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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gel 대논리학 1 : 객관적 논리학 1부 존재론 ㅣ Hegel 대논리학 1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지음, 임석진 옮김 / 자유아카데미 / 2022년 9월
평점 :
헤겔의 주저 대논리학 1,2,3권을 일단 완독하였다.
지난번 헤겔의 정신현상학 1,2나 칸트의 3대 비판서를 공부할 때도 비록 어렵기는 했지만 도전정신(?)이 더 강하게 불타올랐고 지적 만족감과 여러가지 통찰력이 확장되는 것을 느끼고 고전의 힘을 실감했었다. 한데 이 대논리학 1,2,3은 읽고 공부하는 동안 계속 양가감정에 휩싸이게 하였다. 과연 내가 헤겔의 이 지적철학교양 소설(?!)을 계속 읽어야 하나? 소설이 아닐 수 있으니 좀더 읽고 고민해보자 라는 갈등속에서 계속 진전해 나가서 결국은 완독하게 되었다.
이 갈등의 이유는 헤겔철학의 특징에서 비롯되었으며 정신 현상학에 비해 훨씬 학문적 엄밀성을 가지고 진행해 나가는 대논리학은 헤겔의 숨겨진 대 전제들에 대한 동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그냥 허무맹랑한 이야기로만 들리게 되어있다. 특히나 대논리학의 1,2권은 객관적 논리학(존재론, 본질론)이라서 더더욱 그렇다. 객관, 존재, 본질 이런 단어들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가 아니고 헤겔 특유의 의미인데 책의 처음에는 전모가 파악되지 않기에 혼란이 오게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헤겔철학은 철저한 인간중심적 관념론이고 칸트의 인식의 전환점위에 서있는 철학이다.
단지 칸트는 인간중심적 인식론의 입장에서 이성의 한계를 인지하고 그 인식범위를 한계 지우려 했다면 헤겔은 헤겔 특유의 변증법적 방법론을 통해서 이성이 객관의 실재성을 획득해 나가면서 이념화 되기 때문에 칸트가 그 한계라고 지워 놓은 물자체를 이념속에서 파악이 되어 나간다고 보기에 정당한 변증법적 방법론에 의한다면 이성의 한계는 없다고 추정되어진다. 이성의 한계가 없어지므로 형이상학의 세계가 다시 펼쳐지는 것이 가능 해진다고 헤겔은 생각한다.
이전에 프레데릭 바이저의 독일관념론에 대한 일련의 저작을 공부하지 않았으면 아마 대논리학 읽다고 집어 던졌을 것 같다. 내용자체도 난해한 부분도 있고 전체적인 구조자체가 변증법적인 방법론이 적용되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변증법적 진전을 통해 대단원의 막까지 (절대이념)가는 구조이기에 한편으론 지겨운 부분도 있다.
대논리학은 객관적 논리학: 존재론 -> 본질론 -> 주관적 논리학: 개념론으로 변증법적으로 계속 이어지는 구조이다. 책자체가 변증법적 방법론으로 저술되어 있기에 첫 전제에 대한 동의가 되지 않으면 나머지는 당연히 전혀 동의가 되지 않는다.
헤겔의 변증법적 방법론은 참으로 훌륭한 통찰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헤겔의 변증법이 빛나는 부분은 인간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사회의 관계 등이 형성되고 발전하는 부분을 설명해 나갈 때라고 생각한다.
헤겔의 첫 주 저작인 정신 현상학은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라 배울 수 있는 통찰들도 풍부하고 동의 되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이 책에서도 변증법적 방법론을 전체 형이상학의 원리로 추인하려는 시도도 엿보였지만 헤겔 자신의 말처럼 그 원리의 엄밀한 철학적인 증명을 뒤로 미루어 두었기에 본격적인 철학적 논쟁은 개시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대논리학 1,2,3는 전체 형이상학의 원리를 변증법적 방법론을 적용해서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기에 첫 챕터부터 치열한 사유와 동의가 필요 해진다. 또한 헤겔의 변증법적 방법론이 존재론부터 적용되기 시작하기때문에 변증법적인 운동이, 과연 인간이 사물을 파악할 때 어떻게 작용하는 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나 생략된다(생략된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냥 자명하다고 본다는 쪽이 맞을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사물과 사물사이에도 변증법적 운동의 원리가 적용되는데 이건 “부정”의 요소가 이미 사물에 내재해 있다고 보는 관점이 포함되어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결정론적 해석으로 빠져들기 쉽상이다. 또한 그런 사물과 사물사이의 변증법적 운동의 결과물들이 목적론적으로 인간에게 적용되어지는 부분에 들어가면 이야기는 더더욱 복잡해진다.
존재론, 본질론, 개념론을 각각 논하기에는 페이스북에서는 너무 과해서 대논리학에서 헤겔철학의 특징만 언급하기로 한다.
1)즉자:시원 -> 대자 -> 즉자대자(->즉자) -> 대자 -> 즉자대자(->즉자) -> …..-> 즉자대자:절대이념(즉자:시원) -> 대자 -> ……… -> ……
헤겔 변증법적 운동의 고리는 이렿게 구성된다. 실제로는 무한 루프이며 대논리학은 절대이념에서 그 서술을 마치지만 그 이후에도 절대이념의 내용의 변증법적 운동이 계속될 수밖에 없으므로 무한 루프라고 생각해야한다.
2)”즉자”는 있는 그대로의 것으로 소위 반성이 수행되지 않은 직접적인 것 그 자체이다. “대자”는 즉자 내부에 이미 놓여있는 “부정”적인 것이 펼쳐나오게 함으로써 생성되는 것으로 이 과정은 “반성”을 통해 진행된다. “즉자대자”는 처음 시작한 즉자의 직접성과 반성되어 변화한 대자가 합해지는 부분으로 “통일”을 통해 진행된다. 외형, 직접성(껍데기)은 즉자와 즉자대자가 같아 보일 수는 있지만 그 내용상으로는 변화된 존재이고 그 내용은 풍부해지고 확장되어 있다.
3) 이런 변증법적 운동은 인간의 정신성장이나 사회의 성숙 등에는 나름 유용한 설명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에 이를 토대로 헤겔식 사회변혁이론인 마르크스주의 철학이 태동되었고 사회발전이론의 주요원리로 인용되어왔다. 변증법적 유물론에서도 사실 헤겔의 관념론적 색채를 씻어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지만 질적 변화의 양적변환, 양적변화의 질적변환이라는 테제는 결국 헤겔의 이 대논리학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것을 현실 물리세계의 원리로 적용하기 시작하면 파열음이 바로 들리기 시작한다. 헤겔 나름대로 그 시대의 물리, 화학, 수학의 지식으로 설명을 해 나가지만 변증법적 운동원리로 설명될 리가 없는 것은 자명하다.
4)헤겔의 자연관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관과는 다르다. 엄격히 생각해보면 현상학적 자연관에 가까운데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등가적으로 존재하고 상호변화할 수 있다는 낭만주의적 사고방식을 깔고 있다고 생각된다. 헤겔이 정의하는 변증법적 운동의 궁극적 중간 종착역인 “이념”의 정의를 보면 “순수개념과 실재성의 절대적 통일을 통한 존재의 형식에 깃들인 총체성 = 자연 = 적합한 개념, 객관적 진리, 진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념은 단순한 생각이나 사상이 아니다. 터프하게 말하면 한 존재의 생각(개념)과 물질성(실재성)이 종합적으로 합해져서 만들어지는 그 존재 전체이다. 이렇게 개념과 실재성이 통일되어 존재가 될 때 그 총체들이 자연이라는 말이다. 이런 이념으로서의 존재가 될 때 객관적 진리가 되고 진리를 품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이성이 변증법적 운동과정을 통해 끝임없이 전진해서 한 대상에 대한 순수개념을 획득할 때 비로서 그 대상은 전체로서의 진리로 파악되고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논조가 되면 변증법이라는 방법을 제외하면 현상학적 해석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현상학은 대상자체 - 물자체에 대해서는 불가지의 입장을 취한다. 그렇지만 헤겔은 이렇게 파악되는 대상자체는 물자체이다라고 본다는 점에서 다르다. 터프하게 말하면 칸트와 현상학쪽은 이기이원론쪽이라면 헤겔은 이기일원론쪽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5)헤겔의 이념이란 결국 진리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고 진리는 시원의 존재로부터 변증법적 운동을 통해 본질로, 개념으로, 판단으로, 추론으로 그리고 객관성을 획득한 후 생명으로 인식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념으로 변화, 확장하는 것이다. 인간 이성이 이렇게 객관적 진리 그 자체를 완전히 파악해 낼 수 있는 이념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이므로 헤겔은 자신이 칸트의 뒤를 계승하며 칸트철학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헤겔의 결론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현재 도출되어진 결론이 이념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
이념이라고 하더라도 진리를 담보하는 절대이념의 단계라는 확신은 어디서 올 것인가?
여기에 대한 내용은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 나오지 않는다. 좋은 말로는 열린 결말이지만 순환적 논리 구조를 가지는 이론들이 가지는 맹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신현상학을 읽어 나가면서 보였던 애매한 점이나 사상의 맹아 같은 것이 대논리학을 공부하면서 많이 정리가 되었다. 헤겔철학은 여전히 아직도 세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거대담론이자 환원주의적 이론들은 현실에 잘못 적용되면 도그마가 된다. 과거에 한국에서는 이념이 무섭다고 했다. 무서울 수 밖에… 이념은 헤겔식 정의에 따르면 진리 그 자체이니 이념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진리에 반하는 사람이고 역사의 반동이 되는 것이다.. 과거의 전쟁은 영토나 생존 등이 원인이었다면 근현대의 전쟁은 거의 다 이념이 그 원인이다. 이념의 내용이 사상이 될 수 도 있고 종교가 될 수 도 있겠지만…
서양철학에서 자유와 이념이 차지하는 그 큰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칸트와 헤겔의 주저작을 읽은 시간이 소중히 여겨진다. 올 한해는 헤겔의 저작과 정신분석학계열의 책들을 읽어 나갔다. 앞으로는 훗설의 현상학부터 좀더 현대철학 쪽으로 올라올 생각이다.
헤겔의 대논리학 마지막 부분 몇 쪽을 갈무리본다. 결국 핵심은 여기에 담겨있으니 변증법적 방법의 특징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일독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