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전하는 차는 9년 된 소나타 III이다.

아버님께서 쓰시다가 2년 전 내게 물려주신 차인데, 주행거리가 많지 않아서 아직 꽤 쓸만하다.

그런데 이 차에는 다른 차에 없는 특이한 최첨단 기능이 세가지나 있다.

첫째, 안전문 장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때, 무심코 열다보면 옆 차의 문짝에 흠집을 내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에도 누군가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억대 차에 흠집을 내서 뉴스가 되었던 적이 있다.

내 차의 운전석 문에는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첨단 장치가 달려 있다!

운전석 문 바깥쪽에 덧대어진 플라스틱 빔의 끝이 살짝 들려 있다. 문을 살살 열지 않으면 그 빔이 차의 앞부분에 끼어서 부러지거나 휘어지게 되기 때문에 문을 열 때는 항상 조심할 수밖에 없다. 들린 곳을 제자리에 아무리 붙여 놓아도 '형상기억 합금'으로 되어 있는지, 계속 들려 있기를 고집한다.

둘째, 온도 감지 센서

내 차의 좌회전 깜빡이에는 온도 감지 센서가 달려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정상적으로 '깜빡 - 깜빡 - 깜빡' 하지를 않고,  "깜빡깜빡깜빡깜빡깜빡" 하고 경고를 한다.

예년에는 한여름의 낮시간에만 " 깜빡깜빡깜빡" 했는데, 금년에는 아침 출근시간부터 "깜빡깜빡깜빡" 하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금년 여름이 덥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게다가 방정맞게 깜빡거릴 때는 뒷쪽의 전등에 빛이 들어오지 않아서, 왼쪽 차선으로 바꿀 때나 좌회전을 할 때는 간혹 비상등을 켜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운전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비상등을 잠시 깜빡이는 것은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신호도 되기 때문에, 나의 차는 나를 본의 아니게 매우 예절 바른 운전자로 만들어주고 있다.   ^^

셋째,  개성있는 앞바퀴

내 차의 오른쪽 앞바퀴는 꾸미는 것을 거부한다.

이전에는 도로에 간혹 알루미늄 휠이 떨어져서 굴러다니는 것을 보면, '얼마나 험하게 운전하면 차 바퀴에서 저런 게 떨어져 나갈까?' 하고 혀를 차곤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건 운전자의 잘못이라기보다 바퀴의 똥고집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오른쪽 앞바퀴의 알루미늄 휠이 없어졌다. 처음에는 운전 중에 앞바퀴를 어디에 부딪혀서 그런거려니 하고 자동차 정비소에 가서 세번이나 다시 붙였는데, 이게 사흘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요즘은 '그래 니 맘대로 해라!' 라고 앞바퀴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내 차는 바퀴 하나가 알루미늄 휠 없이 지저분한 나사가 다 보이게 드러내놓고 있다.

개성 넘치는 이 차에 대해 차가 너무 커서 주차할 때 성가시다는 것 말고는 불만이 없다. 앞으로도 몇년은 거뜬히 데리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마음 한켠에서는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문제를 고려해서 자전거 출퇴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고개를 들고 있다. 자동차의 편리함에 젖어 차를 없애지 않고는 실행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차를 확 없애버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동차세, 보험료, 기름값이 만만치 않은 것도 이런 생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어쨌든.... 여러 가지 고민 속에서도 나의 이 최첨단 자동차를 구슬려서 장수시키겠다는 것, 그리고 이 차가 나의 마지막 차가 될 것이라는 것이 현재의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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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8-0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다른 것은 몰라도 2번은 고쳐야 할 것 같은데요.... 사실 전 차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그래서 1번이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어요..
사실 운전면허도 없다보니.. 차에 관심이 적어지고... 저희 집 차가 93년식 빨간색 스쿠프라는 것 이외는 아는 것이 없어요... 차번호도 못외운다고 남편이 구박을 하지요... 때론 주차장에서 저희 집 차도 잘 못찾을 때가 있어요...

호랑녀 2004-08-06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잘 구슬려야겠네요. 그런 첨단 장치까지 갖춘 차라면 더욱...
집과 직장이 가까우신가요?

우리집 차는 남편이 총각 때부터 타던 10년 훌쩍 넘은 엘란트라인데...
북서쪽으로는 임진각, 북동쪽으로는 고성, 남동쪽으로는 부산, 남서쪽으로는 완도의 어느 섬까지도... 갈고 다녀 17만을 뛰었는데, 아직도 애지중지입니다.
남편을 처음 만난 날부터 내내 타고 다녔고, 처음으로 손 잡은 곳도, 처음으로 뽀뽀한 곳도, 신혼여행도... 모두 이 차와 함께 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 차는 가족입니다.

가을산 2004-08-0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출근길에 드디어 깜빡이가 제대로 작동했습니다! 어제밤이 열대야가 아니었다는 증거지요. ^^
실론티님, 고쳐야 하는 것은 아는데... 한두달 지나서 날씨가 선선해지면 다시 제대로 돌아오거든요. --a
호랑녀님, 얼래리 꼴래리~~~ ^^ ㅋㅋㅋ 아.. 부러운건가? ^0^

가을산 2004-08-0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차종에 따라서 차 문이 금속으로만 된 것이 있고, 어떤 차는 문에 가로로 (멋을 낸건지, 보호를 위해선지) 플라스틱으로 덧댄 것이 있어요. 그러니 덧댄 것이 없는 차를 쓰시는 분은 상상이 안될지도...

하얀마녀 2004-08-06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공지능 자동차인가봐요. 성깔도 있고 탑승자의 안전 뿐 아니라 다른 차의 안전도 감지할 수 있는. 거기에 온도 측정은 보너스. ^^

starrysky 2004-08-0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맞아요. 최첨단 인공지능 자동차. 훨씬 뛰어난 인공지능 차가 나올 때까지 앞으로 10년은 더 함께 하셔야겠어요. 자전거 출퇴근은.. 멋진 생각이시긴 한데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거리가 아주 가까우시다면 모르겠지만요.. 요새는 워낙 흉흉한 세상이라 안전이 최고여요, 가을산님. ^^

책읽는나무 2004-08-0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좋은 차네요..ㅎㅎ
지금 울신랑이 몰고 다니는 아반떼 자가용도 엄청 오래되어...에어컨을 키면 냄새가 엄청 나서 창문을 한참동안 열어두고서 작동을 시키거든요!!...웬만해선 자연바람을 쐬는게 더 좋을것 같단 생각에 에어컨을 안켤때도 있어요!!...에너지절약을 해주는 좋은 차죠!..ㅎㅎ
지금은 자동차 왼쪽 엉덩이에 브레이크 불이 안들어오는지...오른쪽 눈만 깜빡 깜빡하면서....뒷차들한테 한쪽눈으로 윙크를 해주어 아주 섹시하단 평을 좀 받고 있죠..^^

진/우맘 2004-08-06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너무 재미있어요!
울 집 차도 같은 기종인데...고속도로에서 폐차 직전의 사고를 당하고도 부모님과 어린 예진이를 고스란히 지켜준 고마운 차입니다.

마냐 2004-08-0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쥑임다. 근데, '마지막 차'라고 하신 배경이 무지 궁금합니다. ^^

털짱 2004-08-08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 마신다. 녹차 한잔과 함께 하는 낭만적인 그녀, 털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