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사람들은 천문학자라고 하면, 별을 보는 일을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 별을 보지 않는 천문학자도 많다. 저자도 그중에 한 명이다. 우주의 무언가를 관측하고 이를 토대로 연구하는 이들을 천문학자라고 한다. 저자는 행성, 달을 연구하는 이다. [지구는 별이 아니다]
심리학자라고 하면, 사람들은 얼굴만 봐도, 이야기 몇 마디 주고받지 않아도, 상대방의 심리를 뚫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런 심리학자는 없다. 그리고 심리학이라고 하면 상담을 통한 사람들의 내면을 치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심리학에는 상담, 임상, 생물, 인지, 산업 등 무수히 많은 세부 전공이 있다. 고로 심리학과를 나와도 상담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도 많다는 말이다. 어떤 이는 통계만 계속 돌리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실험을 통해 인지적 접근을 하는 이도 있다.
의사라고 하면 사람들의 아픈 곳을 고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듯이(연구든 수술이든), 심리학자라고 하면 사람의 심리를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고, 천문학자라고 하면 우주의 어딘가를 관측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천문학 교수님의 강의와 함께 삶의 체험 현장을 보는 것 같았다. 똑똑한 이들의 삶은 이렇겠지. 글도 내용도 깔끔하고 왠지 저자의 삶도 그러할 것 같았다.
[너무 졸려서 미각이 거의 마비된 상태로 밥을 국에 말아 후루룩 한 그릇 비우고는, 관측자 숙소의 암막 커튼이 주는 그 따뜻한 어둠 속에서 죽음처럼 잠들고 싶은 관측하기 딱 좋은 날]. 좋아하는 일을 하자. 좋아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자. 핸드폰 보는 것은 좋지만 의미가 있지 않으니까. 의미 있는 좋아하는 일이 뭘까. [그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어지러웠지만] [열정적이고 무해하고 아름다운] [하늘의 어디] [위기를 이겨낸 우리의 마음속에도 언젠가는 봄꽃이 간질간질 피어나리라.]
[내가 큰 잘못을 한 건지, 미안한 건지, 고마운 건지, 당시의 내 지적 능력과 어휘력으로는 형언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이 범벅되었던 그 날. 아마 나는 한층 자랐던 것 같다. 수많은, 표현하거나 단정 짓기 어려움 감정들과 마주쳤다. 그것은 예나 아니오가 아니었다. 기쁨이나 슬픔도 아니었다. 분노나 절망도 아니었다] 겪어보지 않은 일. 그로 인한 낯선 감정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던 퓨마 뽀롱이는 분류상 맹수에 속한다는 이유로 발견 직후 사살되었다] 퓨마가 탈출하기 며칠 전 나는 그곳에 있었다. 유난히 적응하지 못하고 울부짖던 울음소리를 기억한다. 무서움과 연민이 동시에 들이닥쳤다. 사람들 마음대로 잡아 온 퓨마는 하늘로 갔다. 인간의 잔악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회적인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다양한 것을 보고 듣고 접하면서 감정의 어떤 주파수는 진폭이 줄어들고 어떤 주파수는 증폭되는 구조를 갖게 되는 게 아닐까?] 내 안의 비사회적 나이가 고개를 든다. 지난 주말 동물원에서 뽀롱이의 작은 비가 마음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