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하나하나가 내 이야기였다. 이것이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여서 그런 것인지,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시선이 나와 비슷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은 내가 젓갈이라고 부르는 상사와 마주쳐야 하는 고된 날이었다. 그것도 그냥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쓰레기로 만들어버린 집단에 안간힘을 쓰면서 2시간여를 보내야 했는데. 역시나 젓갈은 경력도 없고, 나보다 급수도 낮은 후임을 마치 위대한 영웅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 나를 깎아 내렸다.

마음이 남아 있는 게 없는 날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 글을 읽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내 이야기가 있었다. 상대의 의미없는 말에 의미를 두지 말고, 그런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해주었다. 특히, 이 대목을 읽고는, 나는 잘 하고 있다는 약간의 안도감까지 들었다.

 

[어쨌거나 똥은 피하고 봅시다......

내 경우에는 상대에 따라서 표정이 바뀌는 사람들,

사람들 앞에서 외모나 개인의 신상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목적이 있는 순간에만 세상 다정해지는 사람들과는

가까워지면 남아나는 멘탈이 없기에 애초에 거리를 둔다.

 

현실적으로 물리적 거리를 두는 건 어렵다 해도

정서적인 거리를 지키는 건 언제나 중요하다.

예를 들면 타인을 자신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들은

일종의 자기애성 인격장애로 볼 수 있다.

이들이 타인을 조종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전술은

종잡을 수 없는 칭찬과 비난 또는 침묵인데,

이들의 행동에 일일이 반응하면

비위를 맞추려 쩔쩔매게 되고

결국 그들에게 조종당하는 대상이 된다.

이런 경우엔 말려들지 않는 게 최선이다.

그들의 칭찬을 기쁨으로 삼아서도 안 되고,

그들의 비난을 진실이라 믿어서도 안 되며,

그들이 침묵하는 이유를 추측하려 애써서도 안 된다.

칭찬과 비난, 침묵 모두에 거리를 두고,

그들로부터 관심 밖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좋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그게 참 어려운 일이다. 그게 잘 안되서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