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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리처드 칼슨 지음, 강미경 옮김 / 창작시대 / 2011년 7월
평점 :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리차드 칼슨
한 1년 정도를 너튜브의 늪에 빠져 지냈다. 연예인, 드라마 관련 수많은 짤을 보다가 하루를 꼴딱 넘기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무리 너튜브의 내용이 많다지만 무한대는 아니라는 것에 있다. 어느 정도 보다 보면 볼 게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하루를 꼴딱 넘기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물론 생각지 않았던 주제들이 연관되어 올라오기도 해서 너튜브를 끊을 수는 없다. 그 중 심리학 관련 일을 하는 이가 나오는 짤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언급된 책이 바로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이다. 이 책은 출간된지 오래됐고, 책 속에는 무려 99가지의 “..해라, ..하지 마라”가 있다. 그 수많은 ‘해라/하지마라’는 하나로 연결된다. 바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어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는데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을 한단다. 처음에는 치약을 누구는 가운데를 꾹 누르고, 누군가는 밑에서부터 올려서 쓰는 것과 같은 것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하지 말아줄래?
하지 말랬지?
언제 고칠래?
당신이 나를 얼마나 무시하면 그런 거 하나 안 고치는 거야? 라는 것으로 확장되는 것 뿐 아니라, 문제는 여기 저기로 번져간다. 변기 물은 왜 안 내려... 하면서 다른 것들로 옮겨가고 이런 사소한 것들이 뭉치고 뭉쳐 폭탄이 되어 이혼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어떤 이가 말하길, 자신에게 홀애비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냄새가 나면 어쩌지’ 하고 계속 생각하게 돼서 학교 수업에 집중할 수 없고 결국에는 학교도 그만두고 집에만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누군가는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어가는데, 누군가는 생각을 전환하지 못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생각하는 데에 있다. 모든 마음의 병은 이것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고 모두가 그럴 때를 만날 수 있다. 그럴 때 내 삶의 전경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것들은 배경으로 물러날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왜 이러한 구질구질한 배경이 내 삶의 전경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러기엔 내가 너무 애처롭지 않은가. 누구보다 잘 나지는 못해도, 애처롭게까지는 만들지 말기를.
나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아이가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도 나의 단점을 잡아 비아냥거렸다. 한참 예민한 시기에 내가 입냄 새가 난다는 것을 대놓고 말하지는 않고,
“오늘 김 먹고 왔냐” 식의 말을 등교하자마자 해댔다. 이 아이는 학기 초에는 친하게 지내냐며 들러붙다가 내가 성적이 잘 나오자, 시기를 하기 시작하더니 나를 무리에서 은근히 따돌렸다. 그리고 아침마다 비아냥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바보이지 않은 한 내가 입냄새가 나서 놀리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그때 나는,
“어! 어떻게 알았어.”라고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사람들 가까이서 말을 하지 않고, 양치질을 더 자주 했다. 그렇다고 그 아이의 비아냥으로 인해 학교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거나, 학교를 그만 두어야 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히도 나는 생각보다 나 자신을 아꼈으리라.
학창시절의 안 좋았던 일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 아이가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지, 아직도 그렇게 살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것을 아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안 좋았던 순간에 매몰되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놓지 않는 것.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