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 있는 책을 감별하느라(버릴 책, 팔 책, 소장할 책) 요새 좀 읽고 있다.
그러면서도 읽고 싶은 책이 나타나면 또 책을 사서 책장은 늘 만원이다.
새로 도착한 택배 상자를 보던 남편이 그런다.
책을 꽤 많이 읽던데 뭐 좀 도움이 되냐?
남편의 뉘앙스는 넌 책은 많이 읽던데 삶의 변화는 별로 없구나, 뭐 하러 책 읽냐? 이런 거다.
필요에 의한 책을 주로 읽는 남편으로서는 당연한 질문이다.
뭔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을 뭐한다고 늘 사들이고 쌓아 놓는지 이해가 안 되겠지.
그래서 생각했다.
뭐하러 책을 읽지?
책을 그리 읽어대는대도 내 삶의 변화는 정말 없을까?
남편이 원하는 삶의 변화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내가 보기에 나는 변했다.
책을 꾸준히 읽었기에 내 생각은 계속 자라왔고 지금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글쓴이는 저렇게도 생각해보라고 한다.
나만의 고민인줄 알았는데 글쓴이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나름의 해결책을 책에 담아 두었다.
그럴 때, 그런 작은 발견, 해결책을 찾아 읽는 즐거움이 바로 책 읽는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닌가.
아님 말고.
난 그렇다.
영화로 먼저 알게 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솔직히 내가 왜 이 책을 골랐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40자평, 리뷰 중 별로라는 글이 많더라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원서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이, 글이 너무 맛깔나다.
음식에 대한 묘사건 작가 감정에 대한 묘사건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해가 잘 된다.
번역의 힘인지 원작자의 힘인지 알고 싶어서 영어 실력은 별로지만 원서를 주문했다.
살 때는 소설인줄 알았는데 구분해 놓은 것을 보니 에세이다.
그것도 여행 쪽.
작가란 자기 개인사도 팔아먹어야하는 것인지 회의적인 리뷰도 있었지만
불행한 개인사를 여행을 통한 깨달음으로 연결시켜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작가다.
모든 글쓰는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글이란, 개인사 같은 사적인 것을 드러내놓지 않더라도 결국 자신의 주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남의 생각만 적어 놓으면 그건 표절이지.
나름 흥분했는지 글이 잘 정리가 안된다만
어쨌거나 왜 책을 읽느냐, 도움이 되었느냐 하는 질문은 남에게 보다는 자신에게 해야 맞을 것 같다.
나에게 책이란 어떤 위로와 같은 것이다.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을 세상에 시달린 내 불쌍한 정신에 대한 작은 보답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