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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의 섬 ㅣ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평점 :
그동안 지나치게 어려운 책들을 많이 읽어서 힘들었기 때문에 한동안은 보다 수월하게 읽힐 책들을 읽고 있다.
데니스 루헤인의 책은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기는 하지만 그의 명성은 책을 통해서 접하기 전에 그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작품들을 통해서 우선 알게 되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스틱 리버’는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좋은 작품이었다. 그렇게 알게 된 루헤인의 작품을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것은
벤 애플렉의 ‘곤 베이비 곤’을 본 이후였다.
원작을 읽어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영화로 된 작품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지 그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말했던 범죄소설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가 전통에 충실하려고 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한 범죄 소설이 아니라 당대의 사회문제와 밀접하게 만들어낸다는 부분에서 그는 단순한 범죄 소설 작가가 아니라 사회적인 시선이 있는 작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작품을 하나라도 읽으려고 마음을 먹고 있을 때 우연히 최근작인 ‘살인자들의 섬’을 구하게 되어 읽게 되었다.
이번 작품은 2차세계대전 이후 매카시즘 광풍이 불었던 미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고,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방문한 두명의 수사관이 주인공이다. 두명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인공 ‘테디’ 혼자서 내용을 이끌어 가고 있다.
작품 제목을 지나치게 공포스럽게 번역했기 때문에 조금은 오해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작품 내용은 그렇게 공포스럽지는 않다. 정신병원이 있는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로 접한 루헤인의 이야기 구성과는 조금은 차이를 느낄 수 있고 작품의 결말이나 긴장관계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사회문제와의 긴장감과는 약간 거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소품작처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다.
작품의 결말이 조금은 애매한 느낌을 갖게 만들지만 잘 짜여진 구성 덕분에 결말까지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말에 가서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데, 몇몇 부분은 앞에서 실마리를 던져주었지만 지나치게 의도적인 결말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야기 내부에서 실마리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던져주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고 해야할까? 완성도 면에서는 조금은 삐끄덕 거린다고 생각하지만 충분히 흥미로웠기 때문에 불평하고 싶지는 않다.
정신분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학파간(혹은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게 하는가? 에 대한 입장)의 대립에서 흥미롭게 생각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 대립이 작품의 결말과 연결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흥미롭게 생각되기 보다는 지나치게 확대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범죄 소설이라고 보기 보다는 일종의 심리 소설로 볼 수 있는 ‘살인자들의 섬’은 조금은 독특한 내용으로 흘러가기는 하지만 기존의 범죄 소설의 이야기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주인공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하고 그들의 위선과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지만 그 진실은 결국 공허함과 오히려 그 자신에게는 손해를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는(진실을 직시함으로써 주인공은 환상에서 벗어나는 고통을 감수해야한다) 기존의 범죄 소설의 전통에 충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데니스 루헤인으로서는 실험적인 작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의 팬들은 이 작품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예상보다는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실망스러울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다른 작품들도 구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