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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황현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0월
평점 :
어린왕자
생텍쥐베리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한 나이는 초등학교 6학년, 13살이었다. 도서관에서 무슨 생각으로 대출을 받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지 못하면서,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한 채 읽어내려갔던 기억이 있다. 책을 읽었던 방문 뒤의 장소, 나의 자세, 그때의 마음이 함께 기억되어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다시 읽다가 말다가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7살 딸아이와 읽었다. 처음에는 책의 내용이 어려울까 싶어 주저했는데, 그건 나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모자 속에 코끼리가 들어있다는 표현에 ‘이게 뭐야’라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까르르 웃었다. 상자 구멍 속에 양이 들어있다는 이야기에 5살 남자아이도 웃었다. 길들여지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아이와 엄마의 관계에서 이야기를 하니, 미소지으며 엄마에게 폭 안긴다.
나는 잠이 들어 내 가슴에 올려놓는 아이 손의 따스함에 길들여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길들여지고, “엄마 빨리와”라는 말과 글에 뭉클해지며 아이들과 만날 시간을 기다리는. 나는 내 아이들과의 관계에 길들여져 수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빛으로 존재하고 있다. 왜 나는 이토록 당연하고 단순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삶에만 쫒겨 지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