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비님은 가끔 '책읽는 여자' 시리즈를 그리신다.
몇일 전 검은비님의 그림 블로그를 갔다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책읽는 여자10'을 보았다.
종이와 목탄, 그리고 마블링을 이용한 그림인데....
으으......... 퍼오기가 되지 않아서 퍼오지는 못하지만, 참으로 멋진 그림이었다.
어제오늘, 갑자기 나도 '책읽는 여자'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다고나 할까?
책과 나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싶다고나 할까?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오호통재라!
참으로 땅을 칠만큼 안타까운 것이, 나는 그림을 못그린다는 것이다.
검은비님이나 스윗매직님처럼 멋진 이미지는 고사하고, 진우맘님처럼 슥슥 그리는 카툰처럼도 못그리겠다.
'여자'조차 그리지 못하겠다.
그래서........ 그린 것이,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주인공처럼 우주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인간이 되었다.
아마 알라딘 사상 최악의 그림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내가 공작의 밑그림으로 그리는 스케치 외에는 몇십년만에 처음 그린 그림이기에 올려보려 한다.
Image 1.
나에게 있어서 책은, 책 자체보다는 이 세상과 과련되어 그 의미가 주어진다.
애초에 책은 나에게 있어 이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길목이었다.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인간은 어떻게 생겨먹은건지....
책은 세상으로 나를 안내해주는 창이었다.

Image 2.
점점 관심분야가 늘어나고, 알고 싶은 것이 늘어나면서
책은 내가 궁금한 것들을 충족해주는 수단이 되었다.
내 관심의 촉수에, 내 관심의 그물에 걸리는 책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곤 했다.

Image 3.
요즘 느끼는 것은.....
내가 책을 통해 세상을 본다고 하지만,
세상을 '직접' 볼 수도 있는 것을 굳이 '책'만을 통해서 보는 편협함이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읽되, 문자와 언어에 파묻혀서는 안되는데.

창밖에 세상이 있는데,
그 세상을 외면하고
그 복제물만 열심히 본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Image 4.
최근에는.... 급기야 책을 세상으로부터 나를 격리시키는 방어막으로 쓰기 시작한 것 같다.
"아니, 나 아직 이거 몰라.", "아니, 이것까지만 읽고...."
그러는 동안에도 세상사는 흘러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