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화
아들: 엄마, 나 드디어 소리 안나게 방구 끼는 법을 터득했어.
엄마: 장하다. 삶의 지혜를 하나 터득했구나!
둘이: 흐뭇~
(냄새까지 없에는 법을 터득하면 더 좋을텐데...... ㅎㅎ, 강호의 고수들 중 득도하신 분 안계십니까? ^^ )
2. 바보돌대가리새일지
오늘 아침에 작은애 조끼를 완성했다.
조금 여유있게 뜨면 오늘 저녁쯤 완성될 예정이었는데,
어제 "내일이면 다 돼?" 하는 말을 하기에오늘 학교갈 때 입고 가고싶은가보다.... 하고
어제 저녁과 오늘 새벽에 조금 무리를 했다.
아침에 아들이 일어나자마자 조끼 다 떴다는걸 알려주면서, 오늘 학교 갈때 입고가라고 했더니......
"오늘은 학교 안가는 토요일인데?" OTL
3.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졸업시험준비위원장' 이었던 남편은 몇일 전 한 학생에게 졸업시험에서 탈락했음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에 퇴근후에 그런 사실을 알리는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어서 무척 말을 전달하기 힘들었다고 했었다.
어제는 송년회라고 남편이 새벽 1시 반 넘어서 들어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시간에 1층 경비실 앞에 한 학생의 부모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평소에 비교적 일찍 들어오는데, 최고로 늦은 날에 딱 걸린 것이다.
그 부모는 서울에서 내려와서 초저녁서부터 쭉 기다렸던 듯 하다.
용건은 졸업만은 하게 해달라는 것.... 하지만 그게 개인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건 다 알텐데...
의대 졸업생이면 아무리 빨라도 이미 20대 후반의 나이이다. 2-3년 꿇었다면 30을 바라볼 수도 있다.
게다가 가을학기 졸업이라는 제도도 없으니 1년을 허송하게 되었으니 딱하기는 하다.
그 나이 되도록 부모가 학교 선생님 찾아오다니....
그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착잡할까....
4. 여동생의 잔소리
여동생은 내게 잔소리 하는 것을 자기의 사명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1월 중순에 무슨 오디션이 있어서 다급해지자, 급기야 오늘 새벽에는 내 병원에 와서 악기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아이들도 자고, 아파트라 새벽에 소리를 낼 수 없다.)
아침에 출근하니, 연습을 끝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내게 잔소리를 하기 위해서이다.
"언니, 청소좀 해라, 청소좀. 언니 방이 지저분해서 내가 다 치웠잖아.
난 지저분하면 신경 쓰여서 연습 못하거든?
그래서 언니 손닦는 수건을 내가 걸레로 썼어. 수건도 원래 지저분하더라. "
진료실을 둘러보니, 책상이며 개수대 주위가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고,
내가 쓰던 컵이며 비누통이며, 칫솔 등이 깨끗하게 설거지 되어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잔소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언니, 이건 내가 압수해갈거야. (하면서 반쯤 먹다가 봉해둔 '뻥이요' 봉지를 보여준다)
살찐다 살찐다 하면서 이런걸 책상 옆에 두고 있으면 어떡하나?
실은 서랍 속의 껌도 압수하려고 했는데 그건 봐준다. "
집으로 가면서 혼잣말을 한다. " 잔소리 할게 또 한가지가 있었는데 뭐였더라?"
결국 나중에 전화가 왔다.
"언니, 저녁에는 전기난로 끄고 다녀. 내가 새벽에 왔더니 켜져 있더라."
담쟁이가 너무 실하게 잘 자라주는 것이 고마워서 저녁에는 아주 약하게 틀어놓고 퇴근하는데 그걸 본 것이다.
아마 여동생은 오늘 아주아주 뿌듯할 것이다.
밥값을 톡톡히 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