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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아몬드
손원평 지음
2022년 9월, Bookclub second one.
유명한 책은 유명해서 보게 된다. 얼마나 좋은 책이길래 사람들이 이리도 좋다고 하는지 궁금해서 보게 된다. 아몬드도 그랬다.
그렇게 본 책의 주인공에 대한 설명은 계속 나를 어지럽게 했다. 주인공을 이해하기 위한 스토리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해하기 어려웠다. 책이나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는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기가 어렵다. 인간의 정서를 가지지 않은 이가 이야기가 끝이 날 때쯤에는 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온기를 가지고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정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를 묘사할 때도 마치 정서가 있는 것처럼 묘사를 한다.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인간의 정서가 들어올 수 있도록 아몬드를 잘 먹으라고 한 데서 아몬드가 가지고 있는 역할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나는 호두가 더 와닿지 않을까? 생각했다(하하). 머리를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 견과류를 많이 먹야야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인간의 뇌는 호두를 보면 더 잘 연상되니까.
-그리고 공포를 이야기하는 건지 감정을 이야기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잘 알지 못한 채 캐릭터를 구사하니까, 나도 잘 모르겠어졌다. ‘아무튼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의사들이 내게 내린 진단은 감정표현 불능증, 다른 말로는 알렉시티미아였다.]
-이름만 보고 갖다 썼나보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감정을 느끼는 기저선이 다른 거라고 이해해야 한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는 감정이라는 걸 아예 못 느끼잖아. 감정 표현 불능증은 남들보다 기쁨을 덜 느끼는 상태이다.
[누군가가 무서운 표정으로 훈계를 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예컨대 소리친다, 고함을 지른다, 눈썹이 위로 솟는다...... 이런 게 특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내겐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까, 하나의 현상에 그 이면의 뜻이 숨어 있다는 걸 나는 잘 알지 못했다. 나는 세상을 곧이 곧 대로만 받아들였다.]
-이 캐릭터가 자폐를 말하는 건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이런 캐릭터는 없다는 게 맞다.
한참을 캐릭터가 뭘 말하려는지 혼돈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아무튼을 붙여서 쓱~ 읽어내려갔다.
이 책은 뭘 말하고 싶었을까? 감정의 중요성? 양육의 중요성? 사랑의 힘? 로봇과 휴먼의 동맹? 마치 로봇이 나중에 사람의 감정을 가지게 되면서 마무리되는 듯한. 그런 거 있잖아. 로봇으로 태어났는데 로봇이기가 싫은거지. 아니면 나는 로봇인데 자꾸 사람으로 아는 거야. 그래서 내가 사람인지 로봇인지가 헷갈려. 그러다가 사람이 되기로 하는. 뭐 그런 느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