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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ㅣ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4월
평점 :
이런 식의 공포 소설을 읽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어쩌다가 이걸 찾게 됐는지는 설명해둬야 할 것 같다. 이런저런 유튜브 YouTube 추천 중 (가만두질 않는 알고리즘의 늪에 빠져 있을 때) 책에 관한 걸 둘러보다가 요즘 인기 많은 걸그룹-아이돌 아이브 IVE 의 가을(김가을 金가을 Kim Gaeul)이 추천하는 내용이 눈에 들어와 제목도 특이하고 어쩐지 흥미가 들어서 손에 쥐게 됐다. 꽤 독특한 구성과 내용이라 공포물에 거부감이 크지 않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괜한 으스스함과 어떤 불편-불길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아주 괴로운 기분으로 읽혀지진 않아서 (벌벌 떨면서 읽을 정도는 아니라) 꽤 재미나다는 말을 꺼낼 것 같다. 괜히 뒤통수가 근질거리긴 하지만.
도쿄에서 오컬트 잡지와 괴담 잡지에 기고하거나, 가끔은 라디오나 지방 방송의 괴담 프로그램의 구성을 맡기도 하는 작가 세스지(필명)는 어느 날 인터넷에 일련의 글을 게시하기 시작한다. “제 친구가 소식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이 일과 관련해 정보를 구하고 있습니다.”라는 호소를 시작으로, 일본 긴키 지방의 어떤 불명의 장소와 연관된 것으로 짐작되는 기묘한 이야기들이 인터뷰 녹취, 잡지 기사, 독자의 제보 편지, 인터넷 게시판의 타래 모음 등 다양한 형태로 나열된다. 그리고 중간 중간 이 괴담들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오컬트 잡지 편집자이자 현재 실종 중인 오자와의 이야기까지. 8세 소녀 실종 사건, 중학교 수련회 도중 일어난 집단 히스테리 사건, 뉴타운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들에게 유행하는 기묘한 놀이, 심령 스폿 방문 콘텐츠를 촬영하던 스트리머에게 벌어진 기묘한 일 등 전혀 무관해 보이는 기묘한 사건들은 모두 ‘그곳’과 관계가 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이 이야기를 읽는가.
작가는 2023년 1월부터 일본의 소설 창작 사이트 ‘가쿠요무’에 긴키 지방의 어느 지역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괴담을 한 편씩 올리기 시작했다. 4월까지 석 달간 이어진 연재물은 SNS를 중심으로 크게 화제가 되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단행본으로 출간되기에 이른다. 허구를 사실처럼 전달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을 영리하게 활용하였는데, 이는 시종일관 섬뜩하면서도 긴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소설 속 이야기를 마치 사실처럼 체험하게 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지금까지 이야기에 몰입하여 좇아오던 독자들은 앞서 읽었던 괴담들과는 전혀 다른 질감의 공포와 맞닥뜨리게 된다. 너무 깊게 들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자투리 토막글처럼 (혹은 찌라시나 전단지, 광고지처럼) 느껴지기도 하다가 꽤 정교하게 내용을 구성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무척 영리하게 꾸몄다고 할 수 있고. 읽다보면 이거 어쩐지 진짜 아냐? 라는 기분이 들어서 그 사실성? 현실감이 인상적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든 그 짜임새 있는 구성과 글재주에 칭찬을 해주게 되고.
여러 형태의 글이 겹쳐지고 흩어져 있어서 어수선하고 정돈되진 않은 것 같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좀 더 불안감과 불길함을 키우고 도대체 무슨 일이지? 라는 궁금증이 더해지게 된다. 과연 진실은 뭘까? 라는 궁금증도 커지고. 여름에 읽길 잘했나? 그게 아니면 괜히 어두운 게 불안해서 전등 스위치에 손이 가게 됐으니 전기세만 축내게 됐나?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여러 짤막한 쪽글과 약간의 희미한 정보들로 실마리를 얻는지, 혹은 점점 미궁에 빠져들고 있는지 헷갈리지만 재미라는 게 확실하고 그 기이한 체험이 아주 싫지 않기 때문에 21세기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온라인과 SNS 시대에 알맞은 공포물이라는 건 어떤 건지 좋은 방향을 제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꽤 오싹하다. 누구나 느낄 두려움과 쭈뼛함을 잘 해내고 있다. 멋진 글재주다. 부럽다. “일상적 공간을 무대로 하여 심리적 긴장감과 압박감”이 무척 강하게 조여 든다.
이런 소설을 추천한 사람도 꽤 흥미롭다는 생각도 들고. 나라면 이건 권하진 않을 것 같다. 좀 더 얌전하거나 무난한 걸 추천하지 않았을까? 생각보다 꽤 복잡한 사람일 것 같다.
실제로 벌어진 듯한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좇으며 시종일관 섬뜩하면서도 긴박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호러, 그 이상의 오싹함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열고 세스지 월드에 입장하라.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의문의 실종과 자살 사건부터 학교 괴담과 도시 괴담, 심령 현상과 귀신에 이르기까지 한 편 한 편이 일상과 맞닿은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 그 공포가 한결 즉물적으로 다가온다.
각종 기사문과 인터뷰 녹취록 및 인터넷 게시글 등을 발췌 형식으로 수록한 본문 구성, 권말에 밀봉해 실은 취재 자료까지 완벽하게 계산된 장치를 동원해 모큐멘터리 기법이 보여줄 수 있는 생생한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린다. 마치 실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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