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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여인 ㅣ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4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처음 읽었을 때는 도시를 벗어나 산길로 향하는 설정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시 읽게 되니 오히려 그게 다른 레이먼드 챈들러 / 필립 말로의 작품들과는 다른 특색과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색다른 흥미를 만든다. 항상 말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이런 식으로 쉽게 변한다.
다른 챈들러 / 말로의 이야기에 비해서는 빨리 읽히고 쉽게 혹은 수월하게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들고 있다. 비교적 덜 아리송-산만하다고 해야 할까? 이런 식으로 장편으로 만들기 전 단편 또는 중편으로 발표한 과정이 (혹은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좀 더 명료한 이야기 구성이 가능한 건 아니었을까?
“깊은 산중 아름답고 고요한 호수, 주변에 띄엄띄엄 자리한 산장들. 돈 많은 바람둥이 아내가 산장에서 내려올 날을 기다리는 사내, 상이군인으로 제대혼 후 산장지기로 고독한 여생을 보내는 또 한 명의 사내. 어느날 종적을 감춰버린 그들의 아름다운 아내들. 남은 것은 한 장의 쪽지뿐.”
실종된 여인을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필립 말로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경험하게 된다. 살인도 있고, 실종과 의심 그리고 복잡한 인간관계를 겪게 된다. 혼잣말과 같은 냉소와 음울함이 있으면서 자주 그랬듯 쉽게 얻어터지기도 한다. 결국에 남는 건 씁쓸함이지만 그걸 거부-거절할 순 없으니 그저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젊은 시절보다 세월이 조금은 흐른 지금 읽게 되니 더 흥미롭게 읽혀진다. 좀 더 경험한 게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고 세상을 겪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둘 모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기나긴 이별’을 읽을 차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