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밤
존 디디온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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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9일 금요일

The April Bookclub

 

푸른밤

존 디디온

 

얼마 전부터 수필 강의를 듣고 있다. 강의에서 말하는 좋은 수필이란 허구가 아닌 상상력을 동원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치밀한 사유를 통해 고유하고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주며, 문장은 정확하고 일관성이 있어 미적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길다). 푸른밤은 이러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흔히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외상에는 성폭력, 가정폭력 같은 직접적인 외상이 있고, 상실로 인한 외상도 있다. 남편, 아버지, 어머니, 자식 등의 주요한 주변인들의 죽음으로 인한 정서적 고통. 이 책의 저자는 아이의 죽음과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시간을 연결하여 이야기한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 메몰되지 않고,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치밀한 사유를 통해 세밀하게 묘사하고 비유를 통해 나타낸 글. 문장력도 일관성 있고, 보기에도 지니치지 않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정확하게 구성된 플롯보다는 푸른밤과 연결되어 있는 먹먹함, 가라앉음이 스며들어 있는 표현, 그리고 죽음, 상실의 심연에 대한 조용하지만 깊은 이야기가 있다.

 

뚱딴지같이 들리기도 하겠다만, 푸른밤은 자식을 읽은 슬픔에 대해 쓴 글이지만, 죽은 자식에 초점을 맞추어서 쓴 글은 아니다. 작가 본인의 생활에 맞추어서 쓴 글이다. 자신이 하는 일, 생활, 가족의 이야기가 주요하다. 그 와중에 필요하다면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넣는 정도이다. 글의 마지막에 나오는 이야기들도 아이를 잃은 슬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보다는 가족이 없는 자신에 맞추어져 있다. 이제 굽 있는 구두조차 신지 못하게 된 죽음의 길로 접어든 여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읽고 나서 느껴지는 이 상실감은 마흔의 초입에 있는 나를 더 어둡게 한다.

 

처음 이 책을 집어들기까지는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존 디디온의 상실을 읽고 싶었는데, 이리저리 뒤져보아도 구할 수가 없었다. 국내에 소개되어 있는 저자의 다른 책인 푸른밤은 아이를 잃은 엄마의 이야기여서 선뜻 집어들 수가 없었다. 나는 평소 자식이 아프다는 둥, 자식이 어떻게 됐다는 식의 글을 멀리한다. 이런 글을 접하면 나는 바람소리를 낸다. 마치 내 자식을 해하는 것은 모두 바람으로 밀어버리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어떤 것을 동원해서라도(그것이 미신일지라도) 내 자식의 털끝에도 나쁜 기운이 오지 못하게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실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야 말로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뱀을 보고 무서워하여 느끼는 공포는 뱀을 없애거나 피하는 방식으로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하지 않은 채 둥둥 떠다니며 만연해 있는 fear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은 것에 의미부여를 크게 하고 상상의 연결고리는 만든다는 것. 그것이 사람을 정녕 힘들게 한다. [기억은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런 것들이다]가 되는 것은 이러한 면도 한 몫 한다.

[이제 나는 그 아이에 대해 생각할 수는 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그 아이의 이름을 듣고서 울지 않는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우리가 중환자실을 나온 뒤 그 아이를 영안실로 이송하기 위해 운반 담당을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그 아이가 곁에 필요하다]

특히 이런 일들은 상상이 아니라 아예 없는 것이라고 치부해야 내가 살 수 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내가 느끼는 불안은 지나치다. 그런데 그것이 지나치지 않게 오롯이 있다.

[보호할 수 없는 것을 보호하겠노라 맹세하는 수수께끼를 말하는 것일까? 부모가 된다는 것의 그 모든 불가해한 비밀을 말하는 것일까?

시간은 흘러간다.

그렇다. 동의한다. 진부한 이야기 아닌가. 물론 시간은 흘러간다.

그런데 왜 나는 이 말을, 그것도 반복하여, 하는 것일까?]

아이가 죽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아이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 마음이 아프다. 라는 식의 사실적인 글을 벗어나, 글을 읽고 느끼는 감정은 배가 되게 호흡하게 하는 형식의 글쓰기. 물론, [그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는 나는 한 번도 두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라는 직설적인 표현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어떤 것을 표현하는데 있어, 시와 수필의 중간 정도에서 기술하고 있는 듯한 기법에 마음이 더 먹먹해졌다. 그런데 이러한 불안이 아이를 시간의 연속선상으로 보지 못하게 하는 나를 만들기도 한다.

[깊음과 얕음, 급격한 변화.

그 아이는 이미 한 개인이었다. 나는 그것을 결코 볼 수 없었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내가 다 알아야 그 아이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아이가 한 개인으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밀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나도 늙겠지. 5cm 굽이 있는 구두를 신었다가 삐끗하는 날에는 내 인생도 나갈 그런 날이 오겠지. 나의 죽음에 당신이 W.H. 오든의 <슬픈 장례식>의 열여섯줄을 낭송한다면, 좋겠다.

[시계를 멈추고 전화도 끊어라

군침 도는 뼈로 개들의 울부짖음도 막아라

피오노도 치지 말고 북소리도 죽여라

관을 꺼내고 조문객을 오게 하라.

 

신음소리를 내는 비행기들을 머리 위에서 빙빙 돌게 하라

메시지를 하늘에 휘갈겨 쓰며 그는 죽었다고

공용 비둘기들의 흰 목 둘레에 크레이프 나비넥타이를 달아라

교통순경은 검은 무명 장갑을 끼게 하라

 

그는 나의 북쪽이며, 나의 남쪽, 나의 동쪽과 서쪽이었고

나의 일하는 주중이었으며 내 휴식의 일요일이었고

나의 정오, 나의 한밤중, 나의 이야기, 나의 노래였다

나는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다. 나는 틀렸다

 

이제 별들은 필요 없다. 다 꺼버려라

달을 싸서 치우고 해를 철거하라

바다의 물을 쏟아 버리고 나무를 썰어버려라

이제 그런 것들은 아무 소용이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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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교실 : 글쓰기는 귀찮지만 잘 쓰고 싶어
하야미네 가오루 지음, 김윤경 옮김 / 윌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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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교실

하야미네 가오루 지음

 

책 제목과 더불어 [글쓰기는 귀찮지만 잘 쓰고 싶어/한 문장도 못 쓰다가 소설까지 쓰게 된 이상한 글쓰기 수업]이라고 써 있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면 어서 이 책을 읽어보세요라는 흥미를 유발하기 딱 좋은 홍보글이다. 맞다. 소설! 그래서 소설이 아닌 수필이나 말 그대로 글 쓰는 실력을 키우고 싶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스노볼이라는 고양이가 가르쳐주는 내용들은 이미 안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기나 독후감을 쓰고 있다.

독서나 필사를 하고 있다.

라고 한다면 딱히 더 이상의 가르침은 없다.

 

반면, 글쓰기가 정말 싫다/간단한 편지도 쓰기 힘들다/글을 잘 쓰려면 책을 읽어야 된다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라면, 그런데 자꾸만 몇 줄이라도 글을 써야 되는 일이 생긴다면? 읽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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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독서모임 하나의책 독서모임 시리즈 2
이진영 외 지음 / 하나의책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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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독서 모임

이진영 김은주 최인애 전민아 이현 김연지 바나나망고

 

 

7명의 독서모임 참가자들의 수기다. 7명 모두가 같은 독서모임에 참여한 것은 아니고, 각기 하나언니의 어느 책모임에 참여한 사람으로 보인다. 저자들의 연령대, 직업은 모두 제각각이나 성별은 같은 것으로 보인다.

 

책의 기본적인 흐름은 독서모임을 하게 된 계기, 하나언니 책 모임에 들어간 첫 느낌, 독서모임 진행, 독서모임 팁, 추천 책으로 되어 있다. 글 솜씨는 엉망이다. 처음에는 그럴듯하다가 흐지부지되거나, 글은 장황하게 쓰여 있는데 도통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는 글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을 집어드는 사람은 저자의 필력을 보려고 펼치지는 않을 것이다. 독서모임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방향을 잡기 위한 책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ok.

 

그럼에도 도서관 사서였다가 현재 출판사 직원으로 근무 중인 전민아님의 글은 잘 읽었다. 다른 이의 글을 읽고 출판을 할지를 결정하는 일보다 글을 쓰는 일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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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요정의 선물 신선미 그림책
신선미 글.그림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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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들을 찾아서 보는 편이다(사실, 안녕달, 신선미 등의 작가가 몇 살인지,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모른다. 정말, 정확히 나의 생각이다).

찾아 보는 책들은 안녕달의 메리, 할머니의 여름휴가, 수박수영장, 당근유치원, 쓰레기통 요정/신선미의 개미 요정의 선물, 한밤중 개미 요정/윤지희의 도토리랑 콩콩 등이 있다.

(권윤덕, 권정생, 윤구병 등의 그림책도 역시나 좋은 작품들이지만 여기서는 제외하고 이야기했다)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저자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다 큰 어른이 쓴 책이 아닌가. 그래서 일반적으로 어른이 된 작가가 아이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쓴 것이고, 혹은 아예 초점이 어른에 맞추어져서 쓰여진 글들도 많다. 그래서 개중에는 아이들이 읽기에는 오히려 어려운 책도 여럿 있다. 신선미 작가의 책처럼 어른이 아이 때로 돌아가 엄마의 사랑을 느끼거나, 할머니가 다시 젊었을 때로 돌아가 그 당시 아이와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야기는 지금의 어른 행세를 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짙은 향수와 같다. 그리고 윤지희 작가의 사연을 알고 도토리랑 콩콩을 읽으면, 단순히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그림자를 느끼게 한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나는 이런 그림책들을 아이와 함께 읽는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매일 책을 읽는 날들의 연속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럴 때 엄마도 읽고 싶은 책을 아이와 함게 읽어야 하는 책에 살짝 끼워 보는 것을 권한다. 함께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위 작가들이 말하는 의미 중 하나로 받아들여 졌다.

, 책을 읽다가 주책맞게 눈물이 나는 것을 아이가 보더라도 창피해하지 말고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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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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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애

 

[습기를 잔뜩 먹어 붕 뜬 단발머리, 편안한 티셔츠 차림의 페니는...] 이 글은 주인공 페니에 대한 묘사로 시작한다. 그리고 꿈을 사고 파는 것이 트렌디하고, 여러 꿈을 파는 곳 중에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힙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배경묘사다. 또한 독자에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어나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녹여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처음에는 조앤 K롤링의 해리포터와 같은 환타지 한국판인가 하다가 히가시노게이고의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의 한국판인가 했다. 만약 해리포터를 열광하며 읽었던 세대가 성인이 되었다면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의 문화를 타고 성장한 작가가 이렇게 세상을 그려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겠거니 싶었다.

 

환타지 소설의 인트로로 들어갈때의 방대함, 구조를 읽혀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그리고 글자 크기도 장평도 큰 책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부담감도 그리 길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판타지를 품고 있으면서 방대하지 않으면서 잔잔한 에피소드들이 나오는 것으로 흘러갔다. 쉽게 읽혔다.

 

이 글을 3파트로 나누어 살펴보자면,

환타지적 요소에 대한 설명

달러구트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

달러구트 꿈제작자, 직원들에 대한 히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책이 이렇게 파트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다 읽고 나니 글의 구성요소들이 이렇게 들어왔다.

 

세 번째 제자의 후손인 달러구트가 운영하고 있는 꿈 백화점에 취직한 페니는 꿈을 사는 사람들, 꿈을 만드는 사람들, 꿈을 파는 사람들을 통해 단순히 꿈이 수면 방해꾼이 아닌 꿈이 주는 의미와 사람들의 세상을 연결하여 바라본다. 과거에만 사는 사람들, 미래에만 사는 사람들, 현재에만 사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에 사는 사람들은 과거의 일에만 집착하여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미래에만 사는 사람들은 앞만보고 달리지만 의미를 찾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현재에만 사는 사람들은 이 현재가 과거와 미래의 연결통로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말그대로 here and now만 하기도 한다. 우리는 나를 바라보는 꿈을 꿀 필요가 있다.

 

설렘 한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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