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안가도 될 회의의 애프터만 같이 했다.  왠지 술이 고팠고 이야기가 고팠나보다.

진료센터의 월례회의였는데,  마음은 잿밥에 있다고, 회의때는 다른 글을 읽은 둥 딴전을 피우다가
삼겹살집으로 애프터 가서야 이야기에 열중했다.

오늘 나눈 이야기들은 크게

- 진료센터에 나오는 학생들을 졸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 20년 전의 학생인 우리와 2000년대의 학생 간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 것인가?

- 오늘 갑자기 사망한 입소자 한분에 관한 이야기.

- 원목사님의 새로운, 그러나 오래된 꿈에 관한 이야기.... 이랬다.

1. 솔직히 말해 요즘 학생들,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진료센터를 만든지 햇수로 7년이 되었는데, 졸업후까지 지속적으로, 능동적으로 관심을 나타내는 후배들이 거의 없다. 
학생때 열심히 활동하던 친구들도 졸업때가 되고 인턴 들어가면 뜸해진다.
그리고 계속 같이 하자고 권하면 "이제 너무 지친 것 같아요. 조금 쉬고 싶어요."
혹은 "선생님들만큼 할 자신이 없어요"라고 한다.
젠장, 우리는 뭐 얼마나 하는 줄 아나? 

오늘 술 마시면서 3년만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진료센터를 세울 때 파릇파릇했던 신입생들이 전문의가 되어 사회인이 되는 그때까지.
그때도 지속적인 문제의식과 자발성을 보이지 않으면 그때  이들을 포기하자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후배들 전체에 대한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마 우리의 헛짓은 계속될게다.

2.  오늘, 원목사님이 과음하셨다.

원래 술에 약하신데....... 
노숙자 쉼터를 하면서 정말 주량이 많이 늘기는 하셨지만, 그래도 1병이면 몸을 잘 못가누신다.

오늘 쉼터 입소자 한분이 돌아가셨다.
원래 몸이 안좋으셨던 그 식도암 환자도 아니고,
평소에 속썩이던 분도 아니고,
건강하다고 생각했고  언젠가 중국집 차려서 재기하자고 의기투합했던 분이 돌아가신거다.

솔직히, 나는 별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이럴 때는 감정의 벽을 쌓는 의사로 훈련받은 내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다.
중국집을 차려 재기하지 못한 것에 대해 목사님이 속상해 하실 때도,
그렇게 감상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3. 꿈에 관한 이야기.....

대전 교외에 목사님이 땅을 임대하셨다.
그곳에서 소규모 공방을 지어서 재활사업을 하고,
남는 땅은 주말농장으로 지인들에게 임대할 생각이시다.
"우리 같이 와서 삽시다" 하고 권하기도 한다.  ^^
그래.... 좋지..........

그런 꿈 이야기, 공동체 이야기를 하다보면,
동시에 이전에 실패한 아픔,  현재 진행형인 어려움에 맞닦뜨린 이들에 대한 아픔이 같이 살아난다.

가장 먼저 알았던 지인들, 역시 공동체를 꿈꾸던 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지금 뿔뿔이 꿈을 접고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리더 격인 사람이 너무 이상적인 비젼으로 일을 벌이다가 결국 실패한 것이다.
그 결과 같이 꿈을 꾸던 많은 이들이 상처 입고, 지금도 맘고생, 경제적인 고생을 하고 있다.

또 한 모임 - 의료생협 쪽 이야기이다.
아마 생협에 있어서 금년이 고비가 될 것 같다.
실무자들도, 조합원들도 말은 못하지만 맘고생이 많다.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할텐데..........


4.  난 참 위선적이다.

이런 이야기를 페이퍼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위선이다. 

어찌보면 잘난척이다.

진짜 하는 사람들은 이런 페이퍼 유희같은 짓은 하지 않는데............

 

삼겹살집 아주머니가 써비스로 싸주신 누룽지를 남편에게 뇌물로 주고 컴 앞에 앉았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산 2005-10-19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2911

  ㅡㅡ;;


2005-10-19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10-1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22917

^-^ 쓰고 싶은 말.. 다 쓸 수 있는 곳이 이곳 아니겠습니까?


가을산 2005-10-19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 고맙습니다. 가서 잘래요.

마태우스 2005-10-19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제 눈엔 가을산님이 무척 큰 존재로 보이는데요?

chika 2005-10-1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주무셨어요?

sweetmagic 2005-10-1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이랑 취중잡담 하고파요 ~~~

가을산 2005-10-1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직 머리가 아파요......
저 와중에 캡쳐라니.........

ceylontea 2005-10-1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그래도 전 가을산님이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