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사람들이 많이 읽었거나 무슨 무슨 상을 받았다네 하면 더 읽기 싫은 성격인지라 버티다가 언니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책은 샀는데 언니의 추천이유가 도대체 생각나지 않는다.
읽다 보면 생각나겠지 싶어 읽어가는데 그래도 모르겠다.
도입부가 너무 지루하고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고 이리 저리 흐르는 것 같아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게다가 이백일이 넘도록 태평양을 떠도는 이야기라니.
난 로빈슨 크루소나 캐스트 어웨이, 또는 재난영화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참고 읽어내는 것이 힘들었다.
더 억울한 것은 다 읽었는데도 어째서 이 책을 언니가 추천했는지 기억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게 뭐야.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나 알아볼 밖에.
리뷰와 페이퍼를 읽었다.
영화가 개봉된 뒤라 영화이야기와 책 이야기가 섞여 있었다.
그걸 살피다 보니 생각이 난 거다.
파이와 호랑이는 이성과 본능에 대한 이야기다 라는 언니의 이야기가.
이성이 약해지면 언제라도 본능에 먹히고 말테니 달래고 길들이고 한편으로는 경계를 정해두어야 한다.
인생이란(또는 인간이란) 파도에 흔들리는 구명보트와 같은 것.
가끔씩은 비도 오고, 태풍도 몰려오고, 배고픔과 목마름에 죽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하게 내리는 비로 목을 축이고
간간히 잡히는 물고기로 배를 채울 수도 있다.
어느 날은 육지를 발견하리라는 희망에 부풀었다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절망하는 일이 반복된다.
육지가 아니면서 육지인 척하는 해초 섬에서 쾌락과 편안함에 젖어 있다가는 언젠가 먹혀버리고 만다.
그 모든 절망과 흔들림과 굶주림과 목마름을 다 이겨내고 단단한 육지에 다다르면,
작별인사도 없이 밀림을 찾아 가버리는 호랑이처럼 본능은 더 이상 나를 위협하지 못한다.
나는 그를 길들일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니까.
오오오. 이런 깨달음을 얻었으니 감격에 겨워 처음부터 다시 내용을 음미하며 읽었으면 좋겠지만,
똑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별로다.
이런 은유에 가득찬 이야기는 더욱 더.
난 변화구보다는 직구가 좋다.
말을 돌려대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내가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