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
실뱅 들루베 지음, 문신원 옮김, 니콜라스 베디 그림 / 지식채널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종종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일을 저지르곤 한다. 상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조차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을 저지르곤한다. 이 세상을 향한 사람들의 마음이 정의와 합리라면 그와는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은 사람의 마음에도 정의와 합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워낙 묘해서 쉽게 잡히지 않고, 쉽게 파악되지 않고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내 주변의 사람들도 상당히 교육수준이 높고 건전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는 경우를 목도할 때가 종종있다. 이것은 사람의 마음안에서 일어나는 일로 인간에 의해서 파악될 수 없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조합되어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러한 인간의 마음을 파악하는 일이야 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며 또한 가장 밝혀져야할 일중의 하나일 것이다. 오래전 대학 심리학 수업때 심리학을 가르쳤던 교수님이 첫수업시간에 심리학에 대한 일종의 예방주사를 놓은 적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심리학하면 사람의 마음을 일는 일종의 독심술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분은 단호하게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이 아니라 하나의 과학이라 하셨다. 그러면서 평소에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관상을 보고 손금을 봐달라고하는 사이비 독심술 정도로 취급하는 정서가 짙게 깔린 일반적인 심리학에 대한 상식을 여지없이 망치로 때리셨다.

  

인간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행동을 관찰하는 것일 것이다. 그것도 일정한 행동, 즉 패턴화된 행동을 관찰하므로 그 마음의 심리를 일정정도 파악할 수 있다. 이 책 <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은 인간의 불가시의한 마음을 열어보이는 심리실험이라고 할수 있다. 12가지실험을 통하여 보통 인간의 심리는 이해가능하고 합리적이라는 통념이 틀릴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특히 이 책은 사화학과 심리학이 합쳐진 사회심리학적 진술을 가능하게 하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군중속에서 강도를 만난 사람이 도와달라라고 소리쳤을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현상을 어떻게 볼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개별적인 인간의 심리가 아니라 사회속에서의 인간심리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사회심리학적 맥락에서 저술되고 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12가지 심리실험은 다음과 같다.

  

1. 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까? 사회적 영향과 규범화

2. 무엇이 사람들을 패닉에 빠지게 하는가? 군중과 집단 히스테리

3. 유언비어는 어떻게 널리 퍼지는가? 유언비어의 확산

4. 틀린 줄 알면서도 왜 다수의 의견에 다를까? 사회적 영향과 체제 순응주의

5. '우리'와 '그들'은 언제 하나가 될까? 사회 범주화의 효과

6. 왜 우리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할까?

7. 무엇이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게 만드는가? 권위에 대한 복종

8. 완벽해 보이는 그들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는 이유? 집단 극화와 집단 사고

9. 그들은 왜 피해자를 외면했을까? 무감각과 방관자 효과

10. 왜 사람들은 권력에 쉽게 눈이 머는 걸까? 스탠퍼드 감옥 실험

11. 이타심은 타고나는 것일까? 착한 사마리아인의 우화

12. 무엇이 진정 군중을 움직이는가? 사회적 사유와 연관성

 

이러한 심리실험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인간의 심리를 여지없이 깨뜨릴 뿐 아니라 집단과 군중속에서 인간의 어디까지 어리석인 비합리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여지없이 보여준다. 나는 이 실험중에서 가장 끔찍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새벽에 한 남자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했던 사건이였다. 그 사건은 새벽에 일어난 사건으로 범행 직후 여자가 비명을 지르자 그 범인은 멀리 달아났고 집에는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그 주변에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무려 38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다시 조용해지자 범인은 그 여자의 집앞에서 강간을 하고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때도 모든 사람들은 그 사건을 보았음에도 아무도 신고한 사람이 없었다. 한사람의 잔인한 죽음앞에서 자신의 신변을 생각하며 다른사람이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심리적 방어수단이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살인방조죄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바로 이러한 심리가 인간의 군중속에 있을때의 심리라는 것을 이 실험을 통해서 보여준다.

  

과연 인간은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존재일까? 인간이 이성적이며 합리적이기에 인간에 대한 믿음이 유지되어 왔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가질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실험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에 대한 믿음을 깨뜨리고 혼란을 가져다 준다. 이것은 현대철학에서 말하는 '주체의 해체', '중심의 해체', '거대담론의 해체' 라는 포스트모던적 철학을 반영해준다. 인간의 체재는 인간과 함께 중심으로 조직될 수 없고 나름대로의 존재와 운동방식을 갖는다. 어쩌면 인간에 대한 환상이 오래동안 지배해 왔는지 모른다. 나 또한 인간은 이성적이며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 그러한 것을 수정내지는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을 하나의 틀로 묶으려는 순간 그 믿음은 붕괴될 것이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로 쌓아올린 철학적 인간론은 이러한 심리실험으로 인해 여지없이 무너진다. 그래서 인간은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라 보듬어주고 불쌍히 여겨야할 존재라는 말이 나왔나 보다. 이 실험은 인간의 믿음을 바닥까지 보여주어서 더 이상 실망할 것이 없는 곳까지 데리고 간다. 완전한 실망에는 다시 여지없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한가닥의 희망이 생긴다. 이러한 희망은 대상에 대한 희망이 아니라 희망에 대한 희망인 것이다. 우리는 '인간'을 믿어야 할 것이 아니라 '희망'을 믿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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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굿워크 전략 - 세상과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함께 성장하라!
필립 코틀러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마케팅의 아버지’,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 ‘세계적 마케팅의 대가’, ‘경영사상가등 여러 수식어가 붙는 필립 코틀러의 신간이 나왔다. 필립 코틀러의 <굿워크 전략>은 그의 마케팅 이론의 연장선상에서 볼수 있지만 분명 독특한 면이 있다. 내가 보았을 때 두가지 면에서 이 책은 여타 다른 저자의 책과 차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분명 마케팅의 대가이며, 경영에 포함되어있는 마케팅을 좀더 예리한 이론화와 경영사상으로 한차원으로 끌어올린 구루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은 피터 드러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마케팅중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면에 대해서 집중해서 다룬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미지와 상품을 팔기위해서 여러 가지 마케팅의 방법들이 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부분에서 기업과 소비자와 사회의 윈윈 전력에 대해서 세련되고 사례중심으로 다룬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보니까 공동저자가 두명이나 있다. 데이비드 헤스키엘과 낸시 R. 리 가 그들인데 이들도 모두 경영과 마케팅의 전문가들이다. 필립 코틀러의 전작들은 깊고 넓은 차원에서 그의 마케팅과 경영전략을 서술했다면 이번의 책을 읽어보면서 크게 달라졌다고 느꼈던 것은 철저하게 사례중심, 연구중심이 였다는 것이다. 엄청난 자료들이 많이 제시되었고 각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써 마케팅했던 전략들이 매우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러한 자료들은 바로 두 사람의 공저자들이 담당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매우 체계적이고 매우 잘 다듬어진 책이다. 이 책은 생각보다 매우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굿워크 전략>의 핵심단어를 꼽으라면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단어이다. 그리고 기업들이 사회와 연계해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략적으로 6가지를 제시하는데 이 책은 바로 이 6가지 사회적 책임 마케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구체적인 기업들의 사례와 표를 중심으로 쓰여져 있다. 6가지 구체적인 전략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익 캠페인 : 고객들 설득하여 회사가 지원하는 공익에 참여시킨다.

둘째 공익연계 마케팅 : 제품 판매와 소비자 행동을 토대로 공익에 기부한다.

셋째 기업의 사회 마케팅 : 행동 변화 캠페인을 지원한다.

넷째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 공익에 직접 기부한다.

다섯째 지역사회 자원봉사 : 직원들의 시간과 재능을 기부한다.

여섯째 사회책임 경영 프랙티스 : 사회적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 프랙티스를 변화시킨다.

 

이 책 <굿워크 전략>은 이 여섯가지의 내용들을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하는 것이 전부이다. 매우 체계적이고 전략적이고 정보중심적이다. 두 사람의 공동저자의 합류로 인해 세련된 마케팅의 체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현재의 기업의 목표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그 전략적 목표를 수정하고 있다. 오래동안 기업의 목적은 단지 이윤추구라고 했다. 물론 이윤추구는 기업의 목표에 있어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함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러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라는 거대 조직은 그 영향력이 너무나도 크다. 그래서 조금씩 경영 이론가들은 기업의 목표가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이론에서 그 방향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한 나라와 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주는 기업이라는 존재는 그 영향력의 크기에 비례하여 일정한 사회적 기여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 엄청나게 깊이 들어와있는 기업들은 이제 경제적인 이익이 아니라 윤리적 도덕적 책임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단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그러나 기업은 단순한 윤리도덕적인 조직이 아니라 이윤을 내어야 할 조직이기에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적절하게 조합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마케팅과 연결시켜 기업과 소비, 그리고 사회가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책은 여러기업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이러한 사회적 책임과 마케팅을 연결시키는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또 이 책에서도 많은 부분을 언급하면서 소개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스타벅스이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중요한 발언을 했다.

 

스타벅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의사결정의 토대가 되는 가치는

기업의 사명문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고 더욱 풍요롭게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고객 한 분, 음료 한 잔, 이웃 한 사람에게 온 정성을 다한다.“

40년 동안 우리는 윤리적 가치에 의거해 커피 원두를 구매했고, 원두 재배 농가의 생활을

개선시키는 방식으로 그런 가치관을 지켜왔다. 또한 매장이 있는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매장을 운영하며 환경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그런 가치관을 지켜왔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의 경영철학에 따라서 스타벅스가 단순히 커피라는 상품을 파는 기업을 넘어서 가치와 공유와 공존을 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윤리적 기업이 되는 목표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일환으로 스타벅스는 환경에 전략적 초점을 맞춘다. 종이컵 재활용에 대한 시스템적 사고 접근을 위해 ‘MIT 조직학습학회와 손을 잡고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낭비하지 않고 종이컵들을 따로 모으기 시작했고, 커피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를 버리지 않고 거름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던 손님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찌꺼기를 포장해서 원하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퇴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청소년들에게 환경에 대한 사랑과 환경 보호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설립된 비영리 단체인 어린이환경유산재단Children’s environmental heritage foundation’에 많은 보조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역사회 자원봉사를 위해 중국 상하이 민항구에 그린이웃 조성하기를 지원했고, 친환경적 사업을 위해 미국친환경건물위원회의 에너지 환경 설계 리더십, LEED표준을 사용하고 이 인증을 획득하여 스타벅스가 친환경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이러한 이 책에서 언급하는 대표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스타벅스는 사회와 기업이 함께 공존할 때 매출 또한 급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예시되었다

 

이제 기업은 소비자와 사회와 함께 공존하며 생존해야 한다.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 악착같이 이윤을 추구할 때가 아니라 기업이 윤리적 사명을 다할 때, 즉 소비자와 사회를 향하여 착한 일을 할 때 이것이 곧 기업의 굿워크 전략Good work strategy’이 되어서 기업과 소비자와사회가 함께 공존하는 고도의 효율적이면서도 착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내용이다. 이제 커피를 사먹어도 그 커피가 공정한 거래를 통해서 들어왔는지, 아프리카에서 힘든 노동을 하는 노동자에게 정당한 댓가가 주어지는지가 언급되어야 하는 시대이다. 기업이 착한 일을 하면 소비자는 당연히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고 그러한 착한 기업,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이윤을 높여줄 것이다. 기업들도 단순한 ()’가 아니라 ()’ 돌아갈 때 이가 따라온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연구라고 생각한다. 선함을 따라갈 때 이익이 함께 따라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책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러해야 할 것이다. 이익을 좇지말고 선함을 좇을 때 두가지를 함께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생전략도 함께 배울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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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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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 파란만장하다고는 할수 없지만 그래도 평탄한 편은 아니였고, 나름대로 자수성가(?)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수성가라고 해봐야 뭔가 거창한 성공이나 부를 누린 것은 아니고 나의 환경에 비해서 반듯하게 그리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편이다. 나의 삶을 뒤돌아보면 초등학교 6학년때 했던 신문돌리는 아르바이트가 가장 처음한 일인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친구하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신문을 돌렸다. 돈을 벌고 싶었는지, 아니면 그냥 일이라는 것을 하고 싶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때의 그 경험은 지금까지 생생하게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이 난다. 그중에서 기억나는 몇가지 장면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때는 상당히 작은 편이였다. 그렇게 작고 이쁘게(?) 생긴 아이가 새벽에 일어나서 신문을 돌리는 것이 새벽녘에 일어나 일상을 시작하는 어른들에게는 참 딱해 보였나보다. 그래서 어떤 가게에서 신문을 돌리면 가만히 있어보라고 하고서는 과자나 먹을 것을 주셨다. 그리고 길거리를 가다가 회사에 출근하는 아저씨들은 남은 신문을 사갔는데 거스름돈은 받지 않으셨다. 어린 나는 그러한 경험이 무척이나 신이 났고 한달치 월급을 받을때는 무척이나 들떠서 떡볶이나 평소에 먹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사먹었던 기억이 있다. 아뭏튼 그때 나는 순진했고 사회에 대해서 몰랐지만 나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뭔가 안타까워하는 듯한 눈빛을 기억하고 있다. 삶이 팍팍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어른들은 어린나이에 현실에 내몰린듯해 보이는 어린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던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던 나는 어떤 소속감이 없던 상태로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직장을 잡고 돈을 벌고 있는데 나는 뒤쳐진다는 생각, 알바나 하면서 생활비를 버는 스스로가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다. 그렇게 진로를 정해 소속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 뒤로도 필요한 비용을 벌기위해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전국을 돌며 전화기지국에 있는 에어컨을 고치는 일, 우유배달, 식당 서빙, 식당 음식배달, 심지어는 신종 의약품 실험대상이 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나로써는 당연한 일이였지만 코에 튜브를 꽂고 몇일동안이지만 인간 마루타가 된 기분은 이루 말할수 없이 묘상했다. 그길로 그 알바는 그만두었고 대학원을 진학해서도 학비를 벌기위해 이런저런일을 많이 했다.

 

지금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현실의 팍팍함은 그때보다 더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는 지금은 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워킹 푸어들을 수없이 양산하는 이 사회에서 의식주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은 어쩌면 안타까운 현실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되어가고 있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 <인간의 조건>을 쓴 저자 한승태는 그러한 생활 전선에서 분투하는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자신의 경험을 엮어서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웬지 서글프고 암담한 현실이 느껴졌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누구라도 대수럽지 않게 여겨지는 사람들이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꽂게잡이 배선원이나 양돈장 똥꾼처럼,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사람들의 삶의 날것의 모습들. 그들이 지내는 숙소는 어느정도 크기인지, 여름엔 얼마나 덥고 겨울엔 얼마나 춥게 생활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배경과 어떠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저자는 꽂게잡이 선원으로 편의저과 주유소 직워능로 돼지농장 일꾼으로 자동차 부품공장의 공돌이로 일하면서 느낀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사는 일을 경험하고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6장에서 퀴닝(queening)이라는 제목을 통해서 저자의 가장 중심적인 생각을 들어낸다. 퀴닝은 체스 용어로 졸이 한칸씩 움직여 상대편의 끝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여왕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에 신분상승의 의미로 퀴닝이라고 붙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처지가 여왕으로 상승하기를 기대한다. 하루먹고 사는 처지에서 넉넉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대우받는 직분으로 상승하기를 꿈꾼다. 저자는 이 사회에서 퀴닝을 꿈꾸는 것은 하나의 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소망을 누구나 가지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 매일을 달린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적인 구조나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간간히 퀴닝할 수 없는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인 문제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먹고사는 문제에 골몰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형편과 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므로 그들 또한 인간적인 삶과 신분상승을 꿈꾸고 있는 소박한 소망을 보여주고 있다. 팍팍한 삶은 개인의 노력부족일까 아니면 사회구조의 문제일까?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정면으로 던져주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저 음지에서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자들을 한번을 돌아보라고 독려한다. 그리고 그들도 퀴닝(queening)을 꿈꿀 수 있도록, 아니 퀴닝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용하게 말하고 있다.

 

먹고사는 것. 아마도 인간의 삶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차적인 문제일 것이다.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건강한 개인이 설수 없고 건강한 개인이 설 수 없다면 건강한 사회도 설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타깝고 퍽퍽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데 감추어진 아픔이 드러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네 이웃들을 한번쯤 돌아보게 하는 책이였다. 시장에서 추운데 앉아서 생선을 하나더 팔려는 아주머니, 정류장 옆에서 군밤을 팔면서 고마워하는 아주머니, 지하철 안에서 껌을 팔면서 애틋한 눈빛으로 팔아달라고 애원하는 분들...그냥 지나칠 타인이 아니라 함께 팍팍한 현실을 돌파해야할 이웃으로 한번 더 시선을 돌아보아야 할 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이따위인 건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어느 누구도 우리를 쓸모없는 놈이라며 손가락질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다수의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의지의 결핍이 아니라 희망의 결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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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책, 받은 책

책은 언제나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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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자유케 하라 - Set Yourself Free
로버트 D. 하이들러 지음, 방원선 옮김 / WLI Korea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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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세상을 바라보는 커다란 관점을 세계관(worldview)이라고 한다. 누구든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의 어울어져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이 체계적이고 총체적이든 아니면 파편적이고 단편적이든 누구든지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눈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을 세계관(worldview)라고 한다. 이 세계관을 좀더 종합적으로 분류해보면 몇가지로 나누어 볼수 있는데 나는 크게 두가지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두가지의 부류는 나만의 분류법이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두분류로 나누는 것이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나는 세속적인 방식이요, 또 하나는 종교적인 방식이다. 세속적인 방식은 이 세상에 보이는 현실이 모두인 유물론적인 방식이요, 또 하나는 내세를 믿는 종교적인 방식이다. 나는 플라톤처럼 이 세상은 이데아의 그림자요, 참된 이데아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이 현실 가운데는 무엇가 다른 초자연적인 세계가 있음을 받아들이는 편이다. 눈에 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음을 믿는다. 그것을 사차원적 세계라고 하든, 영적인 세계라고 하든 별 상관은 없지만 성경을 믿는 그리스인으로써 이 현실안에 다른 차원인 영적인 세계가 있음을 믿는다.

 

이 책 <너 자신을 자유케 하라>라는 책은 두 번째 세계관으로 쓰여진 책이다. 즉 이 현실 세계속에는 또 다른 차원인 영적인 세계가 있고, 현실 세계와 영적인 세계는 상호 작용을 하며 대립하기도 한다. 저자 로버트 하이들러 박사는 뛰어난 성경교사이면서도 복음의 영적인 권위를 믿고 경험하는 탁월한 신학자이자 목회자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현장에서 받는 영적인 공겨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제적인 매뉴얼이다. 즉 그리스도인들이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력에 대해서 어떻게 스스로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매우 성경적이고 실제적으로 싸우고 승리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영적인 존재, 즉 사단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은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모든 사단의 권한과 능력이 분쇄되고 무장해제 되었지만 실제적인 공격은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다고 한다. 예를들면 2차 세계대전때 연합군이 ‘D-day'에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펼쳤고 전쟁의 승리는 이미 이때 결정되었지만 그 사이에 격렬한 작은 전투는 있엇다. 마찬가지로 이미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적 존재의 권세를 모두 무장해제 시키고 해체시켰지만 작은 영적 전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이 강건하게 설수 있는 실제적인 영적 전략과 무장방법을 말해준다. 그리스도인들을 영적 공격에서 무장해주는 가장 좋은 방어는 바로 의로운 삶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공과 의를 행하고 정직함 가운데 거할 때 우리를 둘러싸는 의의 방패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죄를 짓고 불의를 행할 때 이 의의 방패는 균열이 생기고 영적인 공격을 허용하는 구멍이 되는 것이다. 에베소서 6장에서 영적전쟁에 대한 말씀이 나오는데 의의 흉배를 붙이라는 말씀이 나온다. 의의 흉배는 가슴을 보호하는 장비인데 바로 그 장비가 정의이다. 바른 삶을 살아갈 때 그것이 우리의 흉배가 되어 보호받는 방패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영적 존재가 공격 발판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려준다. 교만, 거짓, 용서치 못하는 마음, 영적오염, 조상의 죄등이 그리스도인들의 영혼을 공격하는 발판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깊은 성경적 세계관을 받아들이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아마도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세계는 단순히 일차원적인 현실만이 존재하는 것의 모든 것이 될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세계관을 가진 자들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성경이 참된 인간과 세상의 길을 제시하는 참된 진리임을 믿는 나에게 이 책은 인간의 몸과 영혼 모두가 안녕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길을 보여주리라 믿는다.

 

세상은 모든 것이 유비(類比)될 수 있다. 인간에게 몸과 영혼이 있듯이, 자연에도 물질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다른 차원의 것이 있을 것이다. 만물은 그렇게 서로 유비(類比)될 수 있도록 되어있고, 그래서 인간은 그러한 자연의 유비를 문학을 통해서 특히 ‘시’를 통해서 그 신비와 비밀의 일말을 조금 비춰주는 것이다.

 

우리들의 싸우는 병기는 육체에 속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 앞에서 견고한 진을 파하는 강력이라. 모든 이론을 파하며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파하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케 하니(고린도후서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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