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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의 6일 ㅣ 버티고 시리즈
제임스 그레이디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영화 ‘콘돌’이 적당히 재미나서인지 원작 소설도 찾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설이 영화만 못하다는 생각이다. 설정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과도한 우연과 뭔가 이야기를 잘 풀어내지 못하는 느낌? 그래도 그 설정이 워낙 인상적이고 흥미로워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찾고 언급하는 것 같다.
꽤 장황하게 알려주는 후기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이걸 쓰게 되었는지 잘 알려주고 있고, 무슨 생각으로 내용을 밀어붙였는지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어쩌다 다시금 콘돌을 불러냈는지도 알려주지만 후속편을 읽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스물네 살의 소설가 지망생 제임스 그레이디가 처음 출판사 문을 두드리며 세상에 나왔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출간되기도 전에 당대 최고의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 시드니 폴락 연출의 영화 「콘돌」로 만들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그레이디는 이 놀라운 데뷔작으로 프랑스의 ‘그랑프리 뒤 로망 누아르’와 이탈리아의 ‘레이먼드 챈들러 상’을 수상했으며, 이 책은 국제스릴러작가협회가 선정한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00선’에 올랐다. 윌리엄 골드먼의 『마라톤 맨』,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자칼의 날』과 더불어 첩보 스릴러의 모던 클래식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1974년 출간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발한 내용과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준다.
어느 날 암살자들이 CIA의 지부인 미국문학사협회를 습격한다. 이 협회에서 말콤과 동료들은 현실 세계의 외교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르는 단서를 찾아 미스터리 소설들을 샅샅이 검토한다. 말콤의 동료가 우연히 알아서는 안 될 무언가를 알게 되었고, CIA에 침투한 사악한 음모 세력은 그것을 은폐하려 한다. 대학살이 자행되는 동안 말콤은 샌드위치를 사러 외출했다 운 좋게 살아남는다.
그는 안전한 피난처를 희망하며 CIA 본부에 전화를 걸지만 오히려 그의 목숨을 노리는 또 다른 음모에 휘말린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공동 표적이 된 연인마저 살해당하자, 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 변신한 ‘코드네임 콘돌’은 인생 최대의 고비인 6일 동안의 위험 속으로 질주하는데……”
일종의 역발상으로 가득하다. 주인공은 첩보나 스파이보다는 너무 평범하고 모범생에 가까운 모습이다. 다소 반항기가 있긴 하지만 20대 초반에 그런 게 없으면 어쩌겠나? 어쩌면 작가 자신의 모습을 많이 반영했을지도 모르고.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로버트 레드포드의 모습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와는 많이 다른 구석이 있다. 영화를 생각하면서 혹은 떠올리면서 읽게 되면 조금은 난감하다는 생각도 들 것 같고. 소설이 발표되기 (직)전에 이미 영화로 만들어지기로 (흔히 말하듯 판권이 팔린) 결정되었을 정도로 이야기가 만드는 재미나 흡인력 그리고 속도감은 분명 빼어나다. 다만, 그게 영화적으로 흥미를 느끼게 만들지 문학적으로는 빈약하고 허약하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빈틈이나 단점이 명확하지만 짧고 빠르기 때문에 여러 부족한 점을 극복하는 것 같고. 첫 소설이라는 티를 잔뜩 낸다. 아마 소설은 소설대로, 영화는 영화로 각각 그 영역에 맞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리라 본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더 마음에 든다는 개인적인 평가는 순전히 개인의 의견일 뿐일 것이고.
“현실 세계의 외교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르는 단서를 찾아 미스터리 소설들을 샅샅이 검토”한다는 설정에 영향 받아 KGB가 실제로 도입했다는 것과 이 영화에서 다뤄지는 음모들이 어쩐지 진짜 그랬을 것 같은 그럴싸함이 있어서 여러 가지로 살펴보고 뜯어보고 싶게 된다. 그걸 좀 더 확장시켜서 생각하면 소설이 혹은 한 개인의 상상이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반대로 어떤 식으로 영화나 소설 등이 만들어지게 되어서 거꾸로 우리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지 꽤 따져보고 싶게 되기도 하다. 그 순환의 과정이 “허구와 현실이 상호 작용”이 흥미롭다.
“이후 『콘돌의 6일』은 2015년 재출간되어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는데, 저자는 재출간을 기념하여 남긴 후기에서, 냉전시대에 이 소설과 영화를 접한 KGB가 작품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성격의 실제 조직을 훨씬 큰 규모로 창설해 운영했다는 걸 훗날 알게 됐다고 밝힌다. 소설이라는 허구 속 주인공 콘돌은 책에서 얻은 지식으로 눈앞에 닥친 위기에서 벗어났고, 현실 속 적대국의 정보기관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조직을 실제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허구와 현실이 상호 작용하게 했다는 점이 『콘돌의 6일』을 더욱 흥미롭고 의미 있는 스파이 소설로 각인시켰다.”
“CIA에 소속되어 있지만 총 한 번 제대로 쏴본 적 없고, 아침마다 자기 방에서 길 가는 여자를 몰래 훔쳐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콘돌은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 놓이자 점점 영웅으로 변신해간다.
‘제임스 본드’가 타국의 정보기관이나 악당 조직에 맞서 싸우는 타고난 슈퍼 히어로라면, ‘콘돌’은 살아남기 위해 책과 영화에서 얻은 갖가지 지식과 정보를 현실에 응용하며 안간힘을 쓰는 현실적 히어로다. 바로 이런 인간적인 매력이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저널리스트였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인공이 슈퍼 히어로가 되지 않도록 그려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금은 CIA나 KGB 요원이 소설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지만 제임스 그레이디가 이 작품을 쓸 당시는 CIA를 다룬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작가는 오로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으로 주인공을 몰아갈 수밖에 없었고, 그가 창조해낸 스파이는 위험한 상황에 내동댕이쳐져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콘돌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스파이’는 이렇게 탄생했고, 이후 첩보 스릴러계의 대부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콘돌의6일 #제임스그레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