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두려운 그대에게 - 혼자서 익히는 글쓰기의 기초
고수유 지음 / 문예출판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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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두려운 그대에게

혼자서 익히는 글쓰기의 기초

고수유 지음

 

글쓰기가 두려운 게 아니라, 글쓰기의 책을 낸 작가의 세계를 보는 게 두려웠다. 고수유라는 저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책을 샀다. 그가 인용하는 자신의 글이 매력있지도 않다. 나에게는 처음인 저자들이 많은데 깜짝 놀라서 전율이 올만큼 놀라는 작가들도 여럿 만나봤다(나에게는 무루작가가 그랬다). 그런데 이 저자는 등단을 했다는데, 글쓰기란 무엇인지 가르쳐준다는데 글을 잘 쓴다는 느낌이 1도 안든다.

 

첫 장부터 작가님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글을 잘 쓰세요?”란다... ...

글을 읽으면서 수정할 곳이 여러 곳 있었다. 내가 알라딘에 서평을 쓰는 좋은 점은 그냥 쓰면 된다는 것에 있다. 꼭 좋은 책을 골라서 정성들여 쓰는 것이 아니라, 읽었는데 안 좋았던 책도 일기장에 적듯이 편하게 안 좋았다고 이야기하면 돼서 좋다. 이 책!!! 안 좋았다.

 

그럼에도 좋았던 부분은 대부분 인용문이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떨어져 자신의 시간을 보듬어 안는 사람이 늘었다. 혼자의 시간이 되면 다양한 생각 속에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이때 무엇보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게 있다.]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갈등은 혼자 있을 때도 쉬이 가라앉질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내적 만남 속에서 나를 단단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생채기를 치유하는 방법은 많다. 그 가운데 글쓰기는 쉽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치유법 중 하나다. 따로 배우지 않고서도 글을 적어나가다 보면 눈부신 치유의 경험을 할 수 있다.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쉬운 낱말을 쓰면 어쩐지 좀 창피해서 굳이 어려운 낱말을 찾는 것이다. 그런 짓은 애완동물에게 양회복을 입히는 것과 마찬가지다-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읽자마자 은유작가가 떠올랐다. 일부러 걸리는 단어들만 곱씹으면서 집대성해놓은 그의 글에서 나도 많이 걸렸었다. 그리고 나도 [유혹하는 글쓰기] 있는데, 왜 같은 대목을 보고 이런 명문장을 느끼지 못했을까. 대충 읽지 말고 만나봐야 겠다.

 

참으로 기량이 있는 상 목수는 못질을 하지 않는다. 못 하나 박지 않고 집 한 채를 짓는다. 억지로 못질을 하여 나무를 잇는 것이 아니라 서로 아귀를 맞추어 균형과 조화로 구조물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장과 문장을 이어가는 기술도 마찬가지다. 서툰 글일수록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와 같은 접속사의 못으로 글을 이어간다. 그런 글을 읽다보면 못을 박는 망치 소리처럼 귀에 거슬리게 된다. 잘 다듬어진 글의 이미지와 리듬은 인위적으로 접속사를 붙이지 않아도 자석처럼 서로 끌어당기고 어울려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글의 앞머리만이 아니다. 글을 맺는 종지형도 마찬가지다. 서툰 글일수록 것이다로 끝맺는 일이 많다. 한 글에 것이다를 몇 번 썼는가. ‘그리고, ’그러나와 같은 접속사를 얼마나 썼는가 하는 기계적인 통계만으로도 악문과 명문을 구별해 낼 수 있다. 이어령, 한국의 명문

 

마지막으로 역시 인용이다. 김기림 시인의 유리창으로 마치련다.

 

여보

내 마음은 유린가봐, 겨울 한울처럼

이처럼 작은 한숨에도 흐려 버리니......

 

만지면 무쇠같이 굳은 체하더니

하로밤 찬 서리에도 금이 갔구료

 

눈포래 부는 날은 소리치고 우오

밤이 물러간 뒷면 온 뺨에 눈물이 어리오

 

타지 못하는 정열, 박쥐들의 등대

밤마다 날아가는 별들이 부러워 쳐다보며 밝히오

 

여보

내 마음은 유린가봐

달빛에도 이렇게 부서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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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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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글, 그림/이진경 옮김

 

처음 읽을 때는 정갈하게 순차적으로 읽었다. 두번 째 읽을 때는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었다. 이래도 읽히고, 저래도 읽히는 책이다. 이래도 저래도 글의 농도와 그림이 절묘하게 마음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 책을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다.

 

소년은 두더지를 만난다. 소년과 두더지는 여우를 만난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는 말을 만난다. 두더지는 시간의 깊이를 더해가도 케이크보다 더 좋은 건 없고, 마음을 열지 않고 날이 서 있는 여우는 한번 마음을 주자 깊이를 알 수 없었고, 말은 꿈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이 넷의 만남이 나에게는 이렇게 다가왔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본적인 자신의 욕구가 있다. 그리고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여겼던 것도 용기내어 실천하면서 발전해 나간다. 소년이 만난 건 우리의 삶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삶은 힘겹지만 당신은 사랑받고 있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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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시대 - 문보영 에세이 매일과 영원 1
문보영 지음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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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시대

문보영

 

92년생 작가, 2016, 스물다섯 등단.

글이 가볍다. 가볍다는 것이 안타깝다. 마음을 눌러담아 쓰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정세랑처럼 누가봐도 잘 쓰는 실력 외에 나는 마음을 본다. 작가는 글로 승부한다고 하지만, 이런 에세이 형식의 특히 일기같은 류는 더 훤히 글쓴이가 보인다. 읽고 싶지 않은, 알고 싶지도 않은 글이었다. 나는 서툴더라도 글안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뭔가가 오는 글들 말이다. 이 글은 이력에 어울리지 않게 어색해서 책장을 넘기기가 괴로웠. 일기여서 막 써재꼈다고 감안하고 봐야하는 걸까. 예를 들어 내가 모닝페이지를 써갈긴대로 책을 만들어 제목만 그럴싸하게 해서 출간했다고 해보자. 그 똥벼락을 맞는 것은 독자의 몫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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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일기 문학과지성 시인선 40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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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일기

그리고 연인들

 

최승자 지음

 

갈수록 빠져들고 만다. 처음 최승자 시인의 글을 접했을 때는 복잡했다. 이 세상 너머 어딘가로 가고 있는 지성인의 모습이 낯낯이 드러나서, 그 민낯이 거북했다. 내 안의 어둠이 피어올라 뾰족한 가시들이 얼키고 설켰다.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시가 마음을 누르더니(너는 묻는다 라는 시를 특히 좋아한다), 소리내어 대뇌이게 하더니, 이내 다른 시집도 찾아보고 마음에 넣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밤

 

팽팽한 초록빛 눈알을 번들거리며

내 앞에서 공포는 무럭무럭 자라오른다.

바오밥나무처럼 쳐내도 쳐내도

무한정 뻗어 나가면서

불면의 밤, 불면이 방을

쑥대밭처럼 뒤헝클어 놓는다.

내 입 속으로 내장 속으로

가지 치고 뿌리 치며 뻗어 들어온다.

 

새벽 여섯시, 물먹은 싱싱한 빛을 발하며

공포는 이미 하얗게 세어 버린 내 방 안을

그 무성한 이파리와 줄기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뒤덮어 버리고

내 배꼽을 뚫고 아랫목

구들장 속까지 뿌리 내렸다.

 

그릇 똥값

 

노량진 어느 거리 그릇 세일 가게

쇼윈도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그릇 똥값

 

순간 충격적으로, 황금색으로

활짝 피어나는 그림 하나.

신성한 밥그릇 안에 소중하게 담겨 있는

김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똥 무더기 하나,

아니 쇼윈도 안 모든 그릇들 안에 담겨

폴폴 향기로운 김을 피워올리는 똥덩이들.

그 황금색의 화한 충격.

 

입과 항문이 한 코드로 연결되듯

밥과 똥이 한 에너지의 다른 형태들이니,

밥그릇에 똥을 퍼담은들,

밥그릇에 똥을 눈들 어떠랴,

 

산다는 것은 결국 싼다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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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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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그리고 뼈들이 노래한다

숀탠 지음



... 이해할 수 없다. 무루 작가님의 책을 읽고 숀탠을 알게 됐다. 내 생각이 맞았다. 모르고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나도 매혹적으로 다가와서 찾아서 보면 실망하고 만다.

내 스타일이 아닌 것을 떠나서 시사점도 안겨주지 못하는 그저 글들의 나열이었다.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내가 부족해서 일거라 생각하고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면서 두고두고 봐도 볼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기에 급급하다 떠나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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