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어령하다 - 이어령 선생과의 마지막 대화
김아타 지음 / 맥스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다. 비록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천재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 대다수의 평범함 속에 묻혀있어야 안도하는 세상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세상에서 천부적 재능을 지녔거나 소위 ‘튀는’ 사람들은 남모를 외로움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아마 이어령 선생도 그렇지 않았을까.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인터뷰인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어보면, 선생의 말 속에 그런 천재로서의 외로움이 간간이 느껴진다. 선생의 마지막 말씀들이 깊이 새겨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다른 호기심을 가지고 모든 것이 질문투성이였던 천재 소년이 평생 얼마나 외로웠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외로움을 누군가 공감하고 이해해줬다면 선생은 조금 덜 외롭지 않았을까? 이번에 읽은 책 <이어령하다>는 사진작가 김아타가 이어령 선생과 몇 년에 걸쳐 소통하고 대화한 공감의 흔적들이 들어있다. 이 책은 저자인 김아타 작가가 이어령 선생과 주고받은 대화, 메일 등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책은 “온에어 프로젝트 ON-AIR Project“, “자연하다 On Nature” 등 김아타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이어령 선생과 주고받은 글을 통해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모습과 여러 가지 생각들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저자인 김아타 작가는 2002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2006년 뉴욕 국제 사진센터에서의 단독 전시 등을 통해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작가다. 스스로에 대해 ‘파격하고 혁명했다’고 말하는 그는 독특하고 파격적인 사진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는 파격적이고 생경한 사진으로 인해 요주의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며, ‘나와 다름을 수용하지 못하는 일단의 문화적 양태’에 대해 비판한다. 그런 그였기에 이어령 선생과의 대화는 ‘남들과 다른’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가득하다.

책은 선생과 주고받은 서신(메일), 선생과의 만남 전후의 이야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이어령 선생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작업과 작가의 개인 미술관 ‘아르테논’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아타선생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계시다’(p.33)는 이어령 선생의 말씀에 작가는 큰 격려를 받고, 선생은 ‘내가 죽음을 앞에 두고 유일한 지기를 얻은 것 같다’(p.167)며 자신의 외로움이 위로받고 있음을 밝힌다.
두 사람은 삶과 예술, 철학과 자연을 넘나들며 대화를 이어가고, 그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내면, 삶과 죽음, 인간이라는 존재, 실존에 대한 탐구로 귀결된다. 이어령 선생에 대한 추억과 함께 김아타 작가의 사진 작업과 작품 세계에 대해 궁금한 독자라면 더 잘 읽힐 듯하다.
---------------------
*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