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둔 책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 책을 먼저 집어들었다.

지지부진하던 아발론 연대기를 명절 연휴를 맞아 의무감에 사로잡혀 읽고 나니 뭔가 좀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다.

읽고 보니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내용이다.

초등학교 동창 작가 둘이서 주로(꼭 영화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서) 영화에 대한 글을 주고 받는다.

막역한 둘 사이를 보여주는 듯 서로를 깎아내리느라 정신이 없다.

조등학교때부터의 친구는 기타 학창시절에 만난 친구들과는 좀 다르다.

대부분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기억들이 많다.

추억이 훨씬 많으니 나눌 이야기도 많고.

지금도 같은 동네에 살면서 가끔씩 까페에서 만나 실없는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는데 그게 특히 부럽다.

친하게 지내던 초등학교 친구들은 전국으로, 심지어는 외국까지 나가 살아서 이젠 명절에도 얼굴 볼 기회가 없다.

 

영화속에서 여자주인공이 '제인 구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듣고 있던 상대가 진지한 얼굴로 "아, 비달 사순이요?" 했다는 부분을 읽다가 한참 웃었다.

남편같은 사람이 또 있었나보구나, 영화 대사에도 쓰인 걸 보니.

몇 달 전에 최재천교수가 제인 구달과 대담하는 프로를 본 적이 있는데 제인 구달의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아주 예쁜 은발을 하나로 묶은 모습. 주름졌으나 고운 얼굴과 너무 잘 어울리는 머리.

그걸 보면서 나도 머리를 길러볼까 싶어서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몇 번을 '제인 구달'이라고 말했는데도 매번 남편은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비달 사순'이라고 했다.

 

발매 당시 사고 싶었던 책인데 버티다가 이제야 중고로 구입했다.

한비야의 책은 3권 읽었는데 내용이 비슷하다.

내용이 비슷하면 식상해야하는데 글쓴이의 책은 그렇지 않다.

글과 실제 삶이 같은 사람이라 그렇다고 생각한다.

글을 읽으면서 알게 된건데 글쓴이는 글을 다 쓰고 나면 소리내어 읽어본다고 한다.

그래서 어색한 부분은 다시 고친단다.

어쩐지 책을 읽고 있으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더라니.

 

이번에도 따라하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이 참 많다.

문제는 따라하기가 좀 힘들다는 것......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매일 시를 몇 편씩 소리내어 읽는 것인데 이건 해 보고 싶다.

작년부터 시집을 조금씩 사면서 시와 친해보리라 했으나 아무리 읽어보아도 마음에 와 닿지 않아 포기했었다.

하지만 소리내어 읽는거야 어떠랴 싶다.

그렇게 은율을 느끼며 읽어가다 보면 알게 될 날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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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의무감처럼 책을 읽는다.

 신화에 별 관심이 없으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이어 켈트 신화까지......

 읽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읽어야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영화도 총 싸움보다는 칼싸움, 그것도 달타냥이나 조로 풍으로, 펄럭이는 망토를 한 손으로 돌돌 말아 올리고 폼잡는 그런 류를 좋아하는 편이라 끌렸는지도.

마법사 멀린의 이야기와 아더의 탄생, 아더가 엑스칼리버를 뽑아 왕위에 오르며 원탁의 기사를 모으는 초반부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원탁의 기사 중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기사들의 모험이 하나씩 펼쳐지고 클라이막스인 성배탐사까지 끝내고 난 뒤의 8권은 관우, 장비, 유비가 다 죽고난 삼국지를 읽고 있는 기분이다.

원탁의 기사가 모험을 떠난다, 적을 만난다(투구를 쓰면 누군지 몰라서 같은 편일 때도 있다), 싸운다, 이긴다, 또는 부상을 당하지만 죽지 않는다...... 의 무한 반복을 읽고 있으니 이젠 신물이 난다.

작가의 위대함이나 번역의 꼼꼼함, 3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이 8권인데 보이지 않는 오자, 탈자. 중간 중간 유머까지, 참 나무랄 데 없는 책이지만 내 취향이 아닌거다.

6권짜리 반지의 제왕 읽은지가 오래되서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초반 많은 적들을 물리치고 브리튼 왕국의 토대를 튼튼히 했던 아더가, 이제는 늙어 원탁의 기사들이 하나 둘 떠나거나 죽는 것을 보며 우울해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인다.

늙은 영웅의 이런 나약함을 볼 때면 씁쓸하다.

젊음이 상이 아니듯 늙음도 벌이 아니라고 '은교'의 이적요시인이 말했지만 암만 생각해도 늙음은 형벌인듯 싶다.

아니, 벌어놓은 것도 없고 기댈 자식도 없는 늙음은 형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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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사람들이 많이 읽었거나 무슨 무슨 상을 받았다네 하면 더 읽기 싫은 성격인지라 버티다가 언니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책은 샀는데 언니의 추천이유가 도대체 생각나지 않는다.

읽다 보면 생각나겠지 싶어 읽어가는데 그래도 모르겠다.

도입부가 너무 지루하고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고 이리 저리 흐르는 것 같아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게다가 이백일이 넘도록 태평양을 떠도는 이야기라니.

난 로빈슨 크루소나 캐스트 어웨이, 또는 재난영화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참고 읽어내는 것이 힘들었다.

더 억울한 것은 다 읽었는데도 어째서 이 책을 언니가 추천했는지 기억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게 뭐야.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나 알아볼 밖에.

리뷰와 페이퍼를 읽었다.

영화가 개봉된 뒤라 영화이야기와 책 이야기가 섞여 있었다.

그걸 살피다 보니 생각이 난 거다.

파이와 호랑이는 이성과 본능에 대한 이야기다 라는 언니의 이야기가.

 

이성이 약해지면 언제라도 본능에 먹히고 말테니 달래고 길들이고 한편으로는 경계를 정해두어야 한다.

인생이란(또는 인간이란) 파도에 흔들리는 구명보트와 같은 것.

가끔씩은 비도 오고, 태풍도 몰려오고, 배고픔과 목마름에 죽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하게 내리는 비로 목을 축이고

간간히 잡히는 물고기로 배를 채울 수도 있다.

어느 날은 육지를 발견하리라는 희망에 부풀었다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절망하는 일이 반복된다.

육지가 아니면서 육지인 척하는 해초 섬에서 쾌락과 편안함에 젖어 있다가는 언젠가 먹혀버리고 만다.

그 모든 절망과 흔들림과 굶주림과 목마름을 다 이겨내고 단단한 육지에 다다르면,

작별인사도 없이 밀림을 찾아 가버리는 호랑이처럼 본능은 더 이상 나를 위협하지 못한다.

나는 그를 길들일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니까.

 

오오오. 이런 깨달음을 얻었으니 감격에 겨워 처음부터 다시 내용을 음미하며 읽었으면 좋겠지만,

똑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별로다.

이런 은유에 가득찬 이야기는 더욱 더.

난 변화구보다는 직구가 좋다.

말을 돌려대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내가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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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쌓여 있는 책을 감별하느라(버릴 책, 팔 책, 소장할 책) 요새 좀 읽고 있다.

 그러면서도 읽고 싶은 책이 나타나면 또 책을 사서 책장은 늘 만원이다.

 새로 도착한 택배 상자를 보던 남편이 그런다.

 책을 꽤 많이 읽던데 뭐 좀 도움이 되냐?

 남편의 뉘앙스는 넌 책은 많이 읽던데 삶의 변화는 별로 없구나, 뭐 하러 책 읽냐? 이런 거다.

 필요에 의한 책을 주로 읽는 남편으로서는 당연한 질문이다.

 뭔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을 뭐한다고 늘 사들이고 쌓아 놓는지 이해가 안 되겠지.

 

그래서 생각했다.

뭐하러 책을 읽지?

책을 그리 읽어대는대도 내 삶의 변화는 정말 없을까?

남편이 원하는 삶의 변화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내가 보기에 나는 변했다.

책을 꾸준히 읽었기에 내 생각은 계속 자라왔고 지금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글쓴이는 저렇게도 생각해보라고 한다.

나만의 고민인줄 알았는데 글쓴이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나름의 해결책을 책에 담아 두었다.

그럴 때, 그런 작은 발견, 해결책을 찾아 읽는 즐거움이 바로 책 읽는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닌가.

아님 말고.

난 그렇다.

 

영화로 먼저 알게 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솔직히 내가 왜 이 책을 골랐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40자평, 리뷰 중 별로라는 글이 많더라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원서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이, 글이 너무 맛깔나다.

음식에 대한 묘사건 작가 감정에 대한 묘사건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해가 잘 된다.

번역의 힘인지 원작자의 힘인지 알고 싶어서 영어 실력은 별로지만 원서를 주문했다.

살 때는 소설인줄 알았는데 구분해 놓은 것을 보니 에세이다.

그것도 여행 쪽.

작가란 자기 개인사도 팔아먹어야하는 것인지 회의적인 리뷰도 있었지만

불행한 개인사를 여행을 통한 깨달음으로 연결시켜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작가다.

모든 글쓰는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글이란, 개인사 같은 사적인 것을 드러내놓지 않더라도 결국 자신의 주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남의 생각만 적어 놓으면 그건 표절이지.

 

나름 흥분했는지 글이 잘 정리가 안된다만

어쨌거나 왜 책을 읽느냐, 도움이 되었느냐 하는 질문은 남에게 보다는 자신에게 해야 맞을 것 같다.

나에게 책이란 어떤 위로와 같은 것이다.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을 세상에 시달린 내 불쌍한 정신에 대한 작은 보답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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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3-03-2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질문 가끔 받는데 그게 바로 그런 뉘앙스였던 거였던 거군요!!ㅎㅎㅎㅎ
암튼 여러가지로 공감하며 읽었어요,,,그러고보면 우리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종족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마에 노란색이 칠해져 있진 않지만 같은 종족,,^^;;; 저도 흥분했는지 댓글 정리가 잘 안되네요,,ㅋ
암튼 글 잘 읽었습니다.^^

가상 2013-03-2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안녕하세요.
요새 나비님 글 잘 읽고 있어요.
가족에 대한 글을 너무 사랑스럽게 쓰셔서요. 부럽기도 하고...
즐겨찾는 서재글과 그 댓글들을 읽어가다보면 우리가 특별한 표지는 없지만 같은 종족이라는 말에 공감이 가요.
남편의 반응에 연연하지 말고 책 열심히 읽게요~~

북극곰 2013-03-27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맞아요. 힛.
공감의 추천 누르고 갑니다.

가상 2013-03-28 09:36   좋아요 0 | URL
다들 비슷한 상황들인가 보네요.ㅋㅋ
 

 

애들 방학 때 주로 가는 곳이 경주, 부여 등등 이었던 시절, 친구가 그랬다.

느그들은 왜 무덤만 찾아다니냐.

듣고 보니 그렇다.

애들은 지겨웠을까?

나는 무척 재미있었는데...

미리 알아보거나 공부하는 것 따위 없다. 무조건 가는 거다.

그러니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역시 아는 것 만큼 보인다.

 

이 책은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책일거라는 기대로 샀다.

건물에 얽힌 역사와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되었다.

내용도 어렵지 않고, 문장도 길지 않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 형식의 글이라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인물에 대한 설명을 하다가 그와 관계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고,

다시 인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작가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는지 다시 되돌아가 읽어야 한다.

그리고 인물, 그의 조상, 자손으로 막 왔다 갔다 하면,

이 이야기가 본인에 대한 이야기인지, 자손 이야기인지, 조상 이야기인지 다시 살피며 읽어야 한다.

 

그리고 딸에게 설명을 하는 형식으로 글을 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용을 단순화시켜 설명하는 것은 좋은데 앞도 뒤도 없이 본인의 생각을 적은 경우가 많아서,

역사를 잘 모르면 작가의 시각으로 역사나 인물, 사건에 대해 접근할 수 밖에 없어 선입견을 갖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것에 대해 너무 모르는 우리에게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가 그것이라면) 성공했다고 본다.

 

작가의 다른 책, 국보건축 기행도 읽기 시작했다.

내용이 인문학 기행보다는 조금 더 친절한 것 같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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