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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퐁텐 우화 - 상상력을 깨우는 새로운 고전 읽기
장 드 라 퐁텐.다니구치 에리야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김명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20년 7월
평점 :
어렸을 때, 동화책으로나 이야기로 자주 읽고 들었던 이야기들이 있다. 누구나 아는 ‘개미와 베짱이’, ‘여우와 두루미’, ‘그물에 걸린 사자를 구한 쥐’, ‘서울 쥐와 시골 쥐’라던가 혹은 사냥꾼의 다리를 물어 비둘기에게 은혜를 갚은 개미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실렸던 기억이 난다. 관용구처럼 많이 쓰이는 ‘여우의 신 포도’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란 표현도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알고 보면 대부분 이솝 우화나 라퐁텐 우화에 실린 내용들이다.
우화(寓話, fable)는 인간이나 혹은 인간이 아닌 동식물과 사물을 의인화하여 주인공으로 삼고, 그들의 행동 속에 유머와 풍자, 교훈을 담은 이야기를 말한다. 동양에서는 우언(寓言)이라고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수주대토(守株待兎)’, ‘화사첨족(畫蛇添足)’, ‘우공이산(愚公移山)’ 같은 이야기가 있다.

우화는 BC6세기 사람인 이솝(아이소포스, Aisopos)의 우화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17세기에 프랑스 시인 라퐁텐(Jean de La Fontaine, 1621~1695)은 이전까지 구전(口傳)으로 전해지던 이솝 우화들을 정리하고, 당시에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던 왕족들과 그에 기생하며 아부하는 궁정관리 등을 풍자한 <우화시 Fables>를 12권에 걸쳐 발표했다. 라퐁텐의 우화는 시구의 완벽한 음악성과 동물을 의인화한 절묘한 풍자와 콩트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책은 17세기에 라퐁텐이 쓴 우화에 19세기 삽화가 구스타브 도레가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하여, 일본인인 다니구치 에리야(谷口江里也)가 새로 정리하여 쓴 우화집이다. 에리야는 라퐁텐 우화를 ‘시대에 관계없이 중요시해야 할 가치’ ,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할 가치’, ‘새로운 시대에 상응하는 가치’로 분류하고, 51가지 이야기로 정리하였다.

저자는 ‘처음에는 라퐁텐 우화집을 그대로 번역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21세기에 사는 현재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지금 같은 방식으로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은 라퐁텐의 우화가 나오다가 중간중간에 사족처럼 저자의 이야기가 덧붙여지기도 하고, 여러 사람의 글인 듯 문체가 몇 번씩 달라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라퐁텐 우화만 원래대로 실었으면 읽기에 더 편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12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라퐁텐 우화를 읽기 쉽게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저자의 노고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책에는 ‘근대 일러스트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구스타프 도레의 삽화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워낙에도 짤막해서 읽기 좋은 우화인데, 사실적이면서도 알레고리(Allegory) 가득한 도레까지 더해져서 책 읽기가 더욱 수월하다. 두꺼운 책이지만 곁에 두고 중간에 아무 페이지라도 펼쳐서 읽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