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면증

요즘 상당히 심하다.
오늘 새벽에는 두시부터 네시까지 불끄고 말똥말똥하다가
네시부터 다섯시반까지 책 읽다가 잠이 들었다.

솔직히 불면증이 싫지는 않다.  이 계절, 그 새벽시간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니까.
다만 아침 출근이 고달플 뿐.


2. 소방 설비 점검

지난 봄에 소방 설비 점검을 하고, 거기에서 지적한 기준에 맞게 공사한다고 한바탕 난리쳤었던 것이
불과 4개월 전이다.

2년 전에도 소방점검이 나와서 스프링클러를 추가로 달았었는데,
봄 점검 때 또 추가로 달라고 지적을 받아서 두번째로 공사를 했다.

오늘 또다시 또다른 업체에서 나와서는,  또 또 스프링클러를 추가하라고 한다.
오늘은 화가 나서 조목조목 따졌다.
왜 사람마다 기준이 바뀌냐,  지난 번에 다시는 문제 없게 한다더니 이게뭐냐,
왜 점검에 일관성이 없냐,  반년도 안되어서 이게 뭐냐..... 
오랜만에 대동맥이 각기춤을 출 정도로 열을 냈다.  

그랬더니, 지난 봄 것은 작년 것이 늦어진 것이고,
이번 것은 금년 것이란다. 게다가 앞으로는 매년 점검이 있을거라나.....

봄에 어느 분 서재에 댓글로 '이러다가 천정에 스프링클러가 별처럼 총총 박힐 것 같아요"라고 했었는데,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다.

아예 지적받은 것 보다도 더 많이, 한 1미터 간격으로 스프링클러를 달까보다.


3.  책 수소문합니다.

1)  전통미술의 소재와 상징  
   
  출판일: 1999년 5월
  출판사: 교보문고

  이 책을 소장하고 계신데 곧 방출하실 예정이 있으신 분이나,
  이 책을 파는 헌책방을 아시는 분께서는 제게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전에 헌책방에 자주 가시기 때문에 구하고픈 책은 알려달라고 하신 분이 계셨는데, 
  누구시더라..... 까먹었어요.     아이고... 이름치야..... 

2) 좋은 사전
사전은 영 그게 그거인 것 같고, 사서 열심히 찾아 본 적이 없어서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좋은 사전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영한, 한영, 영영, 국어, 유의어, 국어/영어의 바른 표현 등의 면에서요.
인문이나 어학 전공하신분들에게는 상식일지 모르지만, 영 까막눈이라....
여태까지는 인터넷 사전하고 전자사전만 썼는데.... 


4. 그러고보니,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한 적조차 없었네.

어제는 서점에 간 김에 영어 쪽 서가를 주욱 둘러보았다.
국어와 영어의 유의어 사전을 찾아보려고 갔었는데,  새삼 나의 무식함을 느꼈다.
학생 때 성문 종합영어조차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흔한 토플, 토익, 텝스(이건 또 뭐야?)도 한번도 쳐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영어 학원을 제대로 다녀본 적이 있나?  아니다.
독학으로 vocabulary 책 하나라도 공부해 본 적 있나? 전공은 했나?  유학은 가봤나?... 다 아니다.
그런데도 자꾸 그쪽을 힐끔거리는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하려고 생각하니 할게 꽤 많네..... 


5. 컴플랙스

난 컴플랙스가 많은 편이다. 
엔트로피의 법칙처럼 늘어나기만 하는 내 체중과, 
고등학교때부터 '엉뚱'이라고 불렸던 내 체형에 대한 컴플랙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일단, 너무 고급스러운 것은 영 불편하다. 물건 뿐 아니라 장소도.  
거추장스런 물건은 잃어버리지 않을까 신경만 쓰일 뿐, 그저 서랍 속에서 썩고 있고, 
옛날에 사주셨던 옷들은 도대체 어딜 입고 가라는건지 대책이 서지 않았다.
80년대에 친구 따라서 코코스(음식점)에 처음 갔을 때의 이유 없는 거부감은 나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튀는 것도 싫어한다.
하다못해 실수로(?) 너무 등수가 잘 나올 때면 등수가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적당히 쉬었다.
중고등학생때 반장 선거에 한번도 나가지 않았고, ( 못한 것이 아닐까? ^^a )
주목 받지 않도록, 그러니까 딱 2등 할 정도로만 공부했다.
만약에 모 단체에서 지회장을 하라면, 아니면 혹시라도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된다면,
그런 분위기가 쏙 들어가게끔 태업, 잠수할거다. ( 흐흐, 이건 경고이자 협박이다.)

본의 아니게 오버했던 근래의 이슈에 대해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다들 조용했을 때는 워낙 다급하다는 생각에 오버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서로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을 보니, 이제 잠수할 수 있겠구만, 잘됐다... 라는 생각이다.
.......  음, 게으름을 합리화 하는 번지르르한 논리인지도 모르겠다.

6. 제대로 된 목공 책이 나왔네.

미국은 목공이 취미인 인구가 많고, 간단한 집수리는 스스로 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목공 중에서도 디자인 전문, 맞춤(joinery) 전문, 무늬목 작업, 상감, 조각, 마감 등, 세세한 분야별로 사진과 더불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세하게 노하우를 알려주는 그런 책이 참 많다.

그동안 산업미술이나 가구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이 볼 만한 우리 나라 목공 책을 오랫동안 찾았는데, 찾을 수 없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전반적인 원칙이 아닌 소품 몇가지 만드는 목공 안내서가 하나 둘 나오기는 했었다 .

 그러던 중, 오늘 이 책이 도착했다!  ^0^ 
 아쉽게도 한국인이 직접 쓴 책이 아니라, 미국에 많이 있는 안내서, 그중에서도 비교적 간단한 것을 번역한 책이지만, 이 책 덕에 난 처음으로 한국말 목공 용어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일반 영한 사전에는 목공 용어가 정말로 부실하다 ㅡㅡ;; )
 원칙을 알면, 그 원칙을 응용해서 하고픈 것을 만들 수 있다.  이 책도 그런 책이다.  
 몇미리짜리 목재를 어떤 크기로 잘라서 어디에 붙이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목재 자체의 특성, 디자인 과정, 목가구 만드는 각 단계마다의 주의사항과 요령을 알려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전공자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목공을 취미로 하고픈 사람은 이 책이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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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9-0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주 가끔 일 때문에 소방서 갈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받은 그 수모와 부패정도는 제가 가지고 있던 소방관의 인식을 단번에
바꿔주는데 충분하더군요...

싸이런스 2006-09-0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영영 사전으로 Collins Cobuild English Dictionary for Advanced Learners, Major New Edition 추천합니다. 영어 사전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누가 옆에서 단어 설명해 주듯이 설명이 되어 있고, 예문도 괜찮은 편이고요... 온라인은 www.dictionary.com을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파란여우 2006-09-01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밥하러 나가려다가 발견했군요.
<전통미술의 소재와 상징> 저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제 애장도서입니다.
그냥 드렸으면 좋으련만 워낙 귀한 소수의 책이라서...먼저 드릴 수 없음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근데요, 좋은 생각이 났어요. 제가 빌려드리면 가을산님이
복사하신 후 저에게 다시 돌려주심 되는 겁니다. 왠만하면 드리고 싶은데
아시다시피 이 책이 지금 구하기 쉬운 책은 아니라서요.
의향 있으심 연락 주세요. 그리고 헌 책방은 <인간아> 님의 전공입니다.
아, 방금 확인했는데요. 알라딘에서 품절이군요. 한 번 떼 써보세요!

가을산 2006-09-01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그런 분위기라면, 매년 공사를 하느니 정말로 1미터 간격으로 달아야겠군요.

싸이런스님/ 아~~! 제 책장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는 cobuild 사전이 그렇게 좋은 사전이었군요. ^^ 역시 연장은 쓰고 봐야.... ㅡㅡ;;

파란여우님/ 어머나! 여우형님~~ 부비부비~~,
여우님이나 수수께끼님 정도면 소장하고 계실 줄 알았어요.
귀한 책을 빌려주신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책을 복사하는 것 만으로도 여우님 책이 조금이라도 상할 수 있으니까,
제가 먼저 '인간아' 님께 수소문 해보구요, 그러고도 구할 수 없게 되면 그때 부탁드릴게요. 고맙습니다.

물만두 2006-09-01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책방에도 모두 판매되고 없네요 .ㅜ.ㅜ

조선인 2006-09-01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사전으로는 성안당을 추천합니다.

2006-09-01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9-01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반장 하고 싶었는데 못한 케이스... 중학교 때부턴 반장 해본 사람만 반장을 시키더군요..스프링클러 가지고 괴롭히는 건 뇌물 달라는 소린데...글구 이 잡기 시리즈, 전 캡 좋아해요.

가을산 2006-09-0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헌책방을 알아보셨어요? 정말 빠르시군요!

조선인님/ 성안당의 국어사전요? 네~ 알았습니다. ^^

마태님/ 중학교 때 제 엄마가 '넌 젤 출세한게 부반장이구나!" .... 그것도 초등학교 때.
초중고 통틀어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장'이란 장은 다 섭렵한 남동생과 어찌나 비교되던지.... ㅜㅡ
달라는 뇌물은 안주고 난리를 쳤으니, 1미터 간격으로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늘었군요.
저도 마태님 공상소설 진짜 캡 좋아해요.

2006-09-02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02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6-09-02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2등 할 정도로만 공부했다....
흠...역시, 가을산님의 내공이 한번에 느껴지는 문장...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ㅎㅎ

2006-09-03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03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6-09-0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근데 이게 터보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혀 미덕이 아니더라구요.

속닥 D님/ 고맙습니다. 잘 쓸게요. 자세한 설명도 고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