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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평점 :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사월에는 미만큼 좋았다가 칠월에는 솔만큼 좋다니. 아. 어찌 이리 유치하고 촌스러운가. 그래서 좋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같이 사회적 인간에서 벗어난 듯한 너무나도 개인적인 한 인간을 불륜과 함께 보여주는 것 같은 글들. [빗소리가 정말로 사월에는 미 정도였다가 칠월에는 솔까지 올라갔느냐고 물어보자]
11편의 단편소설들을 묶어 놓았다. 그 중 세 번째에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야기가 들어있다. 단편 소설집은 사람의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마법을 발휘한다. 첫 단편을 읽고 난 다음, 다음 편을 읽으면서 소실되는 것들이 있고, 이전의 기억이 다음의 기억을 덮을 때도 있으며, 이전의 기억에 힘입어 다른 것들이 모두 힘을 상실하기도 한다.
‘동욱’은 김연수라면 더 밖으로 내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래전에 쓴 글이라서 지금 실정에 안맞는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는 이 당연하고도 당연한 사회의 진실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연쇄 방화범이 된 아이의 진실은 뉴스에 나올법한 아주 간단한 진실을 담고 있다. 가난과 사회의 외면. 지금도 나는 외면하고 있고, 외면당하고 있다. 나는 아이들의 그런 미성숙이, 순진이, 동심이 무서웠다. 사춘기가 지나도록 미성숙하고 순진하고 동심에 가득 찬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순진한 태도 앞에서 어쩌지 못하는 나의 초라함과 무능함. 내 안에서 그 시절의 슬픔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우는 시늉을 하네’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된 MBTI의 T와 F의 사랑 정도를 부제로 달아봄직한 글을 만났다. 책이 소재가 되거나 주인공이 글을 쓰거나 서점을 운영하거나 하는 일들이 종종 나오는데, 여기에서도 떠나는 아내를 붙잡기 위해 부여잡은 한 책이 끝내 마음을 끈다.
유행같은 필체를 쓰고, 그것만이 글을 잘 쓰는 것 같았던 때가 있었다. 유행에 편입했던 스무살의 나를 건져 올리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