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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김선우
인도의 오로빌이라는 곳. 그곳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이야기한 책.
누군가 이야기했다. 글의 처음과 마지막에 힘을 준다고. 나머지는 분량을 채우기 위해 쓰는 거라고. 그런데 나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공들여 읽는 이들에게는 어차피 내 책을 사기는 해도 끝까지 읽지도 않을 거고 뭐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열심히 쓰지는 않고 많이 팔리기만 하는 저자의 책이라면 사양하고 싶다. 나는 처음 보다 읽으면 읽을수록 나아지는 것이 보이는 책을 사랑한다. 그것이 글쓰는 이의 진심인 듯 해서. 그런데 왜 이 글을 읽으면서 이 생각이 났을까?
[나이 드는 것이 참 좋다, 라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예쁜 구석이 잘 보여서 좋고 몰아붙여야 할 때와 쉬어야 할 때를 비교적 잘 감각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 청춘의 시절에는 자주 속았다. 사랑도 분노도 절망도 바닥까지 몰아가야만 직성이 풀리고 고통스러워도 그래야만 진짜라고 생각했다. 진이 빠질 때까지 울며 뛰며 소리치며 스스로를 닦달했다. 스스로 경계 지어 놓은 진짜와 진짜 아닌 것들이 너무 많아 그것들을 판독하기에만도 늘 시간이 모자랐다.
삶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다행이다. 조금 조금씩,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은 거다. 산다는 게 영 녹록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갸륵한 수고. 아, 좋은 날이다.
무엇이 정말 행복한 상태인지 스스로에게 더 이상 묻지 않게 될 때 꿈도 끝난다.
그런데 슬슬 뭔가 쓰고 싶어지기 시작한 거다. 노트북을 무릎에 안고 커서가 홀로 깜박이는 무한한 공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하고 싶어지는, 여행지 속의 또 다른 여행, 이른바 글쟁이의 지병이 도진 거다.
무람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