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시간 - 잭 리처 컬렉션

61시간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오픈하우스 / 2012년 5월

이번 잭 리처의 모험에서 특색은 전화 통화만으로도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수잔 터너가 등장한다는 점이 우선이겠지만(나중에 ‘네버 고 백’에서 다시 등장한다) 그보다는 잭 리처의 군 시절의 경력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는 점을 더 꼽고 싶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과 쓰디쓴 패배감과 그로 인한 분노(와 복수)까지 잭 리처가 어떤 식으로 분풀이를 하게 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자신이 왜 떠돌이 생활을 하는지 그리고 그 이해받지 못하는 방식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설명하는지도 특색이라면 특색일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잭 리처의 내면을 그리고 군생활과 성장과정을 좀 더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을 제외하고 그가 진저리치도록 추위를 싫어한다는 점을 뺀다면 항상 반복된 이야기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우연히 사건에 개입하고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내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려 하고 그러다 음모를 알게 된 다음 과감하게 정면돌파를 하는 항상 보여줬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항상 접했던 방식이라 지루하단 말도 나오겠지만 그래도 흥미를 잃지 않는 진행과 주변 등장인물을 잘 배치해 읽는 재미를 잃지 않고 있다. 다만, 전과는 다르게 은폐된 진실이 처음부터 쉽게 추측할 수 있어 생각지 못한 (혹은 터무니없는) 결론을 보여줬던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는 너무 예측 가능한 모양새다.

“작가는 사회적 약자인 노인이 가장 무거운 임무를 떠안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책임회피주의를 꼬집는다.”고 하지만 너무 거창하게 본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런 식으로 본다는 것이 틀렸다거나 잘못된 방식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조금은 얄궂은 상황 속에서 자신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어떤 어려움과 곤경을 만드는지를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고 그것만 떼어놓고 논의를 해본다면 그것도 꽤 그럴싸한 토론 주제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앞서 읽은 ‘메이크 미’나 ‘나이트 스쿨’에 비해서는 느슨하지만 긴장감을 잃지 않아 꽤 읽는 재미를 만들고 있다.

이걸로 손에 들어온 잭 리처 시리즈는 다 읽었으니 한동안은 다른 책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