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련한 짓

지난 주, 생강을 마저 처치했다.
목, 금, 토 3일 밤 늦게까지 오디오북을 들으며 생강 껍질을 깠다.
일요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생강을 녹즙기에 갈아 즙을 뺐다.
녹즙기에 걸러져 나온 건더기는 다시 물을 조금부어 저어서 녹즙기에 짜고,
또한번 물을 부어 녹즙기에 짰다.
생강물을 다시한번 체에 걸러서 커다란 들통에 부었다.
설탕 3 kg  부어넣고 음성 파일을 들으면서 두시간 반 동안 센 불에 올려놓고 저으면서 졸였다.

생강액이 다 되자, 산더미 만큼 쌓인 그릇들 설거지 하고,
생강 담아 놓을 병들을 씻고,  점심, 저녁 먹은 거 설거지 하고, 
생강액을 씻어놓은 병에 담았다.
생강액이 병 15개에 담기고도 김치통 하나만큼 남았다.

그런데 가만 보니, 생강 건더기가 버리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그중 일부를 집에 있는 버터, 설탕, 소다, 바닐라가루, 해바라기씨, 호박씨랑 버무려서
과자를 만들었다.
엄청난 고칼로리 과자라 살이 찌는게 걱정이지,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나머지 생강 건더기는 비닐 봉지에 나누어 담아 냉동고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이짓 하지 말아야지. 
참!  아침에 보니, 병에 담은 생강액이 굳어서 '생강 묵'이 되었다! ㅎㅎ

2. 또 늦은 아이디어


한 10년 전부터 생각했었다.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지라,
핸드폰이나 열쇠, 리모콘 같은 것에 단추만한 장치를 센서를 부착해 두고, 본체에 번호를 등록해 둔다.

물건을 잃어버리면 본체의 번호 버튼을 누른다. 
잃어버린 리모콘에 붙은 장치에서 소리가 나서 있는 곳을 알려준다.

공학을 전공한 사람을 만나면 혹시 이런 건 만들 수 없냐고 물었었는데,
모두들 별 관심 없거나 농담으로 여겼다.
그런데 비슷한 원리의 기계가 타임지 올해의 발명에 선정 되었다.

아이디어를 묵히는 것은 미덕이 아닌 것 같다.

 

3. 이명에 대한 관찰

한 두 주 전서부터 이명이 들린다.
난 이명이 소리가 높은 톤인 줄 알았다.  간혹 어지러울 때 들리는 '찡~~~' 소리 같이.
그런데, 내게 들리는 이명은 좀 낮은 소리이다.  마치 엠프를 틀어놓은 것 같은 낮은 울림. 
피아노로 확인해 보니 베이스 음의 '솔'이다.

그런데,  실재로 겪어보니,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특징들이 있다.
이명은 주위가 시끄러울 때는 들리지 않는다.
내가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움직일 때에도 들리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그 이명음과 한 옥타브 위, 장5도, 장4도 화음이 되는 음을 낼 때에는 이명이 그대로 들리는데,
장3도나 장6도 등의 음을 낼 때에는 이명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명도 공명이 잘 되는 음은 알아보나보다. ^^


4. 뒤숭숭한 꿈자리

요즘 뒤숭숭한 꿈을 두 번 꾸었다. 
무슨 정치적 격변이 일어나는 꿈들인데,  이전에는 이런 류의 꿈을 꾼 적이 없어서 어째 꺼림직하다.

지난 주의 꿈에는 보수대연합이 쿠테타를 일으켰다.
득세한 우익은 이명박이나 오세훈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월남 전우회'  뭐 이런 류의 사람들이었다.
대대적인 사상 검증 및 메카시즘 광풍이 몰아닥치는 와중에 꿈이 깼다.

오늘 새벽에 꾼 꿈은 좀 다른 상황이었다.
보수와 진보가 내전을 벌였다.  총격전 끝에 진보측이 진군해 들어온다.
나는 가족과 함께 집에 숨어있다가 보수진영에 가담했던 아버지가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버지를 찾아서 어수선한 거리를 나섰는데,  시내로 행진해 들어오는 시민군 행렬과 맞닥드렸다.
시민군 중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의 친구분이었다.
"당신 김** 의 딸 아니야? 보수분자의 딸?"  하며 
사람들의 눈길이 쏠리면서, 주위 군인들이 적의를 가지고 나를 둘러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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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11-1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는 이짓 안한다==>네, 요즘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군요 흐
그나저나 아버님이 돌아가시지 않고 시민군이 이겼으면 더 좋으련만요^^

라주미힌 2006-11-1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스페인 내전 같아요.

반딧불,, 2006-11-1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생강을 다 즙으로 만드신거예요?? 대단대단.

mannerist 2006-11-1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어폰 많이 쓰신다면 사용을 좀 덜 하시는 건 어떨까요? 저같은 경우 사교육계에서 피 빨던-_-시절, 서울-수원 이동거리때문에 하루 너다섯시간씩 이어폰 끼고 살았더니 이명이 심해져서 한 한달정도 이어폰을 아예 끊은 적이 있거든요. 훨씬 덜하더군요.

청력 조심하세요. =)

기인 2006-11-13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 꿈, 진짜 힘든 것 같아요~

가을산 2006-11-1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형님/ 안하신다는 게 무언가요? 저도 미리 알고 피해보게 좀 알켜주세요. ^^

라주미힌님/ 정말 사실적인 꿈이었어요. 아, 무서워.... ㅡ,ㅡ

반딧불님/ 무식한 짓을 했어요.

매너님/ 네, 조심할게요. 고마워요. ^^
이어폰에서 울려나오는 소리가 옆 자리에 있는 자에게까지 크게 들리도록 듣고 있는 젊은이들을 종종 봐요. 정작 본인에게는 얼마나 크게 들리겠어요?
그 사람들 귀는 정말 괜찮을지 걱정돼요.

기인님/ 이제 꿈 이야기 했으니까 잊을래요. 으~~

호랑녀 2006-11-1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전쟁과 관련된 뭔가를 생각하신 거 아녀요? 책을 읽었거나... (아님, 그냥 개꿈이여요 멍멍 ^^)

이명이, 전반적으로 기력이 떨어졌을 때(이것을 과학적으로 뭐라고 하는줄은 잘 모르겠지만) 생기더군요. 저는 오른쪽 귀가 가끔 그래요.

그런데요, 그걸 솔인지 파인지 따져보고, 화음 내보고...햐, 그런 내공은 어떻게 하믄 쌓으실 수 있답니까?

마태우스 2006-11-13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이 매우 피곤한 증상인데 가을산님은 아주 가볍게 말씀하시는군요 역시 도통하면...................

paviana 2006-11-1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모콘 찾으면서 저 생각 맨날 했어요.별로 어려운 기술도 아니고 본체와 리모콘 사이에 센서만 있으면 되는데...근데 왜 마루 테레비젼 리모콘이 안방 침대에 가 있고 그러냔 말이지요.ㅜ.ㅜ

가을산 2006-11-13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전 처음에는 난방이 잘못된 소리인 줄 알았어요. ^^;;
그리고 별 뾰족한 수 없다는 걸 아니까 느긋한거죠. 뭐.

마태님/ 덕분에 생각지 않게 '절대음감'이 생겼지 뭡니까! 나아지겠지요.

파비아나님/ 앗! 파비아나님두요? ㅎㅎㅎ 수요가 많군요.

바람구두님/ 어머, 그 험악한 책을 읽고 계시다니....
4번이 되면 저인들 무사할까요?

Mephistopheles 2006-11-13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의 상황이 되면..어느쪽이던지 전 살아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