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의무감처럼 책을 읽는다.

 신화에 별 관심이 없으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이어 켈트 신화까지......

 읽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읽어야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영화도 총 싸움보다는 칼싸움, 그것도 달타냥이나 조로 풍으로, 펄럭이는 망토를 한 손으로 돌돌 말아 올리고 폼잡는 그런 류를 좋아하는 편이라 끌렸는지도.

마법사 멀린의 이야기와 아더의 탄생, 아더가 엑스칼리버를 뽑아 왕위에 오르며 원탁의 기사를 모으는 초반부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원탁의 기사 중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기사들의 모험이 하나씩 펼쳐지고 클라이막스인 성배탐사까지 끝내고 난 뒤의 8권은 관우, 장비, 유비가 다 죽고난 삼국지를 읽고 있는 기분이다.

원탁의 기사가 모험을 떠난다, 적을 만난다(투구를 쓰면 누군지 몰라서 같은 편일 때도 있다), 싸운다, 이긴다, 또는 부상을 당하지만 죽지 않는다...... 의 무한 반복을 읽고 있으니 이젠 신물이 난다.

작가의 위대함이나 번역의 꼼꼼함, 3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이 8권인데 보이지 않는 오자, 탈자. 중간 중간 유머까지, 참 나무랄 데 없는 책이지만 내 취향이 아닌거다.

6권짜리 반지의 제왕 읽은지가 오래되서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초반 많은 적들을 물리치고 브리튼 왕국의 토대를 튼튼히 했던 아더가, 이제는 늙어 원탁의 기사들이 하나 둘 떠나거나 죽는 것을 보며 우울해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인다.

늙은 영웅의 이런 나약함을 볼 때면 씁쓸하다.

젊음이 상이 아니듯 늙음도 벌이 아니라고 '은교'의 이적요시인이 말했지만 암만 생각해도 늙음은 형벌인듯 싶다.

아니, 벌어놓은 것도 없고 기댈 자식도 없는 늙음은 형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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