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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 - 당신의 꽃은 무엇인가요? ㅣ 조경기사의 식물 인문학 1
홍희창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7월
평점 :
옛 문인 중에는 꽃에 대한 관심을 글로 남긴 이들이 꽤 있다. 조선의 문인 강희안(姜希顏, 1417~1464)은 꽃과 나무의 재배와 이용에 대해 <양화소록>이라는 책을 남길 만큼 관심이 깊었고, 김창업(金昌業)이나 서거정(徐居正, 1420~1488) 역시 꽃에 관한 글을 많이 남겼다. 이규보 역시 꽃에 관한 이야기로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문인 중 한 사람이다.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국선생전(麴先生傳)>, <동명왕편(東明王篇)>을 쓴 고려시대의 문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명문장가로 유명한 그는 꽃에 대한 사랑 또한 남달라서 꽃에 관한 많은 글을 남겼다. 이 책은 조경 기사이기도 한 저자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나오는 2천 편이 넘는 시들 중에서 꽃과 나무, 과일, 채소를 읊은 시를 추려서 각각의 특성과 상징, 키우는 법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 소개에 따르면, 저자인 홍희창은 금융계에서 오래 일을 하였으나 학교 때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학보사 기자, 교지 편집장 등을 지냈다고 한다. 그는 은행 지점장 퇴직 후 조경에 관심을 두고, 조경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이런 학구적인 열정과 조경에 대한 관심에 따른 결과물인 셈이다.

책은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화중지왕(花中之王)’ 모란을 시작으로 국화, 매화, 연꽃, 장미 등 꽃에 대해 다뤘고, 2부에서는 대나무, 목련, 버드나무, 석류, 소나무 등 옛글 속에 나타난 나무들, 3부에서는 감, 귤, 포도, 아욱, 토란 등 과일과 채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는 각 항목에서 해당 식물에 대한 이규보와 여러 문인들의 시와 글을 바탕으로 꽃,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후반부에서는 해당 식물을 심고 키우는 재배법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의 조경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부분은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특색있게 느껴졌다.
책에는 문인들의 글 뿐 아니라 동서양의 꽃에 관한 여러 그림들이 함께 소개되고 있다. 그래서 꽃에 대한 소개와 옛글을 읽는 동시에 같은 대상을 두고 동서양이 어떻게 다르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어 좋았다. 꽃과 나무를 글과 그림과 재배법 등 다양한 시각으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