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추적자에 주목할 것은 잭 리처 시리즈의(머물지 않는 여정의) 첫 시작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그게 아마도-어쩌면 그게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점이고. 나중에 보여주는 이 시리즈의 이야기 구성이나 모양새에 비해서는 뭔가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재미는 확실하게 있다.

 

어떤 순간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잭 리처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번 사건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어색하기만 하다. 허둥대고 헤매는 모습은 그답지 않지만 이게 시작이었으니 어떻게 본다면 그의 본모습을 혹은 원형을 만난다는 느낌도 들게 된다.

 

베일에 싸인 조용한 마을, 이방인에게 무조건 살인죄의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마을 사람들, 계속적으로 터져 나오는 음모와 살인들... 이를 독특한 탐정 잭 리처가 집요한 추적과 응징으로 해결하며 진행된다.

 

1997년에 탄생한 캐릭터 잭 리처. 차도, 가방도, 신분증도 없이 여행하는 그에게는 길이 곧 집이다. 그는 맨손으로 거친 사내들을 제압하면서 속으로는 재즈 선율을 음미한다. 그리고 자유를 찾아 끊임없이 떠나면서도 불행한 이들을 돕는 일에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

 

잭 리처는 한때 군수사관 출신이라는 것 외에 과거가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다. 13년간의 군수사관 경험으로 복잡다단하게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지적인 명탐정으로만 그려진다. 성격은 신비하면서도 단순명쾌하고 시원스럽다.

 

게다가 네다섯 명의 사내는 거뜬하게 때려눕히고 악인에 대해서는 어떠한 자비나 죄책감도 없이 숨통을 끊어버리는 카리스마까지 갖춘 잭 리처. 소설은 기나긴 배경 설명이나 부연 없이 주인공을 바로 궁지에 빠뜨린다. 또 시원스러우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사건 전개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 가질 수 있는 스피디함과 재미를 추구한다.”

 

꾸준하게 발표되는 범죄 소설 혹은 액션 소설 중 남성미로 가득한 주인공을 내세우는 (거의 유일한) 시리즈이기 때문에 어떤 모습으로 시작했을지 궁금했는데, 그걸 알 수 있었다는 걸로 충분했다. 아직은 군더더기가 많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중을 생각한다면 뭐가 덜해지고 어떤 게 더해지는지 생각해가며 읽을 수 있기도 했다.

 

왕 노릇이 지겨워 스스로 무리를 떠난 늑대왕, 어떠한 권위에도 기대지 않고 이미 오래 전에 고뇌를 끝낸 존재, 오로지 자신의 이성과 감정이 움직이는 대로, 독자적인 사고방식과 판단으로 움직이는 존재. 어떤 구속도 없이 자신만을 믿고 움직이기에 가장 강한 자가 될 수 있는 인물의 매력이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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