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소설 전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2
루쉰 지음, 김시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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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12

The April Bookclub

 

루쉰 전집

루쉰

 

오래 전 아큐정전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십대의 어느 언저리였던 것 같다. 미숙한 청년이 세상에 대한 욕심을 어떻게 나타내는지 해학적으로 풀어낸 이야기였다는 잔상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다시 만난 루쉰은 거기에 없었다. 생각처럼 잘 읽혀지지도 않았다.

처음 자서, 광인일기 제목을 보고 창의적인 기대를 했었는데, 막상 읽자, 제목이 다 인 것 같았다. 광인일기는 정말 미친사람이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은 것 같아서 중국의 최초 현대소설의 시작은 이렇게 되었구나 하며 실망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기대가 무너지면서 읽기가 고역이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루쉰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라며 말도 안되는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서 모두 읽어야지 하는 생각은 접었다.

순차적으로 짧은 단편소설(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공상수필이라고 해야 하나)을 많이도 써놨는데, 책의 내용은 마치 선구자가 되려했지만 실상은 쭈그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가지지 못한 자가 가지려 하다가 죽고, 신진학자라고 생각했으나 실상에서는 눈치나 보면서 밥이 끊길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고, 사랑을 선택했으나 결국에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모진 말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그렇다. 이 책은 잘 읽혀지지도 않는데, 내용도 멋대가리 없어서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자서, 광인일기, 쿵이지, 머리털 이야기, 아큐정전, 토끼와 고양이, 오리의 희극 등의 납함을 지나, 까오선생, 고독한 사람, 죽음을 슬퍼하며와 같은 방황에서 슬픈 안도감을 갖고, 고사신편은 내려놓았다. 모든 책이 나에게 읽혀 들어오고, 모든 책이 내 안에 남아 소용돌이 친다면 내가 남아나겠는가. 위대한 개츠비, 월든, 루쉰전집처럼 내가 소화시키지 못하면 그만인 것이 있어야 내가 사람이고(그래도 점점 소화력이 는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 스토너, 소피의 세계처럼 또 내가 소화할 책들이 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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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카
우미노 치카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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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카

우미노 치카

 

부드럽고 조용하고 따뜻한 사람.

나는 날카롭고 조용하고 차가워보이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부드럽고 조용하게 스며드는 따뜻함을 좋아한다. 그런 색을 담고 있다. 이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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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장례식
홍작가 글 그림 / 미들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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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장례식

홍작가

 

별 의미없이 펼쳤다가 괜찮은 첵을 발견했다. 요즘은 그런 책들이 종종 있어, 뒤를 이어가는 에너지를 주기도 하니, 좋은 일이다.

처음엔 색감이 어둡고 둔탁하고 진한 면이 부담스러웠다. 그림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단편이고 그림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니 내용은 짧다. 그래도 스토리를 잘 구성하여 작품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좋은 머리로 공을 들인 것이 보이니, 나도 읽으면서 진지해졌다.

 

연애의 행방도 그렇고, 고양이 장례식도 그렇고 잘 쓰여진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작가를 들여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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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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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하나하나가 내 이야기였다. 이것이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여서 그런 것인지,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시선이 나와 비슷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은 내가 젓갈이라고 부르는 상사와 마주쳐야 하는 고된 날이었다. 그것도 그냥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쓰레기로 만들어버린 집단에 안간힘을 쓰면서 2시간여를 보내야 했는데. 역시나 젓갈은 경력도 없고, 나보다 급수도 낮은 후임을 마치 위대한 영웅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 나를 깎아 내렸다.

마음이 남아 있는 게 없는 날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 글을 읽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내 이야기가 있었다. 상대의 의미없는 말에 의미를 두지 말고, 그런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해주었다. 특히, 이 대목을 읽고는, 나는 잘 하고 있다는 약간의 안도감까지 들었다.

 

[어쨌거나 똥은 피하고 봅시다......

내 경우에는 상대에 따라서 표정이 바뀌는 사람들,

사람들 앞에서 외모나 개인의 신상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목적이 있는 순간에만 세상 다정해지는 사람들과는

가까워지면 남아나는 멘탈이 없기에 애초에 거리를 둔다.

 

현실적으로 물리적 거리를 두는 건 어렵다 해도

정서적인 거리를 지키는 건 언제나 중요하다.

예를 들면 타인을 자신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들은

일종의 자기애성 인격장애로 볼 수 있다.

이들이 타인을 조종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전술은

종잡을 수 없는 칭찬과 비난 또는 침묵인데,

이들의 행동에 일일이 반응하면

비위를 맞추려 쩔쩔매게 되고

결국 그들에게 조종당하는 대상이 된다.

이런 경우엔 말려들지 않는 게 최선이다.

그들의 칭찬을 기쁨으로 삼아서도 안 되고,

그들의 비난을 진실이라 믿어서도 안 되며,

그들이 침묵하는 이유를 추측하려 애써서도 안 된다.

칭찬과 비난, 침묵 모두에 거리를 두고,

그들로부터 관심 밖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좋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그게 참 어려운 일이다. 그게 잘 안되서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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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캣의 혼자 놀기 - 혼자 노는 세상의 모든 방법 스노우캣 시리즈 (미메시스)
스노우캣(권윤주) 글.그림 / 미메시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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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없는 수많은 이들이 상처받은 일들을 위로하는 글들을 무수히도 많이 낸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감을 발판삼아 다시 움직이기도 한다. 어쩌면 별볼일 없다고 여겼던, 평범한 사람들이 이심전심, 내 마음을 더 잘 알고 다독여 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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