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사슬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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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악의 사슬‘61시간직후의 이야기지만 굳이 ‘61시간을 읽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은 없다. 잭 리처 시리즈를 즐기는 사람이나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 가면서 읽는 게 의미가 있을 뿐, 처음 접하거나 재미 차원으로 손에 쥐게 된 사람도 읽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어차피 잭 리처 시리즈가 긴밀하게 연결된 내용이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가 느슨히 연결되어 있을 뿐이니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대부분 잭 리처 시리즈 중 최고작으로 원 샷이나 하드웨이를 꼽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악의 사슬또한 무척 인상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 “탄탄한 구성과 빠른 전개로읽는 재미에 충실하면서 그동안 잭 리처가 보여준 마초적인 매력과 거친 액션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잭 리처 시리즈의 결정판'이라는 찬사가 아주 틀린 말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적막감이 흐르는 네브래스카 주의 한 시골 마을에 흘러 들어간 잭 리처. 어느 모텔의 바에서 커피를 마시던 리처는 환자의 긴급 호출을 거절하는 술 취한 의사를 만나게 된다. 애타게 의사를 찾는 사람은 던컨 일가의 며느리 일리노어. 남편 세스 던컨에게 얻어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그녀의 코피는 멈출 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의사는 환자에게 가기를 꺼려한다. 여기서부터 리처의 의협심과 특유의 직감에 발동이 걸린다.

 

운송 사업을 통해 그 지역을 장악한 던컨 일가는 막강한 자본력과 교묘한 술수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복종을 강요한다. 그곳에서는 감히 누구도 던컨 일가의 요청을 거부하거나 거역할 수 없다. 악의 기운을 감지하고 던컨 일가를 주시하던 리처는 아주 오래된 기묘한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25년 전, 마을 주민 도로시의 여덟 살 난 딸이 감쪽같이 사라진 일이 있었다. 당시 모든 수사력이 동원되었지만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인 채로 남아있다. 미심쩍은 마을 분위기와 실종 사건 사이에는 반드시 밝혀내야 할 비밀이 숨어 있는 듯하다. 단단히 꼬여버린 악의 사슬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가. 밝히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이들의 피 튀기는 혈투가 지금 시작된다.”

 

고립된 지역, 미심쩍은 점들, 직감과 의협심 그리고 궁금증, 미해결 실종 사건, 곳곳에서 느껴지는 범죄의 기운들, 꼬이고 꼬이는 상황들, 모든 것을 싹 쓸어 버리는 잭 리처. 이 시리즈의 매력과 재미를 잘 살려놓고 있고 블랙 코미디스러운 부분도 있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최근에 읽은 다른 잭 리처 시리즈 중 가장 괜찮았다.

 

잭 리처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현대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고발함으로써 현실과의 거리감을 꽤 긴밀하게 유지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부조리와 불합리를 경험한다. 바로 눈앞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어도 자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고, ‘나만 아니면 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리마저 너무나 쉽게 저버린다. 하지만 잭 리처는 다르다. 그는 절대 불의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법이 보호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경찰보다 잭 리처가 오히려 더 필요한 존재이다. 테러, 납치, 살인, 마약 밀매 등 우리가 뉴스를 보면서 경악했던 극악무도한 사건들은 잭 리처가 맞닥뜨리는 사건 중 하나가 되어 독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악의 사슬에서는 불법 이민자들을 이용해 성매매를 일삼는 거대 자본의 횡포와 비리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리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개미들의 보호자로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해결사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인간의 역사에서 악에 대한 응징이라는 테마는 영원히 반복될 숙명과도 같다.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킨 잭 리처가 절대로 사라질 수 없는 이유이다. 터프하고 정의로운 사나이 중의 사나이,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잭 리처의 매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어떤 의미를 찾아가며 읽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읽는 재미에 충실하기도 해서 뭐라도 읽을 걸 찾는다면 잭 리처 시리즈가 나쁜 선택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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