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사전 Part 1 지옥사전 1
자크 콜랭 드 플랑시 지음, 장비안 옮김 / 닷텍스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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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평소에 잘 인식하지는 못해도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상징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상징이라고 하면 광범위하고 간혹 어렵게 느껴질지 몰라도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라는 말처럼 A라는 대상이 B라는 개념을 상징하는 일은 우리를 둘러싼 생활, 문화, 종교, 역사에 가득하다.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 ()자는 불교의 상징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오컬트(Occult)는 각종 상징으로 가득 찬 분야다. 오컬트는 신비주의, 인간의 이성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초자연적 현상, 악마나 악령 등을 주요 소재로 한다. 사람마다 호불호의 차이는 있지만 <데미안>, <오멘>이나 <엑소시스트>부터 <곡성>, <사바하> 같은 오컬트 영화는 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공포영화의 오싹함을 많이 좋아하진 않아도 영화 안에 숨겨진 기호나 상징을 살펴보는 일은 늘 흥미롭다.

 

상징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문학, 영화, 사진, 예술 등 장르를 막론하고 그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작품 속 상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해당 작품을 겉핥기식으로 보거나 잘못 해석하는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 오컬트 상징을 다룬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지옥사전>은 영(), 악마, 마법사, 점술, 신비, 초자연적 현상 등 다양한 오컬트 요소들에 대해 설명해놓은 사전 형식의 책이다. 사전의 형식을 띠고 있어 책은 ABC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권 중 첫 번째인 Part1에서는 A~E까지의 키워드를 다루고 있다. 한국어로 찾아보려면 책 말미에 있는 가나다순 색인을 참고하면 된다. 특히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들은 용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책에 대한 흥미를 더욱 북돋운다.

 

플랑시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아 찾아보니 <리진>에 등장했던 초대 주한 프랑스 공사인 빅트로 플랑시가 있었고, 그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자크 플랑시의 아들이었다. 자크 플랑시는 1818년에 지옥에 사는 악마들을 다룬 <지옥사전>을 펴내었으며, 이 책은 무려 6번이나 재판본이 나왔다고 한다.



책에는 나무(Arbres/ Trees), 무지개(Arc-En-Ciel/ Rainbow)처럼 우리 주변의 대상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기도 하고, 바벨(Babel), 바실리스크(Basilic/Basilisk), 벨페고르(Belphégor)처럼 책, 영화 등에 등장했던 요소들도 보인다. 황새(Cigogne/Stork), 양배추(Choux/Cabbage), 수탉(Coq/Rooster) 같은 상징들도 보인다. 연관 항목이 E항목 이후인 경우에는 아직 2, 3권을 볼 수 없어 아쉽기도 하지만, 순차적으로 발간된다 하니 나머지 책들이 더욱 기다려진다.

 

신비주의, 악마, 초월적 존재가 등장하는 신화나 옛 이야기, 영화나 소설, 예술작품 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상징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면 오컬트 사전 형식을 띤 이 책이 나름의 설명을 해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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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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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씨앗들 - 우리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식물들
카티아 아스타피에프 지음, 권지현 옮김 / 돌배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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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읽은 동화 중에 인상적인 장면 하나. 여동생 엘리제가 목숨이 경각에 달린 마지막 순간까지도 쐐기풀로 스웨터를 짜서 백조로 변한 오빠들에게 던져주던 장면이다. 나쁜 마녀의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한 오빠들은 엘리제의 쐐기풀 스웨터 덕분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쐐기풀 실이 모자라 한쪽 팔이 미완성되는 바람에 막내 오빠의 팔 한쪽은 여전히 백조 날개로 남아있기는 했지만

<백조 왕자>는 당시에 참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본 적 없는 쐐기풀에 대한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이번에 <나쁜 씨앗들>을 읽고 보니 쐐기풀뿐 아니라 흔히 보는 우엉이며 자작나무까지도 새롭게 보인다.



<나쁜 씨앗들>은 숲속 식물들의 생존방식에 관한 책이다. 동물과 인간이 그러하듯 식물 역시 각자 처한 환경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개체를 번식하기 위한 나름의 자구책을 갖고 있다. 저자는 나쁜 씨앗들이라는 역설적인 제목을 붙였지만, ‘나쁘다는 것은 사실 인간의 기준일 뿐이고, 식물의 입장에서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한 방편인 셈이다.

 

책에는 우리에게 눈물짓게(?) 하는 양파와 혀를 얼얼하게 하는 고추를 시작으로 갖가지 치명적인 식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는 닿기만 해도 쓰라림과 화상을 입게 하는 식물들도 있고, 흉측한 물집이 잡히도록 하거나 호흡 곤란을 일으키고 시력까지 잃게 하는 식물도 있다. 치명적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 재채기나 가려움증 같은 알러지를 유발하는 정도는 차라리 애교로 느껴질 정도다. 꽃이 예뻐 무심코 만져 본 나뭇잎과 풀 줄기, 코코넛, 망고 열매가 지천인 해변에서 호기심에 맛본 나무 열매가 금세 공격자로 돌변해 생명을 위협할 줄을 누가 알았을까?



나쁜 씨앗들중에는 이름이 너무 어렵거나 생소한 식물들도 있지만, 삼나무, 주목, 자작나무처럼 우리가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식물들도 꽤 있다. 자작나무는 겨울이면 하얀 수피가 더욱 돋보여 아름답고 낭만적인 나무로만 여겼는데, 알러지를 유발하기도 한다니 새삼 놀랍다. 양파, 고추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만, 반찬이며 차로 만들어서 즐기는 우엉조차도 성가시게 달라붙는 특성 때문에 악녀의 빗이라는 별명을 가진 악동이었다니!

 

우엉은 나름의 방어와 번식 수단으로 달라붙는 성질을 가졌지만, 인간은 우엉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벨크로를 발명해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일상에서 유용하게 쓰는 벨크로가 여기저기 잘 달라붙는 우엉의 특성을 이용해 만들어진 발명품이라니....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발명품이 어디 벨크로 뿐일까?

 

나쁜 씨앗으로 여겨지는 식물의 특성도 인간이 아닌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현명한 진화의 결과다. 이동이 제한된 수동적인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자손을 퍼뜨리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상대를 모를 때는 공포지만, 이런 식물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나면, 조심하고 절제하며 효율적인 방법을 찾게 된다. 상대의 특성을 알고, 공존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 <나쁜 씨앗들>에 대한 관심은 아마도 그런 방법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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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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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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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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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우연한 기회로 동물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학창시절이나 아이들이 어릴 때를 제외하곤 동물원을 갈 일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동물원은 참 오랜만이었다. 겨울이라 사람도 없고 한적한 동물원을 둘러보던 중, 코끼리들의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덩치 큰 코끼리와 몸집 작은 코끼리가 서로 실랑이를 하고 있는 장면. 큰 코끼리가 자꾸 작은 코끼리를 한쪽으로 몰아대고, 작은 코끼리는 기가 죽는 듯 자꾸 눈치를 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가 하면 갑자기 짧은 다리로 큰 코끼리한테 나름 대들어도 보는 신기한 광경이었다

처음에는 둘이 힘자랑 내지는 주도권 다툼을 하는 건가 했는데, 나중에 주위의 설명을 들어보니 모자관계라고 했다. 아들 코끼리가 자꾸 가면 안 되는 곳으로 가니 엄마 코끼리가 말리는 것이라고. 우리 안에 갇혀 사는 코끼리이긴 하지만, 모자간의 관계, 엄마의 잔소리 혹은 자식 훈육시키는 모습은 우리네 사람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코끼리도 장례식에 간다>는 동물 사회의 이런저런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30년 이상 야생 현장에서 코끼리와 함께 지내며 동물을 연구한 동물학자로, 책은 동물들 가까이에서 그들의 사회를 지켜본 학자의 눈을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동물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우리는 희노애락의 감정을 인간 고유의 것이라고 착각할 때가 종종 있는데, 저자는 절대 그렇지 않음을 여러 동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의 주요 연구대상인 코끼리뿐 아니라 침팬지, 오랑우탄, 늑대, , 얼룩말, 사자, 고래, 물고기, 곤충 등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동물의 의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사 의례, 집단 의례, 구애 의례, 놀이 의례, 애도 의례, 여행 의례 등 명칭만 놓고 보면 인간 사회에서 한 어린아이가 하나의 어른으로 성장해가면서 겪는 의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동물들 역시 자신들의 집단과 사회 속에서 인간들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다시 또 다음 세대로 이어나감을 알 수 있다. 아니다. 인간 또한 동물이기에 동물들 역시가 아니라 인간도 역시라고 해야 맞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 보면, 한 편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든다. 흩어졌던 코끼리 가족은 고생 끝에 무리를 찾아 돌아온 코끼리를 겹겹이 에워싸고 기쁨의 소리를 지르며 축하하고, 싸우는 건가 싶던 검은 코뿔소는 뿔을 맞대며 인사를 나눈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코끼리 거북은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매우 부지런하게 느린 속도로야생 토마토를 선물하고, 선물을 받은 회색앵무는 자신에게 선물을 주었던 새에게 금속 링 선물로 보답을 한다.

 

무엇보다 동료, 가족을 잃은 동물들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 그 자리를 지키거나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우울해 하는 모습, 새끼 기린이 한 달밖에 살지 못하고 숨지자 어미기린뿐 아니라 수많은 어른 기린들이 며칠씩 함께 자리를 지키던 모습 등 동물들의 애도 의례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일 년 전에 세상을 떤 친구 그레그의 울음소리를 듣고 한동안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가 두리번거리며 친구 그레그를 찾아다니던 코끼리들의 모습은 마음이 아팠다. 저자가 이전에 코끼리들이 으르렁거릴 때 녹음해두었던 소리를 틀어주자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350여 페이지가 넘는 책은 결코 얇지는 않지만, 동물들의 울고 웃는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쉽게 읽힌다. 저자의 남편인 팀 로드웰의 실감나는 사진도 책의 재미를 한껏 살려준다. 책 표지의 색감과 디자인도 예뻐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평소에 동물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던 사람이라면 더욱 즐겁게 읽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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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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