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배처럼 텅 비어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485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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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처럼 텅 비어

최승자

 

[세상이 따뜻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면 시를 못 쓰게 되지요. 그건 보통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시인의 삶을 바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정신과 육체의 일반적인 선 너머, 그녀는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봤다.

 

[책상 앞에서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천국이었음을 깨닫는다]는 시인의 마음을 나도 느낄 수 있는 날이 가끔 있다. 지금이 그렇다.

 

[너는 묻는다

 

너는 묻는다. 언제냐고

나는 대답한다 모른다고

확실한가 안 확실한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른다

내일이 올지 안 올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른다

너는 눈을 떨군다

 

수 세기의 바람이 그냥 불어간다

수 세기의 눈이 그냥 잠잠하다]

 

모든 시가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시는 몇 번을 소리 내어 대뇌였는지 모르겠다. 철학적이고 사유적이고, 비참하다. 인생이 이리 비참한 것이라는 걸, 의미를 찾아 헤매지만 나도, 그리고 너도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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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찾고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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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찾고

요시타케 신스케 글, 그림

권남희 옮김

 

제목 보고 골랐다.

절실한 외침을 주는 말이다.

나는 매번 도망치는 것에서 끝났었고, 이제는 도망치지도 못하고 사고 현장에 매몰되어 있다.

위험한 순간을 만나면 도망쳐야 한다.

매일 교통사고를 접할 수는 없다. 거기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쉴 곳을 찾아야 한다.

 

또 다른 포인트는 [당장은 찾지 못할 수도 있어]이다.

그런다고 찾기를 그만두면 두 번 다시 나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할 무언가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주저앉지 말고 계속 찾고, 움직이자.

그래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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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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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사람들은 천문학자라고 하면, 별을 보는 일을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 별을 보지 않는 천문학자도 많다. 저자도 그중에 한 명이다. 우주의 무언가를 관측하고 이를 토대로 연구하는 이들을 천문학자라고 한다. 저자는 행성, 달을 연구하는 이다. [지구는 별이 아니다]

 

심리학자라고 하면, 사람들은 얼굴만 봐도, 이야기 몇 마디 주고받지 않아도, 상대방의 심리를 뚫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런 심리학자는 없다. 그리고 심리학이라고 하면 상담을 통한 사람들의 내면을 치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심리학에는 상담, 임상, 생물, 인지, 산업 등 무수히 많은 세부 전공이 있다. 고로 심리학과를 나와도 상담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도 많다는 말이다. 어떤 이는 통계만 계속 돌리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실험을 통해 인지적 접근을 하는 이도 있다.

 

의사라고 하면 사람들의 아픈 곳을 고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듯이(연구든 수술이든), 심리학자라고 하면 사람의 심리를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고, 천문학자라고 하면 우주의 어딘가를 관측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천문학 교수님의 강의와 함께 삶의 체험 현장을 보는 것 같았다. 똑똑한 이들의 삶은 이렇겠지. 글도 내용도 깔끔하고 왠지 저자의 삶도 그러할 것 같았다.

 

[너무 졸려서 미각이 거의 마비된 상태로 밥을 국에 말아 후루룩 한 그릇 비우고는, 관측자 숙소의 암막 커튼이 주는 그 따뜻한 어둠 속에서 죽음처럼 잠들고 싶은 관측하기 딱 좋은 날]. 좋아하는 일을 하자. 좋아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자. 핸드폰 보는 것은 좋지만 의미가 있지 않으니까. 의미 있는 좋아하는 일이 뭘까. [그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어지러웠지만] [열정적이고 무해하고 아름다운] [하늘의 어디] [위기를 이겨낸 우리의 마음속에도 언젠가는 봄꽃이 간질간질 피어나리라.]

 

[내가 큰 잘못을 한 건지, 미안한 건지, 고마운 건지, 당시의 내 지적 능력과 어휘력으로는 형언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이 범벅되었던 그 날. 아마 나는 한층 자랐던 것 같다. 수많은, 표현하거나 단정 짓기 어려움 감정들과 마주쳤다. 그것은 예나 아니오가 아니었다. 기쁨이나 슬픔도 아니었다. 분노나 절망도 아니었다] 겪어보지 않은 일. 그로 인한 낯선 감정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던 퓨마 뽀롱이는 분류상 맹수에 속한다는 이유로 발견 직후 사살되었다] 퓨마가 탈출하기 며칠 전 나는 그곳에 있었다. 유난히 적응하지 못하고 울부짖던 울음소리를 기억한다. 무서움과 연민이 동시에 들이닥쳤다. 사람들 마음대로 잡아 온 퓨마는 하늘로 갔다. 인간의 잔악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회적인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다양한 것을 보고 듣고 접하면서 감정의 어떤 주파수는 진폭이 줄어들고 어떤 주파수는 증폭되는 구조를 갖게 되는 게 아닐까?] 내 안의 비사회적 나이가 고개를 든다. 지난 주말 동물원에서 뽀롱이의 작은 비가 마음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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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 병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리단 지음, 하주원 감수 / 반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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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리단 지음

 

반성, 반추하게 된다.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삶을 이어가기 힘들 정도의 심한 정신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이들의 삶이 녹록치 않은 삶임을 안다(사실은 알지도 모르지도 못하는 그 어딘가에 내가 있겠지). 그런 저자가 쓴 글은 전문의의 글보다 탄탄하고 열심이다.

 

발병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자세로 수많은 자조 모임과 저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에게서 사람들은 책의 내용 너머의 큰 힘을 얻을 것이다.

 

전공 서적으로 봐도 무색할 만큼, 조울증을 비롯한 여러 병력들에 대한 이해 및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의 일치를 여러번 보았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처음엔 저자 이름만 보고 외국 저서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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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축제자랑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박태하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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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축제자랑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 박태하 지음

 

 

소심, 수줍음, 어색함을 온몸에 덕지덕지 붙인 채 어울림, 나눔, 스스럼 없음이 어울리는 축제에 다녀온 작가 둘. 왜 그곳에서 이런 축제를 하게 됐는지, 축제 글을 읽어야 되는 이유가 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제목부터 봐라. 너무 신선하다. 전국의 축제를 보여주겠다니. 그것도 잘 놀지도 못하는 두 양반이 말이다. 이쯤에서 놀아본 적 없는 사람이 생전 처음 축제 구경 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며 있는 모습이 떠올라서, 그 모습이 나 같아서 시원하게 웃지도 못하겠다. 그래서 책에서 이야기하는 축제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그 축제와 상황과 그 장면을 바라보게 된다. 여행을 가려고 찾아보는 여행서나 여행을 가기 전에 숙지해야 할 중요 문장들을 보기 위한 정보 제공 책들과는 거리가 멀다.

 

신기함으로 보면 된다. 축제 이야기를 써보자는 이유는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데, 납득이 안간다. 그래서 비오는 날 파전에 막걸리 땡기듯이 글들이 땡겨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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