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5년 만에 문법

등록을 해 놓았으니, 학원비 1년치를 낸 셈 치고 그만큼의 본전을 뽑자고 요즘 문제들을 풀고 있다.
( 내일처럼 걱정하면서 신청을 해지하라고 하신 *****님, 조언에도 불구하고 해지하지 못했습니다. ㅡㅡ;;)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이 학원 선생들은  
단 한 문장의 원문에 대한 문법 해설을 A4용지로 두세쪽 되는 분량이나 늘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설을  읽어보니, 워낙 오래 전에 공부했던 내용이라 용어도 생소하고, 원문을 이해하는 데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저런 생각까지 하면서 해석을 하려면 무척 머리 아플 것 같다. 
설마, 사람들이 저렇게 문법 생각하면서 영어 하는 것은 아니겠지?
우리 애들이 문법 싫어하는 게 새삼 이해가 된다.

그런데 문법 생각을 하니까, 학생 때 철없는 허영심(?)으로 선생님들을 못살게 굴었던 것이 떠오른다.

고2~고3때였던 것 같다. 국어나 영어의 문법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한동안 국어, 영어, 古文 교과서의 조사 하나, 단어 하나하나의 품사와 그 성격 분류에 유달리 집착했던 적이 있다. 왠지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비밀 코드를 푸는 것 같은 재미를 느꼈다고나 할까?

지금 생각하면 문법적으로 일치된 결말이 나지 않을 만한 내용들도 많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건 까먹었음)
난 그런 걸 선생님들에게 물어보았고, 선생님들은 그런 논쟁의 소지가 있는 문법을 굉장히 싫어하셨고,  
나는 선생님들이 답을 못하신다는 것는 직무유기라고 생각했었다.  
오죽하면 국어 선생님은 내가 질문하려고 하면 "네가 질문하는 것은 시험에 하나도 안나와" 라고 대답하셨을까? 

지금 생각하면, 나는 그때 나뭇가지만 보는 데 한눈이 팔렸던 것 같다.  
내가 열중한 건 그저 퍼즐 맞추기였을 뿐, 역시 삶을 풍요하게 하는 것은 문법이 아니라, 글인데.. ^^
( 변명을 하자면, 우리처럼 국어공부를 교과서만 보고 했던 세대는 교과서에서 볼 '숲'이란게 한계가 있었다고나 할까?  아유 궁색해라.....     ^^;;;;  )

지금 누가 문법을 내 앞에 들이댄다면 무서워서 한 십리는 도망갈 것 같다. 


2.  See Through 망사 주머니

평소에 주로 큰 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가방 안에 지갑, MP3,  필기 도구, 열쇠 등 작은 물건들이 구석구석 굴러다니는 경우가 많다. 
정작 무엇이 필요해서 찾으려면 가방 바닥을 한참이나 뒤져야 한다. 
가방 자체에 주머니가 달려 있는 경우에도,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뒤지곤 한다.

그래서 물건들을  모아 담을 주머니가 있었으면 했고,  
이왕이면 속이 들여다보이는 소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 초록색 망이 눈에 띄었다.   
 앗!  이거 딱이네!  ^^     

 이게 무슨 망일까? 
 생옥수수를 담았던 망이다. 
 양파 망과 같은 재질인데, 색깔만 초록색이다.

 어제 옥수수를 삶으려고 꺼내다가 눈에 들어와서
 주머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 한겹으로 하면 너무 약해 보여서, 한면에 망 두겹을 썼다. 

* 가위로 자른 가장자리는 금방 풀리기 때문에 곧바로
 라이터로 가장자리를 녹여서 풀리지 않게 한다.

 


* 옆솔기와 밑단은 쌈솔로 처리했다.
   손으로 얼기설기 박음질 했다. 

* 윗부분은 단을 아래로 접은 후, 위/아래를 박아서
  끈을 끼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 끈은 옛날에 책갈피 볼펜 만들기에 버닝 했을 때
   쓰다 남은 것을 사용했다. 
( 몸체는 허접한데 끈만 이쁘장해서 꽤 언밸런스 하다)

 짠~!  샤프, MP3, 전자사전,  자외선차단로션 등을 담은 모습.  
 꽤 쓸만해 보인다.

 

3.  해리포터를 죽이지 말라!

얼마 전부터 간간히 들려오는 오싹한 소식 하나.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요 인물들이 또 죽을 예정이라는 것.

난 작가가 해리를 지나치게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불만이 많다. 
이모 집에 얹혀 갖은 구박을 받으면서 커왔던 것은 그렇다 치자.
작가는 이모 가족의 핍박에 해리가 덜 구속될 때 쯤 되자, 
학교에서는 거의 시리즈마다 왕따를 시키고, 
어렵게 만나 해리가 크게 의지했던 해리의 대부(代父)를 죽였다.
해리의 보호자였던 덤블도어 교장선생님도 죽였고,
마지막 부분에 나타난 바로는 해리는 호그와트도 떠날 듯 하다.  

해리 포터는 '아동 소설'로 시작했지만,  
그 내용은 갈수록 아동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살벌해지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 권에서 해리 마저 죽게 한다면 이건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혹시 계속되는 시리즈를 쓰기 지친 코난 도일이 홈즈를 폭포 아래로 떨어뜨려 죽인 것처럼, 
조앤 롤링은 후속편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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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해리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다른 영미권 인기 소설들처럼 뻔한 '해피엔딩'이 되는 것도 싫고,
해리가 또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고통 받느니, 차라리 해리가 죽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시리즈 막판에 갑자기 해리를 고생시키지 않는다면 김이 빠지겠고.... 

아우,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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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8-0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킹과 존 어빙이 그랬다면서요, 해리포터를 죽이지 마라. 고
전 잘 모르겠습니다. 해피앤딩이나 주인공이 죽는거나 뻔한결말로 보이니 말이지요. -_-a 죽였다가 살리는건 어떨까요?

하늘바람 2006-08-0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가을산님은 손재주가 남달라서 너무 부러워요 옥수수망 주머니 아~

물만두 2006-08-0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홈즈되는거 아닌가 싶어요.

해적오리 2006-08-0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도 책도 하나도 본 것이 없네요. 근데 왠지 영 끌리지 않아요. 그러니 죽든 말든 내 상관 아니라는 ...^^;;;;

저 망사주머니 아이디어 굿입니다. 저도 만들어서 선물하면 좋아들 할 것 같네요.

그리고 예전에 말씀드린 딴일이란 건요... 이런 저런 상담심리 관련 공부하는 거에요. 그쪽으로 길을 틀지는 아직 모르구요 걍 재밌어서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해볼려구요. 사이버대학 등록할려다가 원하는 대학 전형일 놓치고 사이버 강의를 듣는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별루 없어서 이번 학기는 한과목정도 시간제 등록해서 시험삼아 들어볼 예정입니다. ^^

해적오리 2006-08-03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올리는 사이에 따우님 다녀가셨군요.. 저말 공감합니다. 문법책 한번도 안보고 고등학교 졸업하셨다는 거요. 저도 그랬거든요.

瑚璉 2006-08-0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시리즈를 안보는 관계로 해리의 생사에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만 갑자기 예상시나리오가 떠올랐습니다.

음모로 인해 호그와트에서 자신의 친구를 죽인 혐의로 쫓기게 된 해리 포터. '내가 심판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중국 소림사로 가서 주방생활 10년만에 소림 무술과 마법을 융합시킨 소림마법권을 익히게 된다. 볼드모트와의 싸움에 자신을 얻은 해리는 볼트모트의 본거지로 쳐들어가고 그를 돕는 것은 개과천선한 말포이. 격전끝에 볼드모트와 소림마법권으로 양패구상한 해리포터는 말포이에게 지구의 미래를 맡기고 사망한다. 말포이는 그 자리에 포터 대협 공적불망비를 세운다.

그 후 얼마의 세월이 지났을지 모르는 때 해리 포터는 대한민국에 환생해서 "해리와 몬스터"라는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가을산 2006-08-0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제가 그래서 소설을 못읽어요. 이야기의 초기부터 "음, 이건 복선이야", "이건 이런 장치구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으니 말이죠.
그런데, 해리포터는 뻔한 것을 떠나서 작가가 악취미인 것 같아요.

하늘바람님/ 안녕하세요, 하늘바람님! 아니에요. 저거 그냥 박음질만 할 줄 알면 만들 수 있어요.

물만두님/ ㅎㅎ, 해리도 폭포로 떨어질까요?

따우님/ 어제 재봉틀로 모시 천은 박아지더라구요. 윗실과 북실의 장력을 조절해 봤어요. 손으로 한 이유는.... 저 망사가 재봉틀로 하려니 모양이 영 안잡히더라구요.

해적님/ 아, 그런 것이었군요. 그럼 원래 하려던 대학 재도전도 고려중이신건가요?

호질님/ 저도 해리포터 시리즈를 안 읽다가, 오디오북으로 연달아 들었습니다.
오디오북의 장점 중에, 한번 틀어놓으면 내 의지와는 관계 없이 끝까지 듣게 된다는 것이 있지요.
마지막에 환생하는 게 혹시 "虎狸 捕攄" 아닐까요? ^^

瑚璉 2006-08-0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 님은 모르시겠지만 실제로 "해리와 몬스터"라는 소설이 있답니다. 저기 위의 검색창에서 검색해 보세요. 정말로 "대단한" 소설이랍니다.

참고 사이트 :
http://hanim.egloos.com/625415
http://kchris.byus.net/tt/tag/%C7%D8%B8%AE%BF%CD%20%B8%F3%BD%BA%C5%CD

가을산 2006-08-0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어머, 나중에 보여주세요. ^^
참! 따우님, 저도 영어 문법책 다 뗀 적 없어요. 성문영어 '기본' 편만 좀 봤던가?
수학 정석도 반도 못풀었구요.

호질님/ 아이고~~ 한참 웃었어요!

달콤한책 2006-08-0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솜씨 좋으시네요...저는 바느질은 영 젬병이에요(에궁, 딴거는 잘하남^^;;) 근데 저 주머니 까끌까끌하지 않나요?

건우와 연우 2006-08-0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솜씨가 대단하세요 @.@

가을산 2006-08-0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 책님/ 네. 까끌까글해요. 그래도 사용하는 데 별 불편은 없을 것 같은데요..
혹시 문제 있으면 담에 페이퍼에 올릴게요.

건우연우님/ 박음질만 하면 된다니까요~~ ^^

토토랑 2006-08-0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옥수수망이 저렇게 변할수도 있는거군요 ^^

참 그리고 제 생각에 덤블도어는 죽은게 아닌거 같아요. 뭔가 마법으로 바꿔치기 하지 않았을까요? 왠지 덤블도어가 죽기전에 그 선생이랑 둘이서 시선을 교환한것이 그래 보인다는..

가을산 2006-08-03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스네이프 선생이 무언가 비밀 임무를 띠고 있을 가능성을 배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덤블도어가 죽지 않았을 것은 생각 못해 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