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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이 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잘 있지 말아요>라는 이중적(?)인 제목 때문이었다. 헤어진 그 사람이 잘 있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 없이)잘 있지 말았으면’하는 그런 이중적인 마음… 사랑을 하다 이별한 사람이라면 이 역설적인 말이 주는 묘한 울림을 한 번쯤 느꼈을 것 같다.
너로 인해 내 인생이 후퇴할 위험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내게는 사랑이다.
너로 인해 한없이 뒤처지더라도,
너로 인해 내 인생의 중심이 송두리째 흔들리더라도,
너와 함께 하고 싶은 것. 그것이 내게는 사랑이다.
책을 읽으려다가 책날개에 쓰여 있는 저자의 이 말에 먼저 눈이 갔다. 어느 정도 수긍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내게는 사랑이 어떤 것일까’ 잠시 떠올려 보게도 된다. 사람마다 사랑에 관한 정의는 제각각이고 다양하다. ‘사랑과 이별’은 오랜 세월, 예술이나 문학작품 혹은 영화나 연극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어져 온 주제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사랑, 연애, 이별, 인연’이라는 분류 하에 우리가 책이나 영화, 뮤지컬 등으로 만났던 많은 작품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명작들이지만 아직 접해보지 못한 작품들도 몇몇 눈에 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뒤마 피스의 <라 트라비아타>, 빅톨 위고의 <레 미제라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등은 소설과 영화 혹은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게 접했던 반면, 이언 매큐언의 <속죄>, 매튜 퀵의 <실버라이닝 플레잉북>, 앨리스 먼로의 <곰이 산을 넘어오다> 등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다.
소개된 작품들은 얼핏 보면 장르나 작가의 일관성이 없이 잡다하게 소개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저자의 다양한 시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사랑이나 이별이란 것이 명쾌하게 똑 떨어지는 답을 줄 리야 없겠지마는, 저자의 이런 시도는 마치 하나의 컵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것처럼, ‘사랑’이라는 주제를 여러 작품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보게 해준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책을 보면서 조금 불편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지나친 들여쓰기로 인해, 눈이 피로했던 점이다. 문단 첫 글자와 인용문을 들여쓰기 하는 것은 맞지만, 통상적인 책들과 달리 필요 이상으로 들여쓰기가 되어 있어 보는 동안 눈이 피로했다.
또 하나는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삽화였다. 야성적인 매력의 히드클리프나 남성적인 다아시의 이야기를 읽다가 만나는 동화 같은 삽화는 이야기의 흐름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색.계>의 같은 장면에서 우아한 오드리 헵번과 농염한 탕웨이를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어린이의 잘 그린 크레파스화 같은 그림은 아무래도 낯설다.
사랑과 이별은 수없이 반복된 주제이지만 접하는 이에게는 언제나 새롭다. 그것은 아마도 작품을 접할 때마다 저마다의 경험과 기대에 견주어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반복되어도 한 번도 같은 사랑이 없는 것은 우리들 각자에게 ‘내 사랑은 특별’하기 때문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