 그동안 내가 갖고 있는 부족한 생각과 시각들을 다시 되짚어 보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존재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그는 어떤 사회에서도 이방인으로 남겠지만 그로 인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생각보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