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인 돌 윤성원의 보석 & 주얼리 문화사 1
윤성원 지음 / 모요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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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이라고 하면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화려해진다.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진주 등 종류도 종류지만, 독특하고 멋진 디자인으로 세팅된 보석들을 보면 때로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보석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보석을 둘러싼 이야기들도 흥미를 더한다. 보석과 관련한 이야기는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에서부터 <삼총사>에서 긴장감을 조성했던 왕비의 목걸이, 또는 블러드 다이아몬드등 여러 가지가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초상화를 보면 당장 화폭 밖으로 걸어 나올 것 같은 인물들의 생생한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그들이 걸치고 있는 화려한 의상과 보석들에도 자연스레 눈이 간다. 정략결혼이 당연시됐던 왕족과 귀족들은 정혼자와 초상화를 주기적으로 주고받았는데, 그만큼 자신의 부와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초상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만큼 당시의 초상화를 보면 화려하고 다양한 형태의 보석이 자주 등장한다.

 

 

<세계를 움직인 돌>은 보석에 관한 이야기면서 또한 보석에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보석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그보다는 보석과 관련된 인물들, 보석에 얽힌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저자는 보석 감정, 디자인, 세공을 공부한 뒤, ‘주얼리 스토리텔러로 활동하고 있는 주얼리 컨설턴트다. 그는 크리스티, 소더비 등 해외 유명 경매와 뉴욕, 홍콩 등의 주얼리페어와 보석 딜러, 디자이너 브랜드 등을 방문하고 그들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보석에 대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책은 남자들의 전유물이던 다이아몬드를 최초로 착용한 여성 - 아네스 소렐, 엘리자베스 1세와 관련된 스페인의 진주, 대혁명의 전주곡이 된 루이 15세와 그의 정부들의 보석, 스스로 왕관을 썼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왕관, 러시아 혁명과 함께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을 이끌었던 파베르제의 부활절 달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드커버로 된 책은 마치 보석 도록과 명화집을 보듯 다양하고 풍부한 그림 자료들을 보여준다. 또한 보석의 컷팅이나 보석 스케치, 보석 컬렉션의 가계도 등을 함께 싣고 있어, 보석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석으로 눈요기를 하며 보석과 관련한 인간 역사와 문화의 발달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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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되는 법 - 내 안의 창조력을 깨우는 63가지 법칙
제리 살츠 지음, 조미라 옮김 / 처음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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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솔직한 책은 처음 보았다. 예술가, 작가에 대한 조언을 하는 책을 종종 읽곤 하는데, 이 책은 더욱 와닿았다. 작가 되기도 쉽진 않지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술가가 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작업을 하면서도 늘 고민이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명쾌하면서도 속 시원한 조언을 들려준다. 특히 그 조언이 피상적으로 바라본 시각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더욱 현실적으로 가깝게 느껴진다.

 

저자인 제리 살츠는 자기 자신에 대해 예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퓰리처상 후보에만도 세 차례나 올랐으며 결국 67세의 나이에 예술 비평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술평론가다. 젊은 시절, 재능이 부족함을 깨닫고 장거리 트럭 운전수로 일했던 그는 마흔이 될 때까지 글을 써본 적이 없었고, 정규 과정의 학위도 없었으며, 창조적인 일은 겁이 나서 피해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뉴욕 매거진의 수석 미술평론가이며 1995년 휘트니 비엔날레의 단독자문역을 맡는 등 뉴욕에서도 예술계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유명인사다.

 

그런 만큼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예술가를 지망하는 많은 이들에게 실제 경험에서 우러난 현실적인 조언으로 들린다. 책은 당신은 완전 아마추어다부터 시작해서 예술 활동을 시작하고, 예술가처럼 생각하고, 예술계로 들어가서 살아남는 것에 대해 세세하고 다양한 조언을 들려준다. 책을 읽고 나니 그가 하는 말들은 너무 정확해서 나를 두렵게 만든다라는 사진가 신디 셔먼의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겠다. 실제 작업 중에, 작품 활동 중에 했던 많은 고민들에 대해 제리 살츠는 직접적이고 명쾌하게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를 하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사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은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아름답고 우아하지만은 않다. 때로는 의욕이 충만해서, 열정에 심취해서, 왕성하게 작업을 할 때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은 자기 회의와 자괴감, 자기 불신,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도 저도 못하고 고민에만 빠져 지내곤 한다. 경험자의 조언을 구하고 싶어도 편견과 가감 없는 속 시원한 조언자를 만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는 제리 살츠의 말들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가슴에 새겨지는 귀한 조언으로 들린다.

 

책은 6개의 step 속에 총 63가지의 조언을 담고 있다. 책 사이사이에는 관련되거나 참고할만한 예술가의 작품들이 함께 실려 있다. 그는 일관성을 갖지 말라던가, ‘망상에 빠지라는 등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잘 해주지 않는 조언도 서슴없이 말하는데, 그 말들이 모두 깊이 와닿는다. 책을 읽다 보면 이미 다 보고 있는 듯한 제리 살츠의 말에 찔리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 역시 그런 상황이나 감정을 이미 오래전에 겪어봤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려는 작가에게 그는 너만 그런 것 아니야, 다들 그래하는 식의 얘기를 해줌으로써 다시 또 작업을 할 의지를 갖게 해준다. 이 책은 작가라면, 예술가가 되기를 원하는 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혹은 꼭 예술가를 지향하지 않더라도 오늘과 다른 내일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영감을 받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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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최애 굿즈 - 포토샵 처음 켜본 똥손도 할 수 있다!
전하린.손채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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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포토샵에 계속 관심을 갖게 된다. 기본적인 기능과 활용법은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사진 보정 프로그램은 쓰고 있지만, 포토샵은 기능이 다양해서 전부터 배워보고 싶었다. 알면서 안 쓰는 건 내 선택이지만 전혀 모르고 있으면 정작 필요한 기능이 있어도 쓸 수 없으니까. 그래서 요즘은 포토샵에 대한 책이 보이면 일단 관심을 갖게 된다.

    

이 책도 그렇게 해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그런데 포토샵이라는 말에 혹해서인지 어쩐 일로 <내가 만든 최애굿즈>라는 제목은 건성으로 읽고, ‘포토샵 처음 켜본 똥손도 할 수 있다는 부제에 더 혹해서 책을 선택했다. 막상 배달되어 온 책을 펴보니 첫 페이지부터 뜻밖에도 아이돌 사진이 등장하고, 움짤과 스티커, 떡메가 등장한다. 모두 요즘 아이들의 그야말로 최애템이다. ‘뭐지? 책이 잘못 왔나?’ 싶어 다시 살펴보니 글자 그대로 포토샵을 이용해 내가 원하는 굿즈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었다.

 

처음에는 잠시 황당(?)해하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시 살펴보니 은근히 재미있다. 아이돌 사진으로 예시를 들어서 그렇지 포토샵의 기능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도록 알려주는 책이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사진으로 직접 굿즈를 만들어보면서 더 신나고 재미있게 포토샵을 배울 것 같다. 원래 내가 관심 있고, 만들고 싶은 게 있으면 훨씬 더 빨리 배우게 마련이라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굿즈를 직접 만들면서 배우면 어려운 포토샵도 금방 익히겠다 싶었다.

 

책은 20개로 나뉜 class를 통해 포토카드, 부채,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포스터, 핸드폰 케이스 등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class는 포토샵 화면을 예시로 보여주면서 꼭 필요한 기능 위주로 복잡하지 않게 설명을 해준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메’(떡메모지), ‘인스’(인쇄소 스티커), 움짤 등을 만드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포토샵의 복잡한 기능들을 처음부터 일일이 배우는 대신에 내가 만들고 싶은 굿즈, 거기에 필요한 기능 위주로 구성이 되어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는데 포토샵을 활용해 굿즈를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서 선물도 하고, 같이 이 책을 보면서 이것저것 만들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포토샵도 배울 겸 쉬운 것부터 하나씩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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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무섭지 않은 내향인의 기술 - 내성적인 성격을 삶의 무기로 성공하는 방법
안현진 지음 / 소울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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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자라는 동안에는 몰랐던 내 모습이 어른이 된 지금에야 새삼 이해되곤 한다.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선생님 한 둘쯤 있는 친구들에 비해 나는 전혀 관심도 없이 심드렁하고, 친구들과 사이가 딱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여럿이 왁자하게 몰려다닌 적은 별로 없는 학창시절, 1~2주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였으면 하루 이틀 정도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쉬어줘야 했던 대학 시절 등등.

 

그러면서도 어른이 된 지금은 밝고, 사교적이고, 사안에 따라 적극적인 면도 있고, 모임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어색하지 않게 인사를 나누곤 해서 어린 시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내성적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외향적인 나 자신을 보며 나는 양쪽 성향을 다 가지고 있구나했다.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은 했지만 내 성격이나 모습을 자세히, 하나하나 살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은 내성적 혹은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도록 일깨워주는 책이다. 책에는 그 자신이 내향인인 저자의 표현처럼 우리 같은 내향인들의 특성이나 실제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에너지가 밖으로 향하는 외향인과 달리 내향인은 에너지가 내면으로 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사색적이고, 신중하며, 겉으로 보기에는 느리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 뿐 내향인들의 내면세계는 무척이나 분주히 움직인다.

그들은 일단 행동부터 하고, ‘지르고 보는외향인들과 달리 한 번을 움직이더라도 온갖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하고, 스스로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 자기 자신에게 절대 만족하지 못하며, 배려심이 지나쳐 때로는 저자세로 보이기도 한다. 에너지를 분출하는 만큼 끊임없이 자극이 필요한 외향인에 비해 내향인은 시끄럽고 사람 많은 곳보다는 조용하고 편안한 자기만의 공간을 선호한다.

 

저자는 내향인이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내향인과 외향인의 차이, 내향인의 장점과 단점, 대인관계나 조직생활에서 내향성을 활용하고 극복하는 기술, 단단한 내가 되기 위한 방법 등을 이야기한다. 그는 메신저나 미디어의 발달에서 비롯된 외향성의 압력,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나 인싸같은 용어가 은연중에 조장해 온 외향성에의 강요를 지적하면서, 내향인들에게는 오히려 아니오, 나는 외향적일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수줍음이 많다거나, 낯가림이 심하거나, 리더십이 없다거나 하는 것은 내향인에 대한 오해이며, 내향인이 가진 특성 때문에 눈썰미가 좋고, 본질에 집중하며, 겸손하고, 사려 깊다는 장점을 이야기한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외향성과 내향성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으며, 저마다 특성에 따라 외향성(혹은 내향성)이 더 많거나 혹은 양쪽 성향을 모두 지닌 양향성의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여러 데이터에 근거해서, 이런 차이가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강조한다.

 

책을 읽다 보면 내향인의 특성이나 성향들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나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 뒤늦게 이해되곤 한다.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의 성향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막고, 서로에 대한 입장이나 성격 차이를 이해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저자는 내향인이 가진 장점과 활용 기술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내향인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킨다.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는 말처럼 사람은 저마다 제각각 다르다. 타고난 성향이 제각각 다른 것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성향의 장단점을 알고, 좋은 점을 활용하면서 더 단단한 내가 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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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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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걸리버 여행기라고 하면 여전히 온몸은 물론 머리카락까지 올올이 밧줄에 묶여 누워있는 걸리버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거인걸리버의 몸에 사다리를 걸쳐놓고 올라와 있는 소인국 사람들의 모습도.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보았던 이런 모습들은 당시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소인들의 나라, 거인들의 나라라니! 걸리버 여행기에 그려진 소인국과 거인국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걸리버가 여행한 나라는 그 뒤에도 더 있었지만, 소인국과 거인국의 인상이 너무나 강렬해서 야후나 다른 나라들의 여행기는 사실 기억에 크게 남지 않았었다.

 

그런 걸리버 여행기를 최근에 다시 읽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걸리버 여행기>걸리버 여행기가 이런 내용이었나?’ 싶을 정도로 전혀 새로운 책이었다. 어린아이의 눈에는 그저 소인국과 거인국이라는 상상 속의 나라가 신기했을 뿐이지만, 다시 읽은 걸리버 여행기는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와 아이러니, 페이소스(phatos)가 가득했다. 어렸을 때 읽은 걸리버 여행기의 후반부가 앞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미없고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인간 세상의 허세와 아집 등 온갖 단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라퓨타나, 더 나아가 인간의 탐욕스럽고 더러운 본능까지 다 드러낸 야후의 세계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으니까.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니 어찌 보면 소인국 릴리펏(Lilliput)과 거인국 브롭딩낵(Brobdingnag)3, 4부에 나오는 라퓨타(Laputa)와 여러 나라들, 결정적으로는 말의 나라인 후이늠(Houyhnhnm)국을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소인국에서 거인국을 거쳐 다른 나라들을 여행하는 순서 또한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작가의 치밀하고도 당연한 여행 순서라는 것을 알았다. 거인이 된 자신의 힘과 능력에 으쓱했던 걸리버는 거인국에서는 반대로 소인이 되어 자신의 무력함과 보잘 것 없는 자기 존재를 깨닫게 된다.

 

뒤이어 방문한 떠다니는 섬 라퓨타에서 걸리버는 오이에서 햇빛을 추출하려는 연구자, 얼음을 태워 재로 만든 뒤 화약을 생산하려는 계획자, 대화에 필요한 사물을 모조리 지참하고 다니는 현인들을 만난다. 그중 압권은 제자들에게 미리 조작된 나무 조각 틀을 돌리게 한 뒤, 거기에서 나온 단어들을 조합하여 책을 내는 교수였다. 그런 방법으로 어떤 책이라도 쓸 수 있다고 하는 교수는 대중 기금을 모아 더 많은 나무틀을 만드는 데 관심을 둔다. 엉뚱하다 못해 기괴한 이들의 모습은 당시에 저자가 느꼈던 학자, 교수, 정치인의 일면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걸리버가 여행 중에 겪는 사건들이나 정치인이나 변호사에 대한 풍자 등은 작가인 조나단 스위프트의 개인적인 경험도 일부 연관이 있다. 스위프트는 당시에는 병명이 알려지지 않았던 메니에르병을 앓았는데, 때문에 정신병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받았다고 한다.

스위프트는 책에서 걸리버의 여행기에만 집중할 뿐, 영국에 남아있는 걸리버의 아내에 대한 묘사는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이와 함께 후이늠국에서 자신을 보고 본능적으로 달려드는 여자 야후에 대해 공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걸리버의 모습에서 어쩌면 작가인 조나단 스위프트가 무성애자이거나 성적 장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조지 오웰 역시 그 점을 지적했다 하니 역시 괜한 짐작은 아니었던가 보다.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는 소인국과 거인국을 거치면서 걸리버라는 한 인간의 나약함을 차츰 깨닫게 한 뒤, 허세와 거짓, 궤변으로 가득한 라퓨타에서 인간 세상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문한 말의 나라 후이늠국에서 인간은 결국 야후라는 더럽고 탐욕스러운 짐승으로 전락하고 만다. 걸리버는 자신은 야후가 아니라고 끝까지 부정해보지만, 결국에는 자기 역시 어쩔 수 없는 야후였음을 깨닫고 만다. 그는 거짓과 위선 같은 부정적인 단어는 아예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나라 후이늠국에서 평생 머물고 싶어하지만, 야후인 그는 결국 추방 아닌 추방을 당하고 만다. 인간에 대한 실망과 혐오로 가득해져 집으로 돌아온 그가 가족마저도 외면한 채, 말인 후이늠을 끌어안고 우는 모습은 인간 자신에 대한 페이소스를 그대로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한 가지 눈에 띈 것은 라퓨타의 지도에 ‘Sea of Corea’라는 선명한 이름이었다. 천공의 섬 라퓨타를 만든 일본도 분명 이 지도를 보았을 텐데 왜 독도에 대해 그런 억지를 부리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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