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떠난 자리 바람꽃 피우다 작가와비평 시선
조성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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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다시 시를 찾아 읽게 된다. 같은 작품일지라도 지금 다시 읽으면, 감수성 넘치던 10대나 고민 많던 20대에 읽던 시와 다르게 느껴진다. 그런 차이는 아마도 그간 살아온 경험치가 시에 중첩되어 읽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은 예전에 읽던 시나 귀에 익숙한 시인들의 작품들을 읽었다. 요즘은 익숙하지만 해묵은 감성에서 벗어나, 아직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작품들을 읽는 중이다.

 

<빛이 떠난 자리 바람꽃 피우다>도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시집이다. 이 시집에 관심이 간 것은, 새로운 시집이라는 것 외에 시인이자 건축가라는 작가의 이력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시인과 건축가라는 다소 이질적인(?) 조합이 작품에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했었다. 작가의 이력은 작품의 감성이나 시선에 알게 모르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책은 1. 바람이 머문 자리/ 2. 빛과 그림자 길을 따라/ 3. 꽃향기 풀어/ 4. 북한산을 오르고 한강을, 바다가 걷다/ 5. 사랑을 타다 그리고 지하철 등 5부로 나뉘어 있다. 시인은 주변의 일상이나 풍경, 가족들을 매개로 하여 꽤 많은 분량의 시를 실어놓았다. 분량만 보면, 여느 시집과는 달리 꽤 많은 시편(詩篇)이 실린 만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을 것 같다.

 

시에 대한 느낌은 저마다 개인차가 있으므로 작품에 대해 뭐라 얘기하기는 어렵겠다. 내 경우엔 “집은/ 이 터에/ 단지 건축/ 사람의 맘을 새기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던 <건축가>나 <아내의 발> 혹은 시인의 자전적 내용인 <젊은이에게 드리는 짧은 고백> 등이 기억에 남는다. 

길을 가다 보면

모든 게 별것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어느 순간 듭니다.

(중략)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기 가슴하고 마주앉아 말해보세요.

 

진심으로 확아악 털어놓고 편하게

나의 심장에 조근조근 속삭여보세요.

 

-<젊은이에게 드리는 짧은 고백> 일부-

(* ‘확아악’은 책의 오타인 듯)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솔직히 잘 읽히지 않았다고 해야겠다.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많은 시들이 같은 작품 안에서 ‘~습니다’와 ‘~하네’, ‘~해요’하는 말투가 뒤섞여 있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다. 말투를 꼭 통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를 읽어내려 오다가 흐름이 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편집상의 실수이겠지만 <햇빛이 배탈 났네>의 경우, p.82와 p.163에 중복 게재된 것도 옥의 티다.

 

작품을 읽는 느낌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어찌되었건 수많은 시편을 쓰고 엮었을 시인의 수고로움은 책의 곳곳에서 느껴진다.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하다. 조금 시간을 둔 뒤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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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고향 - 조선시대 학자들의 리더십과 역사 기행
KBS 학자의 고향 제작팀 엮음 / 서교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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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향”이란 대개 한 사람이 태어난 바탕인 동시에 그의 성장 배경이 된다. 한 사람의 정신적 내면을 구성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고향의 자연환경과 생활, 문화 환경은 그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이다. 특히 학자나 문인의 경우, 그의 성장환경이 문학적 감수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고향”이란 배경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학자의 고향>은 KBS 1TV에서 방영되었던 같은 이름으로 방영되었던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총 45회에 걸쳐 방영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조선시대의 저명한 학자 26명이 다뤄졌는데, 이 책에서는 그 중 16명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요즘 드라마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삼봉 정도전’을 시작으로 ‘매월당 김시습’, ‘고산 윤선도’,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추사 김정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오리 이원익’이나 ‘반계 류형원’ 등 이제껏 다른 책에서는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인물들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반갑다. 또한 역사에서 양극단의 평가를 오갔던 삼봉 정도전, 보한재 신숙주, 송강 정철, 우암 송시열 등에 대해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살펴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또 하나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제 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배지(流配地)에 대한 내용이다. 각자의 시대적 상황은 조금씩 달라도, 그들 대부분은 자의건 타의건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던 인물들이다. 그런 만큼 정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유배생활을 거치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유배란 개인의 역사로 보면 불행하고 궁핍한 시기이다. 하지만 추사나 다산, 송강의 경우를 통해 보듯 유배는 개인적, 사상적, 문학적으로 거듭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내면적으로 더욱 다듬어지고, 애민(愛民)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지고, 문학적 감수성이 더욱 발휘되었던 것도 모두 유배를 통해서였다. 그런 만큼 유배지는 태생적 고향과 함께 또 하나의 고향이라고 할 만하다.

 

역사적 인물의 내면과 배경을 이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그의 성장배경이 되는 ‘고향’ 또한 그 방법 중의 하나이다. 정신적 성장배경이 되는 ‘유배지’도 마찬가지다. 막상 책을 읽어보면, <학자의 고향>이라는 제목의 무게는 생각보다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향’이라는 측면보다는 그 인물의 일대기를 한 번 훑어보는 느낌에 가깝다. 하지만 그의 나고 자란 배경과 역사와 문학사상의 위치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전체적으로 잘 읽힌다. 수록된 인물들의 일대기를 쉽고, 부담스럽지 않게 이해하고 싶다면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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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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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 ‘길귀신’이라는 말에 눈이 먼저 갔다. 순간 ‘누구의 책일까?’하고 궁금했다가 ‘곽재구’라는 이름을 보고는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듯, 그 또한 ‘길귀신’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 <사평역에서>나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통해 만난 그는 길을 걷고, 길 위를 떠돌며,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였다.

<길귀신의 노래>는 저자가 국내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잔잔한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사평역에서>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시인인 저자는 여행의 느낌과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정감어린 시선으로 들려준다. 그는 인도와 모스크바, 순천만과 여수 바다, 그 속의 파람바구[弄珠]마을과 와온 마을 등을 돌며 길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책 속에서 만나는 이들은 화려하지 않다. 시인이 만나는 이들 대부분은 농사일에, 갯바람에 평생을 보낸 늙은 농부이거나, 촌부(村婦)이거나 혹은 우리가 흔히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붕어빵 아줌마와 국화빵 아줌마들이다. 그만큼 그의 글에서는 사람 냄새가 나거니와 바로 그런 점이 그의 매력이기도 하다.

 

고개를 돌리려는데 문득 내 팔걸이 쪽으로 넘어온 손이 보였다. 떡갈나무 껍질만큼 조각조각 갈라져 있던 그 손! 배 년 묵은 매화나무 등피처럼 심하게 갈라졌던 그 손!

그 순간 번뇌의 끝이 보였다. 노인은 농부였다. 생애를 농사에 바쳤고 이 여행은 그들 부부가 최초로 맞이하는 해외여행인지도 몰랐다.

 

읊조리듯 써내려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렸을 적 그의 모습을 보는 것도 같고 혹은 긴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추억담을 듣는 것도 같다. 여행서를 읽으면 대개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풍경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온다. 따뜻하고 때로는 눈물겹고, 정감넘치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립다면 길 위의 풍경 속에서 그의 글을 만나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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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드로잉 노트 : 여행 그리기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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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게 없는 솜씨를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글을 잘 못 쓰는 사람은 글 잘 쓰는 사람이 부럽고, 그림에 소질이 없는 사람은 쓱쓱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부럽게 마련이다. 옆에서 보는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쉽게 하지?’하며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쓱쓱 쓰고,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어렵지 않게 쓱쓱’이라는 말에는 당사자의 부단한 노력과 시간이 함축되어 있다.) 글이거나 그림이거나 혹은 음악이거나 운동이거나, 분야만 다를 뿐 서로 부러움과 감탄이 오가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이유로 내가 부러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그림’이다.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고, 사진 찍지만 가끔씩은 가볍게 드로잉을 해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못 그리는 것도 아닌 평범한 수준이다. 그림에 딱히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술 시간 이후로는 따로 배워본 적이 없으니 그려봤자 어설프고 유치한 수준일 뿐이다. 글이나 사진도 그렇지만, 그림 또한 계속 그려보고, 연습해야 늘 터인데, 처음 시작이 쉽지 않으니 매번 생각에 그치고 만다.

<이지 드로잉 노트>는 그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스케치 쉽게 하기> 시리즈로 유명한 김충원 작가로, 이 책은 “여행그리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느닷없이 스케치북을 들고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그림이 그려지겠는가. 여행 스케치는 평소에 스케치를 하는 사람이 여행지에서 그리는 그림이다. 즉, 스케치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야 가능한 드로잉 방식이다. 따라서 막연하게 여행 스케치를 하는 모습이 부러워서 스케치 공부를 시작한다면 일단 낙서 같은 연습부터 시작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스케치를 위해서는 손의 힘도 필요하고, 손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선 그리기와 스트로크, 톤(tone)과 페더링(feathering) 등 단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선 그리기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하나씩 따라 그리며 ‘그리기’에 익숙해지도록 안내를 해준다.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항상 그렇지만, 원하는 대로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본인이 직접 해봐야 할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림을 잘 그리게 되는 것은 본인의 연습 여하에 달려있을 것이다. 다만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처럼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안내서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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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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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잘 있지 말아요>라는 이중적(?)인 제목 때문이었다. 헤어진 그 사람이 잘 있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 없이)잘 있지 말았으면’하는 그런 이중적인 마음… 사랑을 하다 이별한 사람이라면 이 역설적인 말이 주는 묘한 울림을 한 번쯤 느꼈을 것 같다.

 

너로 인해 내 인생이 후퇴할 위험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내게는 사랑이다.

너로 인해 한없이 뒤처지더라도,

너로 인해 내 인생의 중심이 송두리째 흔들리더라도,

너와 함께 하고 싶은 것. 그것이 내게는 사랑이다.

 

책을 읽으려다가 책날개에 쓰여 있는 저자의 이 말에 먼저 눈이 갔다. 어느 정도 수긍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내게는 사랑이 어떤 것일까’ 잠시 떠올려 보게도 된다. 사람마다 사랑에 관한 정의는 제각각이고 다양하다. ‘사랑과 이별’은 오랜 세월, 예술이나 문학작품 혹은 영화나 연극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어져 온 주제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사랑, 연애, 이별, 인연’이라는 분류 하에 우리가 책이나 영화, 뮤지컬 등으로 만났던 많은 작품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명작들이지만 아직 접해보지 못한 작품들도 몇몇 눈에 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뒤마 피스의 <라 트라비아타>, 빅톨 위고의 <레 미제라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등은 소설과 영화 혹은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게 접했던 반면, 이언 매큐언의 <속죄>, 매튜 퀵의 <실버라이닝 플레잉북>, 앨리스 먼로의 <곰이 산을 넘어오다> 등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다.

 

소개된 작품들은 얼핏 보면 장르나 작가의 일관성이 없이 잡다하게 소개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저자의 다양한 시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사랑이나 이별이란 것이 명쾌하게 똑 떨어지는 답을 줄 리야 없겠지마는, 저자의 이런 시도는 마치 하나의 컵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것처럼, ‘사랑’이라는 주제를 여러 작품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보게 해준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책을 보면서 조금 불편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지나친 들여쓰기로 인해, 눈이 피로했던 점이다. 문단 첫 글자와 인용문을 들여쓰기 하는 것은 맞지만, 통상적인 책들과 달리 필요 이상으로 들여쓰기가 되어 있어 보는 동안 눈이 피로했다.

또 하나는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삽화였다. 야성적인 매력의 히드클리프나 남성적인 다아시의 이야기를 읽다가 만나는 동화 같은 삽화는 이야기의 흐름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색.계>의 같은 장면에서 우아한 오드리 헵번과 농염한 탕웨이를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어린이의 잘 그린 크레파스화 같은 그림은 아무래도 낯설다.

 

사랑과 이별은 수없이 반복된 주제이지만 접하는 이에게는 언제나 새롭다. 그것은 아마도 작품을 접할 때마다 저마다의 경험과 기대에 견주어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반복되어도 한 번도 같은 사랑이 없는 것은 우리들 각자에게 ‘내 사랑은 특별’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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